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두산중공업, ESG 발판삼아 부활의 날개짓...가스터빈, '양날의 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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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두산중공업, ESG 발판삼아 부활의 날개짓...가스터빈, '양날의 검' 될 수 있어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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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터빈, 정부의 신안 해상풍력발전 등과 맞물려 시너지 낼 수도...삼성重, 독자 WTIV 모델로 3대 선급 인증받아

1년전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1주당 3000원대였다. 1년여가 지난 14일 장중 1만4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1년전 두산중공업은 주요 관계사였던 두산건설의 분양실패와 석탄발전사업의 실패 등으로 그룹 전체의 사활까지 좌우할 만큼 큰 위기를 겪었다. 

두산그룹의 해체위기까지 초래한 두산중공업의 부실요인은 변화의 속도였다. 좌초자산이었던 석탄발전사업을 조금 더 빨리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했다면 그같은 위기에 놓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초 정부의 긴급수혈로 기사회생한 두산중공업의 미래에는 여전히 많은 변수가 놓여있다. 하지만, 커다란 위기를 극복한 만큼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녹색경제는 지난 1년간 두산중공업의 변신을 통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더 이어가야 하는지 짚어봤다...<편집자 주>

두산중공업 박지원 대표.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사진=두산중공업]

 

그날 

지난해 3월과 4월, 6월 세차례에 걸쳐 3조6000억원 긴급수혈로 기사회생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3월과 6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았다.

두산중공업이 작년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별도기준으로 3조8000억원가량이었다. 그러나 2019년말 기준 보유한 별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500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자본시장이 경색돼 두산중공업이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도 없었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3월 많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에 1조2000억원을 긴급 수혈했다. 3개월 뒤인 6월에도 1조8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같은 해 4월 두산중공업이 상환해야 하는 외화공모채 6000억원을 전환 대출해줬다. 총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해 준 셈이다. 

대신 두산그룹은 작년 5월29일 채권단과 여러가지 자구노력을 포함한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방안에 합의했다. 

두산중공업이 이같은 경영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다. 하지만 주로 거론되는 이유는 좌초자산으로 분류되는 석탄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고, 주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력으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태생적 사업구조다. 

 

그후 

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했지만...가스터빈은 양날의 검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사업 체질을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등 고전적 발전사업 중심에서 친환경발전사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원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그룹이 보유한 자산뿐만 아니라 일부 계열사들까지 매각할 것도 함께 약속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해 6월17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그룹의 자산 매각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다”며 “매각의 기한을 정해 놓으면 쫓기게 되고 적정가격 아래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두산그룹이 생각하는 매각 시기와 관련해 충분한 검증이 끝난 상태”라며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된다면 긴급 자금지원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두산그룹이 조기에 정상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등급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원장 신진영)은 작년 두산중공업의 ESG경영에 통합 A등급을 줬다. 환경분야에서 A, 사회책임분야에서 A+, 지배구조분야에서 B+등급이다. 앞서 지난 2016년 사회책임분야에서 B+, 2017년에는 지배구조분야에서 B+ 등급을 받은 바 있어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배구조분야는 두산중공업의 ESG경영에서 여전히 약점으로 지적된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 보유주주에 부여하는 제도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해 9월 17일 창원 본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내 친환경 에너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는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공급하겠다. 이를 통해 가스터빈, 해상 풍력, 수소 등 국내 친환경 에너지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도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가스터빈. [사진=서부발전]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가스터빈 [사진=서부발전]

이 중에서 유념해야할 것은 가스터빈이다. 두산중공업은 새로운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가스터빈사업이다. 하지만, 가스터빈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 양날의 검이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9월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독자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석달 뒤인 12월23일 한국서부발전과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가스터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포 열병합발전소는 지난해 착공에 들어가 내년 준공 예정이다. 이 발전소가 가동되면 2년 동안 실증을 받게 된다. 이 실증에 성공하면 가스터빈사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가스발전은 석탄과 마찬가지로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가스발전도 탄소를 배출하기는 석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가스발전은 석탄발전 못지 않은 좌초자산"이라며 "기사회생한 두산중공업이 또다시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면 그것은 가스발전사업을 빨리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2030년 탄소 5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시점에서 가스발전사업은 이미 종말을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입장이다.

[정리=녹색경제]

그리고, 앞으로 

미래 좌우할 '신성장 포트폴리오 강화'...쉬운 길보다 바른 길로 가야

에너지산업은 환경문제와 직결돼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고 추구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국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규범과 협약이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협약에 복귀하면서, 탄소국경세를 비롯한 여러가지 환경규제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에너지산업이 국제적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다른 산업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일찌감치 새 성장동력으로 가스터빈과 풍력터빈, 수소 등을 점찍고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신성장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회장은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급변하는 세계 발전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터빈과 신재생에너지, 디지털솔루션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신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화력과 원자력 발전설비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원자력과 화력발전소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스터빈과 수소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전 폐지는 이번 정부의 핵심공약이고, 화력발전은 국제적인 퇴출사업이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터빈 사업은 앞서 지적한 대로 좌초자산이 될 위험이 있고, 수소발전도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환경단체들은 아직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철강산업의 수소환원철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성공한 사례나 모델이 없기 때문에 이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봐야 한다. 

삼성중공업의 WTIV  독자모델 [사진=삼성중공업]

대신 정부의 그린뉴딜정책으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풍력터빈사업 전망은 밝다.

때마침 삼성중공업이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 WTIV) 독자 모델을 개발하며, 세계 3大 선급인 ABS(미국), DNV(노르웨이), LR(영국)로부터 저탄소 배출 WTIV 개념 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선박은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를 기존 선박대비 50% 절감할 수 있다. 

이왕근 삼성중공업 해양사업담당은 "그린 뉴딜 정책의 핵심 축 중 하나인 풍력 발전시장의 성장으로 WTIV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첨단 친환경 기술이 집약된 독자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48조원 규모의 정부의 신안 해상풍력발전소 사업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같은 경영위기를 또다시 초래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영환경을 다지기 위해서는 쉬운 길보다 바른 길로 가야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가장 핵심기업이다. 그룹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얘기다. 가스터빈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앞두고 있지만, 위험요소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수소 발전은 정부의 정책적인 도움은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화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두산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신성장 포트폴리오'는 늘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업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협조하되 의지하지 않고,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그러자면 쉬운 길은 드물고 늘 힘든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그 길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주저없이 그 길을 갈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해가야 할 것이다.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두산중공업]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두산중공업]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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