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2주년①] 5G 상용화,'세계 최초'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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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 2주년①] 5G 상용화,'세계 최초'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4.02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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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G 상용화 2주년 접어 들어…세계 최초 타이틀로 대대적 홍보 벌였으나,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비판
- 제대로 된 준비 없이 5G 상용화에 돌입했다는 목소리도…정부 및 이통사, 세계 최초 타이틀에 혈안
- 통신업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덕에 세계적 위상 높아져…최근 해외에서의 좋은 성과 발판 돼"

2019년 4월 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의 5G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이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각자 행사장을 마련해 첫 5G 개통자를 맞이하고 이를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5G 상용화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왔다. 5G 서비스를 필두로 네트워크 강국을 이뤄냈다는 자찬 속에 불안정한 품질, 부족한 커버리지 등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최초라는 타이틀에만 매달려 성급하게 5G 상용화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통신업계도 할 말은 있다. 전국 5G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벌인 것은 물론, 향후 여러 산업과 연계한 혁신적인 ICT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지금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G 사업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 녹색경제신문이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너무 빨리 첫 걸음을 내딛었다"

정부와 이통3사의 주도 하에 세계 최초로 국내에 상용화된 5G 서비스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상용화 2주년을 맞은 5G 서비스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66만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확보했으나, 가입자들은 속도·커버리지 등 질적 측면에서 불만족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와 이통사가 5G망이 제대로 구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을 현혹해 비싼 요금제를 팔아치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와 이통3사는 5G와 관련해 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목을 메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2018년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발사했다.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을 당시 정부는 4월 5일을 첫 상용화 시기로 잡았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일정을 이보다 하루 앞선 4월 4일로 앞당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들과 긴급 협의를 개최해 일정을 3일 밤으로 변경했다.

'홍보 문구'로 전락한 세계 최초 타이틀…소비자 불만만 키워

결과적으로 버라이즌보다 2시간 가량 먼저 5G를 상용화한 정부와 이통사는 이를 대대적인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일부 이통사의 5G 서비스 소개란에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영화를 1초도 안 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4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축하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5G를 "기존 4G보다 속도는 20배, 연결할 수 있는 기기는 10배 늘어나고 지연 속도는 10분의 1로 줄어든 통신 고속도로"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5G 기술 융합으로 자동차, 드론, 로봇, 지능형 CCTV를 비롯한 제조업과 벤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산업 전체의 혁신을 통한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국민들은 보다 빠르고 원활한 네트워크, 혁신적인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당시 이통사가 전국에 설치하던 5G 기지국은 LTE보다 20배 빠른 28GHz 대역이 아닌 LTE보다 4배 가량 빠른 3.5GHz 대역이었다. 28GHz 대역은 주파수 특성 상 도달 범위가 적어 3.5GHz 대역에 비해 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그마저도 기술의 한계상 5G 첫 도입 당시의 속도는 LTE의 2배에 불과했다. SKT는 자사 홈페이지에 이론 상 최대 데이터 속도를 2.7Gbps라고 소개했다. KT는 2.1Gpbs, LGU+는 2.1Gbps였다. LTE의 최대 속도는 1Gbps이며, 28GHz 대역 5G의 최대 속도는 20Gbps에 달한다.

이통3사는 5G 기지국 수를 2019년 4월 3만5000개에서 지난해 2월 10만9000개로 착실히 늘려갔으나, 이는 3.5GHz 대역에만 국한된 것이었다. 28GHz 대역 기지국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한 개도 없었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항의에 나섰다. 지난해 참여연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이통3사를 5G에 대해 허위 및 과장 광고에 대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최근에는 5G 가입자들이 이통3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세계 최초 타이틀, 정말로 허상에 지나지 않을까

사실 수많은 기업들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탐내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업계를 선도한다는 브랜드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평생 '퍼스트 기업'으로 각인될 수 있다.

통신업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5G 사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만약 대한민국이 평창 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시작하지 않거나 가장 먼저 5G를 상용화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의 5G 점유율이 지금 수준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통3사는 5G 관련 서비스와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며 시장 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T는 SKTS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최대 통신사 연합체인 브리지 얼라이언스와 협력해 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허브를 구축하는 등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싱텔, AIS 등 해외 이통사와 손을 잡고 게임 플랫폼 합작회사 설립에도 나섰다.

KT는 5G 상용화 이후 1년 만에 대만 통신사 파이스톤과 5G 서비스 공동 개발 및 콘텐츠 제휴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T는 파이스톤의 디지털 브랜드 'friDay'를 통해 5G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비롯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웹툰 등을 수출했다.

LGU+는 태국 최대 이동통신사 AIS에 1114만달러(약 126억원) 규모의 5G 솔루션 및 콘텐츠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중국을 시작으로 홍콩, 일본, 대만에 이은 다섯 번째 5G 수출이다. 누적 금액은 2200만달러(약 248억원)에 이른다. LGU+는 VR·AR 콘텐츠와 플랫폼 구축, 서비스 상용화 테스트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5G를 서비스했다는 위상으로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더불어 삼성전자 등도 5G 통신장비 수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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