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산불] 발화지점에 변압기 없었다... ‘고압선과 이물질 접촉’ 화재원인 가능성 높아져

개폐기 부싱과 연결된 전력선에 도체 접촉시 아크 발생... 한전 책임 묻기 어려울 수도

2019-04-05     양현석 기자

강원도 고성 대형 산불의 발화지점에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변압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화재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 산불의 원인은 전신주에 달린 주상변압기 폭발인 것으로 최초 알려졌으나, 한전 측 관계자는 “해당 전신주에는 변압기가 없고, 개폐기만 있다”고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또 한전의 확인 결과, 해당 개폐기는 정상 작동 중이어서 개폐기 고장이 사고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현재 개폐기 부싱 측에 연결된 2만2900V 고압전선과 철사 등 이물질의 접촉으로 인한 아크 발생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보통 전력선은 절연돼 있지만 개폐기 부싱측과 연결된 지점은 기계적 특성상 노출된 상태다. 따라서 이곳에 철사나 알루미늄 풍선 등 도체가 접촉하면 아크가 발생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만약 한전의 추측대로 이물질 접촉으로 인한 아크 발생이 사고 원인으로 결론나면, 한전에 사고 책임을 묻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력계 관계자들은 고압전선과 이물질의 접촉으로 인한 사고를 한전의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고압선, 특히 부싱 연결지점에서의 이물질 접촉에 의한 아크 발생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기술적 난제라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전력선을 지중화 할 수 밖에 없지만, 비용과 시간 등의 현실적 이유로 곤란한 점이 많아, 이물질 접촉 사고의 경우 한전의 관리 소홀이 입증되지 않는 한 자연재해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력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한전은 경찰과 정부의 원인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있으면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