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되풀이 되는 부동산정책 실수, 그리고 되풀이되는 실패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정부가 앞장서 주택시장 교란...시장혼란의 폐해는 서민에 전가 -강남 공급확대 빠진 공급억제는 한계...이번마저 잘못되면 젊은층에는 재앙 될 수도

2019-08-13     윤영식 기자

어제(12일) 국토교통부가 민영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르면 10월부터 서울 과천 등지의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재개발 단지들은 상한제 트랩에 걸려 사업연기는 물론 적잖은 재산 피해를 입게 됐다.

상한제는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다시 오르자 정부가 또 다시 내놓은 초강력 카드이다.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는 뒤로 밀리고 정부가 앞장서서 새 아파트 가격을 지정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여당 내 일부 의원조차 부작용을 우려해 시행을 만류했음에도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이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실세 장관으로 청와대의 신망을 얻고 있는 김현미 장관의 추진력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기획재정부가 무릎을 꿇었다.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섰다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하다.

“칼은 칼집에 있어야 무섭다.” 얼마 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대책을 유보하면서 한 말이다. 정부는 1개월 전부터 시장에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그널을 보냈고, 시장은 응답했다.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일제히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나라 안팎으로 뒤숭숭한 시점에 시장에 충분히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면 됐지 꼭 ‘칼집에 들어있던 칼’을 꺼내 들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주요한 작전에서 세 가지 유형의 인물을 배제했다. 생각 없이 부지런하기만 한 사람과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사람,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른 전력이 있는 사람이 제외 대상이다. 이들은 작전에서 아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국토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창작물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각종 대책을 쏟아내며 분양하기도, 분양받기도 어려운 환경을 만든 것을 넘어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부터 시작해 분양가 상한제로까지 참여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그 궤도를 같이 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자 당장 주택수급의 불균형과 이에 따른 집값 앙등을 우려한다.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분양가 규제를 받는 신규 아파트 청약에 쏠리며 ‘로또당첨’ 등 청약광풍이 몰아닥칠 것이다. 이는 인근의 다른 아파트 값을 부추기게 된다. 그래서 집값은 다시 오른다.

정부는 상한제 도입으로 민영주택 분양가가 20~30%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전에 로또당첨을 좇는 ‘청약광풍’과 인근 집값의 폭등을 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능성은 꽤 높다.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던 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실수가 될 것이다.

국토부는 커다란 실수를 이미 저질렀다. 강남집값을 잡겠다더니 엉뚱한 곳에 ‘3기 신도시’ 추진계획을 내놓아 일산집값만 떨어뜨린 것이다. 이것도 ‘성동격서’(聲東擊西)인가? 

뭐니뭐니 해도 이번 정권 부동산 정책의 최대 실수는 이미 실패로 판명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점이다. 공급억제, 수요억제가 바로 그것이다. 누르기, 틀어막기로 시장을 짓누르려는 행태의 반복이 가장 큰 실수다. 거듭되는 실수로 집값은 다시 뛸 것이고, 이는 주택 수요자는 물론 결혼과 출산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재앙(災殃)으로 다가설 것이다. 

정부는 당장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집단소송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상한제 적용 시점을 기존의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으로 소급 적용하는 점과 현재 3~4년인 전매(轉賣) 제한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리고, 이 기간 중 집을 처분하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기도록 한 점은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 자유로운 개인 재산권을 정부가 임의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상한제 적용 시점 변경으로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된 래미안 라클래시(강남구), 둔촌주공(강동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서초구) 등 관리처분 인가를 마치고 분양을 준비 중인 아파트 76개 단지, 7만2000여 가구는 당장 집단소송에 돌입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강남집값을 잡으려면 강남에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 강남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초고층을 허용해야 한다.  판교, 의정부, 부천, 동탄 등 서울 위성도시와 신도시에 얼마든지 있는 초고층을 서울은 안 된다고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뭔가. 유사시 전투기의 동선을 가로막는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것이 아니면 초고층을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초고층 아파트를 설계할 능력이 안 되는가? 아니면 건축할 능력이 안 되는가? 서울의 재건축은 40층 이하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초고층 아파트 공급으로 세금도 그만큼 더 거두고 기부체납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게 하면 된다. 다른 도시들은 다하는 것을 서울이 못 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한강의 전경은 아파트로 훼손된 지 오래다. 아파트로 점철된 지가 오래인데 서울에 초고층을 못 지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실수는 이미 저질러졌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과 2019년이 다르다고 하지만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生物)인지라 마냥 짓눌려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규제와 대책은 종국엔 집값 불안으로 귀착되기 마련이다. 시행초기 순간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여도 결국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똑같은 시나리오를 수차례 겪은 바 있다. 실패도 답습할 것인가. 단 한번의 실수도 용서하지 않은 시장이, 두 번, 세 번이나 반복되는 똑같은 실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 결말은 어떨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