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4년간 실적 수직 상승한 전영현의 삼성SDI...미국 배터리셀공장 건설 착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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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4년간 실적 수직 상승한 전영현의 삼성SDI...미국 배터리셀공장 건설 착수 할까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5.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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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사장, 삼성SDI 대표 첫해인 2017년 흑자전환...2020년 연임 성공
- 2018년,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 달성...배터리 사업 집중 육성
- 향후 중대형전지사업 수익성이 최대 관건...2021년 흑자 전망
전영현 삼성SDI 사장 [사진=삼성SDI]

전영현 사장은 2017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보 인사를 받았다. 당시 인사에는 상반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전 사장이 삼성전자 핵심사업부에서 계열사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반대로 삼성SDI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투입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삼성SDI는 2016년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이 자사의 배터리 제조결함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

전 사장은 실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2016년 연간 영업적자가 9000억원에 달했지만 2019년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턴어라운드 했다. 실적은 인사로 보답받았다.

전 사장은 2020년 1월 발표된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삼성SDI 대표이사로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에 성공한 후에도 그의 성과는 계속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높은 실적을 거둔 것이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1조2948억원, 영업이익 6713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11.9%, 영업이익은 45.2%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역대 처음으로 11조 원을 넘겼다.

향후 삼성SDI는 5세대 배터리를 앞세워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경쟁사를 상대로 점유율 격차를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배터리셀공장 건설을 진행할지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앞으로도 전기차 배터리를 동력 삼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그날

전영현 사장, 작년 3월 유임 결정...경영능력 높은 평가

“기술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초격차 기술 중심의 새로운 50년을 만들어 나가자”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해 삼성SDI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와같은 말을 전했다.

그는 삼성SDI의 새로운 50년을 만들기 위한 실행 과제로 초격차 기술 확보, 일류 조직문화 구축, 사회적 책임 제고 등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최고의 품질·안전성을 기반으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기술 중심의 초일류 회사가 될 수 있다면서 차세대는 물론 차차세대 배터리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초격차 기술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도 일류가 돼야 한다면서 열린 마음으로 협업하고 소통하는 자율·창의의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전 사장은 준법경영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통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면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통한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했다.

당시 전 사장은 취임 3년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2020년 3월에 임기가 만료돼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자리를 지켰다. 전영현은 2020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 유임이 결정됐다.

삼성SDI에서 대표이사 연임 사례가 흔치 않고 삼성그룹 전반적으로 60세 이상 경영진을 유지하는 일도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영현의 경영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옛 LG반도체(현재 SK하이닉스) 출신이다. D램 개발팀 설계팀장과 개발실장으로 근무하다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되자 2000년 삼성전자로 이동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플래시개발실장, 메모리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을 거치며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사장은 이와 같은 폭넓은 경험을 토대로 기존보다 에너지 효율이 개선된 전기차배터리 양산체제 구축 및 양극재 확보기반을 넓히기 위해 노력을 기했다.

삼성SDI 창립50주년 기념 행사에서 비전을 전달하고 있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 [사진=삼성SDI]

◆ 그후

차세대 먹거리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집중 육성

전 사장이 대표이사를 연임하게 되면서 삼성SDI는 차세대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자동차기업을 고객사로 붙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배터리·IT소재와 관련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SDI로서는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삼성SDI는 2020년 2월 양극재 제조기업 에코프로비엠과 각각 480억원, 720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에코프로이엠이 생산하는 양극재는 모두 삼성SDI가 확보하게 된다. 

5개월 뒤인 2020년 7월에는 양극재 자회사 에스티엠에 양극재 제조설비를 넘기는 결정을 내렸다. 자회사를 통해 양극재 제조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그로부터 다시 약 4개월 후인 2020년 11월에는 경북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서 에코프로이엠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2022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이 공장은 연간 전기차 35만 대 분량의 배터리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전 사장은 착공식에서 “소재 경쟁력 확보에 배터리의 미래가 달렸다”며 “더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소재기술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전 사장이 배터리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전 사장의 노력은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2020년 하반기 유럽 전기차보조금 상향 등 친환경정책 영향을 받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SDI는 2020년 2월 양극재 제조기업 에코프로비엠과 각각 480억원, 720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삼성SDI]

◆ 그리고, 앞으로

중대형 전지사업 수익성 과제...미국 내 배터리셀 공장 착수 가능성

전 사장은 삼성SDI의 중대형 전지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과제를 지고 있다.

삼성SDI 중대형전지부문은 전기차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나뉘는데 2019년 영업손실 4060억원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적자규모는 1000억원대로 이전보다 손실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이익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2021년에는 중대형전지부문이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하반기에 기존보다 성능을 개선한 5세대 배터리가 양산됨에 따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효율은 높고 원가는 절감된 배터리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이 친환경 정책의 영향으로 지속 성장하는 상황도 삼성SDI에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해외 곳곳에서 태양광·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함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 사고로 위축됐던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시장도 2021년부터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린뉴딜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23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삼성SDI]

미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미국 내 부품 공급망 강화정책과 신북미무역협정에 따라 삼성SDI가 올해 안으로 미국 내 배터리셀공장 건설에 착수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덜려면 미국 안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비중을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SDI로서는 조만간 미국에 배터리셀공장을 건설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공급망 미국 중심주의 강화로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관세 압박이 높아지는 만큼 전 사장이 전기차업체를 붙잡기 위해 이른 시간 안에 미국에서 삼성SDI 배터리셀공장 건설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정책에 따라 전기차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데 미국 내 부품 공급망정책도 강화되고 있어 미국 내 배터리 생산거점 확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게다가 신북미무역협정 발효로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비중을 높여야 해 삼성SDI의 미국 공장 건설이 유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할 신북미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이 협정은 2020년 7월 발효됐다.

신북미무역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바이든 정부에서도 변경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신북미무역협정에 따라 완성차업체는 미국 현지생산 부품의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로 늘려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은 2025년 7월 1일까지다.

전 사장으로서는 배터리셀공장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3년 정도임을 고려할 때 올해나 늦어도 내년 안으로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삼성SDI와 경쟁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회사들도 미국 현지에 공장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전 사장의 결정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셀 공장을 들고 있고 현재 오하이오주에 GM과 함께 합작공장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 사장이 배터리셀공장 후보지역으로 미국 미시간주와 '선벨트지역' 가운데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선벨트지역은 날씨가 온화한 북위 37도 이남의 미국 남부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테네시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 앨라바마주 등을 포함한다.

미시간주는 삼성SDI의 배터리 고객회사 가운데 하나인 포드의 자동차공장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는 배터리 조립공정(배터리셀→배터리모듈→ 배터리팩)의 마지막 단계인 팩 단계를 담당하는 삼성SDI 공장도 자리잡고 있어 기존 공장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벨트지역에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 GM과 BMW, 벤츠 등 다양한 업체들의 자동차공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미시간주보다 많은 고객회사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미국 배터리셀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재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진출과 관련해 면밀히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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