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ESG 투자판도…'네거티브 전략'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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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ESG 투자판도…'네거티브 전략' 옛말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5.31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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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뱅가드, 석탄투자 배제정책 반대
스웨덴 최대 은행 SEB, 방산업 투자 재개
담배, 주류 등 죄악주 투자 ETF 등장하기도
[출처=Unsplash]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변수에 ESG 투자전략도 변하고 있다. 에너지·지역 안보이슈에 투자계 큰 손들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철회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1, 2위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뱅가드는 올해 탈석탄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스웨덴 최대 은행 SEB는 1년 만에 방산업체 투자배제 정책을 뒤집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윤리적인 이유 등으로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ESG 투자전략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이러한 전략을 취하는 대표 기관으로 석탄, 무기, 담배 관련 기업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탈석탄에서 손떼는 큰 손들…블랙록·뱅가드, 석탄배제 안 한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출처=블랙록]

글로벌 1, 2위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뱅가드는 올해 탈석탄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고객의 지속가능한 수익창출에 걸림목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간 외면받던 석탄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공급이 막히자 그 대안으로 값싼 석탄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연초 톤당 150달러에 거래되던 석탄가격(호주 뉴캐슬)은 이달 30일 기준 400달러까지 치솟았다.

블랙록은 이달 발표한 '2022년 주주제안 보고서'에서 탈석탄을 비롯한 기후 관련 주주제안에 대한 지지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과 1년 전 “모든 기업들은 오늘부로 탄소중립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고객의 장기적 수익보존이다.

그런가 하면 뱅가드는 지난 20일 발간한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보고서에서 석탄사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배제(wholesome divestment)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배출 기업의 저탄소화를 촉구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가치있는 행위”라는 게 뱅가드측 설명이다.

뱅가드 팀 버클리 CEO는 지난 26일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의무는 고객의 장기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중대한 위험이긴 하지만 투자결정의 한 요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년 말 블랙록과 뱅가드가 운용하는 자산(AUM)은 각각 10조4000억, 7조5000억 달러다. 이를 합치면 총 18조 달러로 우리돈 약 2경2000조원에 달한다. 작년 한국 명목 GDP의 12배 크기다.


안보 위기에 무기업체 투자 재개하기도…"안보 없이 지속가능성도 불가능"


[출처=SEB]

방산업체에 대한 ESG 논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재점화됐다. 지역 안보위기가 고조되자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방위산업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 항공우주산업협회 얀 파이 사무총장은 “안보와 안정성이 없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킬 수 없다면 지속가능성도 있을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바로 그 증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 스웨덴 최대 은행 SEB는 지난 3월 방산업체 투자배체 정책을 뒤집었다. 결정적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앞서 SEB는 지난해 2월 모든 운용 펀드에 걸친 방산업 투자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SEB 대변인은 “최근 몇 달 간 심각한 안보 상황과 증가하는 지정학적 긴장이 정책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전면 부각시켰고 고객들 사이에서도 입장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지난 1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70년 간 지켜온 중립국 지위를 내려놓게 된다.

다만 SEB는 핵무기나, 집속탄과 같은 국제조약에서 금지된 무기에 대한 투자배제 정책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년 말 기준 SEB가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약 860억 달러(약 100조원)다.


ESG 투자에 반기든 ETF 등장하기도…"죄악주 투자, 바람직하진 않아"


[출처=구글 파이낸스]

한편 전쟁과 무관하게 ESG 투자에 반기를 든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펀드 이름은 'BAD ETF'다. 도박, 주류, 의료용 대마초 등 죄악주(sinstock) 기업에만 투자한다. 포트폴리오에는 이 세 가지 섹터기업이 각각 33%씩 균등하게 편입돼있다.

베드인베스트먼트 토미 맨쿠소 대표는 “(이들 죄악주는) 역사적으로 수익성이 있고 여러 경제 사이클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30일 기준 펀드 순자산은 약 800만 달러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37%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수익률(-13.31%)을 소폭 밑돈다.

김선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 경기상황이 좋지 않을 때 특히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투자자들이 죄악주에 대한 투자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며 다만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산업의 투자가 활성화 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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