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100배 높은 민감도…중성미자 수수께끼 푼다
국제 공동연구팀, 대규모 중성미자 실험 원천될 새로운 결정 개발
중성미자는 아직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존재는 확인했는데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성미자 수수께끼를 풀면 우주의 신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 연구팀이 대규모 중성미자 실험의 원천이 될 새로운 결정을 개발해 눈길이 쏠린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지하실험 연구단 김영덕 단장과 경북대 김홍주 교수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결정들을 4년 동안 개발·시험한 끝에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등 4개를 1차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결정은 앞으로 200kg 이상 만들어져 현재 10kg 정도의 결정을 사용하는 전 세계 경쟁그룹 중 가장 큰 규모의 중성미자 실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 중 가장 가벼운 입자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매초 700억 개의 중성미자가 엄지손가락을 뚫고 지나가는데 우리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관측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유령 입자’로 불리며 입자물리학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중성미자 성질과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 미국 샌포드 지하연구시설, 일본 카미오카 우주관측소, 이탈리아 그랑사소 연구소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AMoRE(중성미자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Advanced Molybdenum-based Rare process Experiment)’ 연구팀은 앞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무게 1.9kg의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결정으로 강원도 양양에서 파일럿 실험을 진행했다. 중성미자를 얻기 위해서는 결정 속 100Mo(몰리브데넘의 경우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친 개수가 92인 92Mo 부터 100인 100Mo 까지 자연에 존재한다. 이 중 100Mo는 전체의 9.6%를 차지한다)가 다른 원자로 변하면서 전자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이중베타붕괴’ 현상을 이용한다. 이중베타붕괴는 어떤 동위원소의 핵이 두 개의 전자와 중성미자를 방출하며 다른 원자로 바뀌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100Mo(몰리브데넘)에서 중성자 2개가 양성자 2개로 바뀌며 100Ru(루테늄)이 된다. 이때 실험에 사용하는 몰리브데이트 결정이 내뿜는 빛 특성이 중요하다. 결정의 총량이 많을수록 이중베타붕괴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중성미자 연구들이 더 좋은 결정을 찾고 그 무게를 늘리는 방향으로 실험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먼저 기존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결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여러 결정을 성장시켰다. 칼슘몰리브데이트 결정은 방출하는 빛이 많아 데이터를 얻는 데 유리한데 칼슘(Ca) 중 0.18% 비율로 존재하는 48Ca이 또 다른 이중베타붕괴를 일으켜 잡음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기존에 연구되지 않았던 결정들의 여러 화학적 단계를 연구해 리튬, 세슘, 나트륨이 든 새로운 몰리브데이트 결정 8개를 성장시키고 기존 국제공동연구로 성장시켰던 아연, 납 함유 결정 4개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2개의 후보 결정들이 방출하는 빛과 파장 특성 등을 상온에서부터 약 10 켈빈(섭씨 -263도)의 저온까지 연구하고 이를 기존의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결정과 비교했다. 방출하는 빛의 양과 시간 등을 측정한 결과 후보 결정 중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가 가장 적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비롯한 4개 결정을 1차 후보로 선정했다. 결정을 연구, 개발하고 성장하는 데 2년, 특성 시험에 2년이 걸렸다.
실험에 사용할 결정은 극저온 시험을 거쳐 앞으로 1~2년 후에 최종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AMoRE 국제 연구팀은 현재 6kg의 결정으로 1단계 실험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선택될 결정 200kg은 강원도 정선에서 2021년 착수할 2단계 실험에 약 5년 동안 사용된다.
공동교신저자인 이무현 연구위원은 “최근 1.9kg 결정 실험으로는 중성미자 질량이 수소 원자 질량의 10억분의 1보다 더 작다는 정보를 얻었다”며 “결정 200kg으로 실험하면 민감도가 100배 더 좋아져 수소 원자 질량의 1000억분의 1 수준과 중성미자 질량을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결정 연구와 기술에 관한 전문학술지 크리스탈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Crystal Research and Technology)에 11월 13일 자(논문명:Search for new molybdenum-based crystal scintillators for the neutrino-less double beta decay experiments./ Crystal Research and Techn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