‘한숨 돌린’ 미국 vs 이란 갈등… 불확실성 낮아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국민 연설서 “군사력 사용 안 한다” 국제유가 급락 등 시장 안정세… 미국-이란 갈등 일단락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미국이 이란에 군사적 옵션을 취하는 대신 ‘평화’를 강조했다.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를 폭격하면서 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상황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국제 유가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이란에 더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불확실성은 많이 해소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평화를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발표했다.
전쟁 가능성을 누그러뜨린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이란 공격 대응 차원에서 살인적 경제 제재를 이란 정권에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며 “이란이 행동을 바꿀 때까지 이들 강력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전면전 우려까지 나오며 장기화 조짐을 보였던 이란발 돌발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뒤 완화되는 분위기다. 먼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9%(3.09달러) 하락한 59.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날보다 배럴당 3.4%(2.83달러) 하락한 65.44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하락하던 정유와 화학 업종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초긴장 상태에 빠졌던 정유·화학 업계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김광래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를 빠르게 종식시킨데다 전일 발표된 미 재고도 116만 배럴 증가해 유가 하락에 힘을 보탰다”며 “이번 발표 이후 미국과 이란간의 보복전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 진정에는 원유 시장의 수급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상승한 점이 꼽힌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은 일산 1285만배럴로 늘어나 글로벌 공급의 13%를 차지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의 순차적 완공과 원유 선박 접안시설의 정상 가동이 이어지면 생산량은 1400만배럴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에서 “중동 석유에 더는 집착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천연가스와 석유생산에서 세계1위 국가”라고 언급했다.
다만, 수급 안전성 문제는 일부 남아 있다. 미국이 이란에 추가 경제 제재를 예고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다시 내밀 가능성도 존재한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산유국에서 원유 등을 싣고 아라비아해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호르무즈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0% 이상이 이곳을 거친다.
원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여전히 70% 이상인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차단이 현실화하면 수급 안정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아직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