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안갯속' 배터리 소송전, 복잡해진 양사의 속내와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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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분쟁] '안갯속' 배터리 소송전, 복잡해진 양사의 속내와 경우의 수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4.01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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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는 LG 손을,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SK 손 들어줘
단기간에 합의가 속도낼 가능성은 낮아...미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모든게 달려
거부권 행사여부에 특허침해 소송 예비판결 결과 반영될 가능성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키를 쥐고 있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번엔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ITC의 특허침해 소송 예비결과로 인해 SK이노베이션에게 희망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ITC는 양사 간 특허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이 예비결정은 판정을 번복하는 변수가 없는 이상 8월 2일 확정된다. 

ITC는 지난 3월 5일 최종의견서 공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밝히며 LG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수입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 때만 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소송 대전의 승자가 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영업비밀 침해가 아닌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ITC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면서 양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패소해도 특허 침해 소송에서는 승소하는 결과가 예상되며 한쪽이 완벽히 승리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게됐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다시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ITC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향후 적극적인 소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우선 이번 ITC의 결정은 미국 내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지아 주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여러차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며 미국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해달라고 SK이노베이션을 도와줬었다. 리 예이츠 전 미 법무부 차관을 공공정책 고문으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 민주당 소속의 케네디 일가와 인연이 깊은 로비회사 캐피톨시티그룹과 계약을 맺는 등 활발한 로비활동이 성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 합의 단기간 속도 낼 가능성은 낮아...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모든 게 달렸다

하지만 양사의 합의가 이번 예비판결을 계기로 단기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은 낮다.

이번 특허침해 결과와 관계없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해 합의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특허침해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와는 완진히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합의금을 받아내겠다는 의지가 무척 강력하다. 

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 전에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보인다. 4월 10일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다면 ITC의 영업비밀 침해판정은 그대로 확정된다. 거부권 행사 결과를 보고 양사가 본격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는 이번 판결이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여부다. 양사는 현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현지에서 치열한 물밑 작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 소송 결과 예상치 못한 승리를 이끌어 내면서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높아진 게 사실이다. 미국 내 여론도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해 보이는 상황이다. 거부권 행사가 일어나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되며, 거액의 합의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각에서는 만약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다면 판결이 확정되고 양사가 합의에 서두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승리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반쪽 승리'를 얻게될 LG에너지솔루션이 3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그대로 주장할 명분이 다소 약화된 게 사실이다. 

양측 대립이 길어질 수록 미국과 중국만 도와주는 꼴이라는 세간의 부정적 인식도 심각하다. 때문에 미 대통령 거부권 행사여부 이후 조 단위에 육박하는 소송비용을 계속 지불하며 양사가 맞서싸우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양사가 합의금을 두고 계속 싸우면서 '끝장 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항소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소송 리스크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별로 없어 양사가 미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전에 합의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거부권 행사에 양사 배터리 사업 운명이 걸려 있는 상태로 결과가 나온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에 이를 수도 있고, 항소까지 이어지며 소송 리스크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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