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필립스는 왜 가전사업을 팔았나?
상태바
[TECH meets DESIGN] 필립스는 왜 가전사업을 팔았나?
  • 박진아 전문기자
  • 승인 2021.04.22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위기 틈타 사모펀드 주도의 글로벌 M&A 활동 급증
2020년 하반기부터 경제성장 회복한 중국, 해외 자산 매입으로 내수 시장 활성화 꾀하는 추세

유럽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직전인 2020년 1월, 글로벌 네덜란드 가전업체인 필립스 전자(Royal Philips NV, PHG.AS)는 가전사업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산과 사회경제적 봉쇄령과 소비위축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까지도 필립스 전자의 매출 실적은 건재했다. 재택근무, 일시해고, 휴교 조치로 가정 내 활동 시간이 늘고 요리하는 인구가 대폭 늘어나면서 필립스 전자는 2020년 총 매출 0.2%, 순이익 1.9% 증가 실적을 올렸다.

필립스 가전부문 사업 매입을 희망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2020년 9월 기준 총 거래가치액은 44억 유로에 평가된 필립스는 조심스런 저울질 끝에 올해 2021년 3월 25일 이 기업의 가전부문을 중국 사모펀드 투자기업인 힐하우스 캐피털(Hillhouse Capital, 본사 베이징)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힐하우스 캐피털은 중국의 텐센트, 징동닷컴 등 중국 내 최대 테크기업에 초기 투자한 바 있다.

필립스 에어프라이어. 코로나-19로 외출 감소와 집밥 추세로 주방가전 시장은 평균 14% 증가했다.Courtesy: Royal Philips
필립스 에어프라이어. 코로나-19로 외출 감소와 집밥 추세로 주방가전 시장은 평균 14% 증가했다. Courtesy: Royal Philips

필립스 가전 사업 매각 1차 입찰 경쟁은 프랑스의 PAI 파트너스(파리 본사, 식료품・소비재 전문)와 미국의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뉴욕 본사) 등 두 사모펀드가 참여했다. 입찰 경쟁이 무산되자 2차 입찰에서 중국 사모펀드 3사 - CDH 인베스트먼트, TCL 테크놀러지 그룹, 힐하우스 캐피털 - 가 참여한 끝의 결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콕 소비 트렌드가 낳은 주방/커피 관련/의류케어 가전제품 시장 부문의 호경기를 반영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전세계적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은 지난 2008~2009년 중동과 미국 서브프라임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금 황금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인간의 의식주(衣食住) 활동과 연관된 소비재 산업 부문에서 더 활발하다. M&A는 부진한 경기와 매출 감소로 재정난에 처한 부진한 기업과 브랜드는 물론, 축적 현금을 활용해 기업구조 개편과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대기업에게 공히 상생 전략이자 기회다.

필립스는 전구 제조업체로 1891년에 설립돼 글로벌 전자용품 가전업체로 성장해오다 2011년부터 가전 부문을 정리하고 헬스케어 부문으로 전략적 매각을 진행해왔다. Courtesy: Royal Philips
필립스는 전구 제조업체로 1891년에 설립돼 글로벌 전자용품 가전업체로 성장해오다 2011년부터 가전 부문을 정리하고 헬스케어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 매각을 추진해왔다. Courtesy: Royal Philips

필립스가 힐하우스 캐피털에 이전한 가전 부문 사업의 기업 가치는 약 37억 유로(우리돈 약 5조 원) 규모다. 오는 2021년 제3/4분기(9월)까지 중국 측에 15년간 브랜드 라이센싱 이전 동의 합의금으로 올해 9월까지 인수총액 외 추가로 7억 유로를 지급받게 된다. 

해외 수출에 사활을 거는 유럽의 제조업계에서 아시아 시장 특히 그 중 중국은 기업이라면 누구나 진출을 갈망하는 꿈의 시장이다. 필립스는 이번 가전 부분 매각 이전부터 이미 조명 부문, 텔레비젼 부문, 오락 부문 사업을 GO 스케일 캐피털 주도 중국 컨소시엄, 홍콩 테크기업 TP 비젼, 일본 라이프스타일-홈엔터인먼트 그룹 푸나이에 각각 매각처분 해왔다.

