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천국 쓰레기지옥③] 폐기물부담금, 실효성 논란에도 法은 제자리...시멘트업계, 석탄 대신 '플라스틱'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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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천국 쓰레기지옥③] 폐기물부담금, 실효성 논란에도 法은 제자리...시멘트업계, 석탄 대신 '플라스틱' 태운다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3.26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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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률, 산업용 플라스틱 100% 생활용 플라스틱 30%
폐기물부담금의 환경 개선 기여도는? 실효성 문제도 제기
시멘트산업, 화석연료 대체 연료로 사용...ESG경영과 맞닿아 "유용"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배달음식이나 택배 주문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남에 따라 배달용기 및 택배 부산물 재활용 쓰레기 처리 관련 문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다.

이와 관련하여 녹색경제신문에서 3부작으로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처리 현황 및 업체들의 노력,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시리즈로 심층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註)>

"제일 억울한건 '재활용'을 100%에 가깝게 잘 하고 있는 '산업용 플라스틱'만드는 기업들입니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담는 용기 쓰레기가 많아지고 있는데, 폐기물 부담금을 높인다고 해도 그쪽은(생활용 플라스틱 제조쪽) 어차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억울하진 않죠"

26일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 고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생활 포장쪽 폐플라스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책은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모든 업체를 포함하다 보니 문제가 되고 있다"며 "환경부가 두 산업을 구분지어 각 산업에 맞는 정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생활포장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전체 이용 규모의 90%를 차지한다.
[사진=EBS STORY 유튜브 캡쳐]

산업용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100%인데...생활용 플라스틱은 30%에 불과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에 따르면 산업용 플라스틱은 PP와 HDPE 두 종류가 대부분이다. 완성품 자체가 산업용파렛트나 컨테이너 등으로 제한적이고 수명이 다 돼 수거 및 재활용을 할 때도 단일소재다 보니 재활용률은 100%에 가깝다.

문제는 높은 폐기물 부담금의 원인이 '생활용 플라스틱의 낮은 재활용률'이라는 것.

생활용 플라스틱은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플라스틱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 됨에 따라 배달음식 포장 등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색을 입히거나 특수 가공이 되기 때문에 회수가 된다고 해도 재활용률은 30% 수준이다. 환경부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내세우며 제공자가 자발적으로 폐기물을 줄이도록 폐기물부담금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산업에서 사용되는 파렛트는 단일소재이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100%에 가깝다.
[사진=리온세 유튜브 캡쳐]

생활용 플라스틱이 전체 규모의 90%를 차지...환경부, "규정을 더 세분화 하기는 어려워"

2003년 당시에는 kg당 7.6원으로 법이 만들어져서 기업들의 저항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 비용이 점점 올라 1kg에 150원으로 20배나 오르고 나니 부담이 커진 산업용 플라스틱을 제작하는 기업들은 차등 적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다시 업체간 갈등이 생겨나고 정부와 기업 모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가능성이 있다"며 "매출액이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라고 말했다.

생활용 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정부 입장에선 소규모의 산업용 플라스틱을 위해 구체적이고 세분화하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일이 구분해서 분리배출하기에는 까다로운 플라스틱과 비닐류.
버려지고 나면 작업장에서 육안으로 분류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한국환경공단]

폐기물부담금의 환경 개선 기여도는? 실효성 문제도 제기

"폐기물부담금을 무조건 내지 않겠다는게 아니에요. 그런데 실제로 (폐기물부담금이)환경 개선에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요. 그냥 업체가 돈만 더 내는게 아니냐는거죠."

플라스틱 제조업체 다다마의 관계자는 폐기물부담금 제도와 관련해 '실효성'을 지적했다. 

업체로부터 거둬들인 폐기물부담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법' 제3조 제12항에 근거해 환경개선 특별회계에 귀속된다. 법안에는 이 폐기물부담금이 재활용 시설, 연구, 기술개발 등에 쓰인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부 업계와 학계로부터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폐기물부담금제도 교육영상
[사진=한국환경공단 유튜브 캡쳐]

늘어나는 폐플라스틱, 시멘트산업 대체연료로 사용...시멘트협회, ESG경영과 맞닿아 "유용"

현재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처리 방안의 핵심을 '고품질화'로 보고 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업에 다시 이용하는 것이다. 

시멘트업계의 ESG경영 핵심 키워드인 '순환자원 재활용'은 환경부의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가연성폐기물로 대체해 순환자원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폐플라스틱 문제는 시멘트업계가 앞장서 해결하고 있다. 미국 CNN 보도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의성 쓰레기산’은 쌍용C&E를 비롯해 삼표, 한일, 아세아, 성신 등 주요 업체들이 연료로 재활용하면서 해결됐다.

시멘트협회는 “아직 ESG경영이 선언적 구상 단계인 타 산업과 비교해 이미 실질적인 성과 측면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재활용 확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및 중국 등 전 세계적인 추세다. 

코엔 코펜홀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0년 내 시멘트 제조연료의 95%를 재활용 폐기물(순환자원)로 대체할 것”이라며 “유럽에서 시멘트산업은 순환경제 생태계의 첨병이며 환경 측면의 이익도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유럽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46%인데 비해 국내는 25%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열린 ‘제1회 플라스틱포럼’에서 강태진 서울대 교수도 “유럽에서는 시멘트 킬른(소성로)을 이용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이 적극 추진 중”이라며 “국내 시멘트산업이 과거 폐타이어를 킬른 연료로 사용해 환경문제를 해결했듯, 이를 폐플라스틱에도 적용하면 플라스틱 공해도 잊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지식사회연구회는 제1회 플라스틱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TINNEWS & KOREA FASHION NEWS 유튜브 캡쳐]

시멘트업계는 최근 정부가 추진한 ‘탄소중립’을 위해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산학연관 협의체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도 구성했다.

위원장인 김진만 공주대 교수는 “시멘트산업은 폐기물을 안전하게 재활용하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며 “시멘트업계가 더 많은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사용해 탄소중립을 실현토록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업계는 이미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한 환경경영, 연 250억원 규모 지역사회공헌활동 등 ESG 경영의 기반을 마련해 왔다”며 “향후에는 ESG경영을 더욱 체계적으로 강화해서 굴뚝산업이라는 과거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환경 산업으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시멘트업계는 최근 정부가 추진한 ‘탄소중립’을 위해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산학연관 협의체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도 구성했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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