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코로나19로 외국인 자취 감춘 동대문시장..."장사 안되도 너무 안돼"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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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코로나19로 외국인 자취 감춘 동대문시장..."장사 안되도 너무 안돼" 한숨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5.05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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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비는 상점...이대로 '추락하나'
상인들"너무 힘들어"

"코로나19 이후 매출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apM PLACE. 가장 피크시간 대인 밤 12시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려도 시끌벅적할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벽 12시 도로에 사람이 없는 동대문, 침체된 경기를 보여주는거 같다 [제공= 백승윤 기자]
새벽 12시 동대문시장 일대 도로. 오가는 인적과 차량이 거의 없는 텅빈 도로가 침체된 경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백승윤 기자]

apM PLACE 주변 도로. 평소 같았으면 이곳에서 물건을 사려는 고객과 물건을 팔려는 상인, 이들을 상대로 커피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로 분주했던 이곳이 쥐죽은 듯 적막하기만 하다.

실제 apM PLACE 입구에는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일부 고객과 가게 오픈하는 상인들을 제외하면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 때 '돈 있어도 매출 안 나오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조용하고 한적했다.  심지어 대로변 주차공간에 서있는 차량은 눈에 띠었지만, 정작 도로를 오가는 차량마저 뜸했다.

이곳의 한 노점상인은 "코로나 이전에는 이곳에서 중국인과 러시아인 등이 주로 찾는 조그만 여성의류 점포를 운영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자금난으로 운영이 어려워졌다"면서 "점포와 남은 옷가지를 정리하고 남은 푼돈으로 노점을 시작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노점상인은 "새벽 12시 정도면 이곳 도로가 지나 다니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지금은 한적하다 못해 사람구경조차 하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게 아니라 장사가 안돼 죽을 거 같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이라는 12시 apM PLACE 건물 사진 [제공=백승윤 기자]
물건을 사려는 고객들로 붐벼야 할 밤 12시 apM PLACE. 인적을 찾을 수가 없어 을씨년스럽기조차 하다. [백승윤 기자]

#'apM PLACE'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김 모씨는 "코로나 이전 이곳의 손님은 약 80%가 외국인이었다"라며 "건물주가 임대료를 50% 깎아주지만 장사가 너무나 안돼 나머지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주고나면 빠듯하다. 빚내서 장사를 계속 해야할지 접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건물의 이 모씨는 "2년 전만 해도 새벽시장은 대부분 중국 및 일본 고객들로 활기를 띠었다"라며 "지금은 내수 고객만 찾고 있어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들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이어 "여기 포장해 놓으신 거 보이시죠? 예전에 10개씩 나가던 물건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1~2개 나가도 잘 나가는 겁니다"라며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동대문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가'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이날 찾은 상가 내부는 무서우리 만치 조용했다. 코로나19 이전 '매출 안 나오면 못 들어와' 기세등등하던 상인들은 서리 맞은 호박잎처럼 풀이 죽어 있다. 상인들은 "백신도 부족한 마당에 경기 침체가 계속될까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새벽 2시. 서울시가 운영하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상황은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방문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앞서 찾은 'apM PLACE'보다는 고객과 상인이 많아 보였지만 한눈에 보아도 쌓아놓은 물건은 비교적 적어 보였다. 

동대문 메인거리 DDP 건물 사진 [제공 =백승윤 기자]
동대문 메인거리 DDP 건물 [제공 =백승윤 기자]

#'DDP' 1층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박 모씨는 "매출이 코로나 이후 반의 반 토막이 났다"라며 "곳곳에서 매장을 뺀다는 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임대료를 지원해 주지 않냐는 물음에 "서울시에서 3개월 동안 50% 지원해주는 데 다음 달 지원이 종료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의 김 모씨는 "최근 매출이 심각하게 저조하다. 장사가 안되도 너무 안된다"라며 "3개월 임대료 혜택이 다음 달이면 끝나는데 앞으로가 암흑 같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천 청라에서 온라인 여성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신 모씨는 "올해는 온라인이 잘 된다고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며 "대기업을 비롯해서 너도나도 온라인 쇼핑몰에 뛰어드는 바람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는 홈웨어와 모자로 겨우 버텼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원래 수영복 매출이 우리가게 효자였는데 작년에는 고작 두 장밖에 못 팔았다"고 덧붙였다.

건너편 디자이너클럽은 대략 열개 중에 네개가 공실이였다. 이는 이전 'DDP'상가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상가 내부를 들어가자 곳곳에 '임대문의'가 붙어있었다. '동대문 랜드마크'라는 명성은 20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가장 피크시간 2시 동대문 디자이너클럽 내부 사진 [제공=백승윤기자]
가장 피크시간 새벽 2시 동대문 디자이너클럽 내부에는 오랜 침체로 문을 닫은 점포까지 눈에 띤다. [백승윤기자]

#'디자이너클럽'에서 10년째 장사하는 손 씨는 "이 상가를 떠나는 주인들이 많다"며 "코로나 이후 유령 상가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있는 주인들 중엔 금요일, 주말에는 손님이 없어 나오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이곳의 점포주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80% 가까이 급감했고, 열곳 중 세곳 정도가 휴업하거나, 문들 닫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추세는 일반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소매상가 점포도 마찬가지다. 소매상가의 경우 문을 연 점포가 문을 연 점포보다 더 많아 보이는 실정이다.

동대문 상권은 외국인 보따리 상인 중에서도 중국인 고객 의존도가 매우 높았고, 또 병행수입의 의존도가 높은 상권 특성으로 인해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더 커보였다.

백승윤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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