가정용 덴탈케어용 센스IQ  테크놀러지 탑재 필립스 소니케어 9900 프레스티지(Philips Sonicare 9900 Prestige) 파워 전동 칫솔. Courtesy: Royal Philips
가정용 덴탈케어용 센스IQ 테크놀러지 탑재 필립스 소닉케어 9900 프레스티지(Philips Sonicare 9900 Prestige) 파워 전동 칫솔. Courtesy: Royal Philips

가전 부문 매각 마감과 함께 필립스는 약 30억 유로를 챙기게 되며 이 자금을 헬스 테크 부문에 전력 집중할 계획이다. 실제로 필립스 사는 2020년 4/4분기 보고서에서 7% 매출(이 시기 총 매출액 60억 유로) 증가를 보고했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위기감으로 병원들의 호흡기 장비 및 호흡기 질환 치료용 의료용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탓도 있지만, 실은 지병 환자들의 병원 방문 기피 현상에 따라 필립스의 ‘커넥티드 케어(Connection Care)’ 헬스 부문에서 제공하는 원격 진단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모니터링 장비 판매량이 24%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배경으로, 필립스는 매출 추진동력을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원격 진료 서비스 솔루션, 원격 치과 서비스, 원력 모니터링 시스템 등 환자들이 집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원격 ‘일상 헬스 케어’ 솔루션 시장에서 발견하고, 각종 인간의 사적이고 생리적인 기능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테크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한다.

생체측정 기술, 블루투스 데이터 전송, 30일 건전지 수명으로 미국 식품의양국의 승인을 받은 원격 바이오센서 일회용 스티커. Courtesy: Philips
생체측정 기술, 블루투스 데이터 전송, 30일 건전지 수명으로 미국 식품의양국의 승인을 받은 원격 바이오센서 일회용 스티커. Courtesy: Philips

실제로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필립스의 ‘커넥티드 헬스 케어’ 부분 매출은 19% 증가했다. 필립스는 2020년부터 의료테크 기업 바이오인텔리센스(BioIntelliSense)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체결하고 의사가 환자의 체온, 호흡, 심장박동, 기침 등 신체 이상증상을 원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웨어러블 일회용 바이오스티커 센서를 생산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면 장애도 더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 보다 남성, 특히 과체중의 중장년층에서 나타나던 이 장애는 코로나-19발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 더 길어진 컴퓨터 및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서 무호흡 수면증과 불면을 더 악화시켰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점점 많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앱이나 필립스 CPAP 수면호흡기에 의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필립스 ‘스마트슬립(SmartSleep)’ 웨어러블 코골이 방지 밴드. 올 2021년 1월 라스베가스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코로나-19 이후 수면 및 호흡 케어 장비 매출의 가파른 증가를 기록하며 총매출액은 16억 유로에 달했다.
숙면을 돕는 스마트슬립(SmartSleep) 웨어러블 헤드밴드. 코로나-19 이후 수면 및 호흡 케어 장비 매출의 가파른 증가를 기록하며 헬스케어용품을 포함한 필립스 가전의 총매출액은 16억 유로에 달했다. Courtesy: Royal Philips

코로나-19 감염자 및 중증 환자 수의 감소, 백신 접종 등으로 향후 커넥티드 헬스 케어 부분의 성장률은 더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 매출 성장 예측은 어렵지만 당분간 한 자리 수 성장률을 겨냥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Photo: Melanie Pongratz-. Source: unsplash
Photo: Melanie Pongratz. Source: unsplash

그 사이, 중국은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경제성장율은 판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유럽은 여전히 코로나-19 봉쇄령과 사실상 경제활동 올스톱 상태에 옭아매여 재정난과 관리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게는 유럽 기업 및 브랜드를 호조건에 매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20년 9월 이후 중국 사모펀드 주도 M&A 성사건은 총 775억 달러에 달하며(자료: Refinitiv), 미중간 무역 갈등을 틈타 중국의 대유럽 기업인수는 공격적이고 광적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아 전문기자  gogree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