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새해 업황개선 기대 꺾이나... 미국·이란 전운 감돌며 유가 상승 '깊은 한숨'

미국·이란 긴장 격화로 국제유가 상승 우려 커져... 유류비 영업비용 30% 차지해 업계 치명타 환율 동반상승도 악재... 항공사 영업실적 '빨간불'

2020-01-09     김명현 기자

미국과 이란 사이 전운이 감돌면서 항공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무역갈등 등으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던 만큼 올해는 항공사들이 업황 개선을 기대했지만 새해 초부터 불거진 중동발 악재로 다시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이란은 8일 오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이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고 경고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앞서 이란은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의 무인기 폭격으로 사망하자 미국에 보복을 예고해왔다. 

항공업계는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유가 상승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경우 항공사의 영업실적이 곤두박질 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항공사에 직격탄이다. 유류비는 항공사 전체 지출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인 30% 정도를 차지한다. 고유가로 지출이 커지면 실적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현재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통로다. 한국은 이란으로부터 직접 원유를 수입하지 않지만 수입 원유의 70%가 이곳을 거친다. 

유가 상승은 특히 대형항공사에 치명타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 사용량은 약 3300만 배럴에 달하는데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간 3300만 달러(한화 약 385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약 1500만 배럴 가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별로 유류 할증료와 유류 헤지(hedge·위험회피), 비축유 등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것도 역부족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우리나라 원유·LNG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지역에서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유관기관, 관련 업계는 합동 총력 대응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 상승도 문제다. 항공사는 고가 항공기와 연료를 달러로 사오거나 빌려야 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된 빚이 늘게 된다. 또 환율 상승은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줄여 항공사 매출 감소로도 이어진다.

현재 이란이 보복공격을 개시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두 자릿수의 급등세를 보이며 118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해 긴장상태로 지켜보고 있다"며 "올해는 대외 이슈로 직격탄을 받는 일이 없길 기도하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항공업계에 자꾸 악재가 생겨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에) 유류 할증료로 일부 손실을 보전하는 정도지 항공사들이 특별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힘들다"며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