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0점, 동시에 '0점'을 주고 싶은 이통3사 책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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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0점, 동시에 '0점'을 주고 싶은 이통3사 책임 경영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5.0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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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를 둘러싼 현실이 가히 '산넘어 산'이다.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지 2주년에 들어선 지금, 이통사들은 축포를 올리기는 커녕 각종 논란을 해결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달에는 5G의 부족한 커버리지와 속도에 불만이 쌓인 소비자들이 참다 못해 이통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예고했다. 해당 이슈를 전후로 SKT·KT는 각각 계열사 부당 지원과 고의 개통 지연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여기에 유튜버 잇섭으로부터 촉발된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이통사들의 이미지 타격에 불을 지폈다.

고객센터의 부실한 대응, 소비자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구조 등 수많은 문제점이 대두됐다. 나아가 인터넷 속도 저하가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성'을 띠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이통3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통사의 ESG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총망라하는 ESG 경영은 전 사회적인 영역에서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기본적으로 요구한다.

물론 이통사들은 자사의 혁신적인 ICT 기술로 ESG 경영 강화에 최선을 다해 온 기업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 주요 ESG 평가 기관들이 이통사들에게 매년 A~B 등급을 매기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SKT는 ESG 관련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얼라이언스를 출범했으며 KT는 노사공동으로 ESG 10대 핵심 과제를 공개했다. LGU+ 역시 에너지 사용량 절감 체제를 확립하고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통사들의 이러한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잘한 부분은 분명 "잘했다"라고 이야기해야 함이 옳다. 매일 수많은 기업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지만, 이통사만큼 ESG 관련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하는 업체는 드물다.

다만 이통사들이 통신 분야에서도 ESG 경영에 적극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논란 외에도 이통사들은 매년 불법 보조금 및 단통법 위반 사례로 홍역을 앓고 있다.

또한 협력사과의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산하의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 관리는 부실한 상황이다. 이들 유통업자들로부터 이통사의 리베이트, 실적 압박 등의 고충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이 그 증거다.

이를 비춰볼 때 이통사들의 ESG 성적은 100점인 동시에 '0점'이나 다름없다. 보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ESG 활동을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이통사 본연의 사업 영역인 통신 분야에서도 책임감있고 투명한 경영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때다.

부실한 뿌리의 나무에서 결실을 맺은 과실을 아무리 자랑해봤자, 그 나무는 머지않아 쓰러질 수밖에 없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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