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고세균, 이제야 널 알게 됐구나”

국내 연구팀, 고세균 감염 바이러스 분리…온실가스 해법에 도움 될 듯

2019-07-16     정종오 기자
고균을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세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연구팀이 해양 고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고세균 개체 수 조절 등을 통해 온실가스 해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고세균(archaea)은 ‘고균’이라고도 부른다. 세균, 진핵생물과 더불어 생물 3영역을 이루고 있다. 세균과 같이 핵이 없는 원핵생물이다. 유전적 측면에서 세균과 매우 다른 특성이 있는 생물군이다.

국내 연구팀이 서해 해수에서 지구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고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했다. 해양 고세균과 바이러스 상호작용을 규명한 것이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3대 미생물 중 하나가 고세균이다. 열수구, 유황온천 등 극한 환경부터 일반 환경까지 다양한 곳에서 산다. 특히 해양 생태계 전체 미생물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양에서의 탄소, 질소 순환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해양 환경에서 중요 기능을 하는 미생물을 연구하기 위해 최근 이들의 군집과 활성을 조절하는 바이러스 존재가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해양 고세균의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유전자만 보고됐을 뿐 바이러스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서해 해수에서 특정 계절에 특이적으로 고세균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을 관찰했다. 이를 토대로 이 지역 해수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결과 해양 고세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질소의 산화작용이 멈추고 유기물이나 비타민 B12 등을 방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숙주세포를 용해해 방출되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이 바이러스가 증식하면 마치 혹처럼 튀어나와 분리되는 ‘출아법’으로 방출되는 것도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해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 온실가스(N2O)와 매우 연관성이 높은 해양 고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탄소 순환과 관계는 매우 중요한 글로벌 연구 분야 중 하나이다. 지구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해양 고균의 개체 수, 분포 조절은 앞으로 지구 온난화 연구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최근에 보고된 해양 퇴적층에서 고균 바이러스에 의한 탄소 순환이 매우 중요한 메커니즘이라는 보고가 있다. 이는 독립영양미생물인 해양 고균과 바이러스 상호작용이 생태계의 물질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앞으로 지구 물질순환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선행 연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충북대 이성근 교수(교신저자), 김종걸 박사(제1저자)가 수행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7월 16일 자(논문명 : Spindle-shaped viruses infect marine ammoina-oxidising thaumarchaea)에 실렸다.

이성근 교수는 “해양에서 많이 분포하고 있는 고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발견을 통해 지구 물질순환을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극한 환경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추사(레몬) 형태의 바이러스를 발견함으로써 앞으로 기후변화 예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