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LG-SK 배터리 분쟁에 미국과 중국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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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분쟁] LG-SK 배터리 분쟁에 미국과 중국이 웃는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2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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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소송비용+로비비용 1조 육박할 듯...미국 일자리까지 책임지겠다고 다툰다
폭스바겐의 등돌림에는 양사 분쟁 장기화가? 중국 CATL 글로벌 1위 굳히나
협상 진척없이 열띈 장외전...4월 11일 바이든 거부권 행사 여부에 '촉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에 미국과 중국이 웃고 있다.

미국 소송비용만 1조원으로 추정되며, 양사의 경쟁으로 미국 일자리만 늘어나게 생겼다. 중국은 CATL 등이 폭스바겐 물량을 국내 업체로부터 뺏어가며 큰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와 LG의 배터리 분쟁이 장기화되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만 웃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일본 TV업체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TV시장에서 좌초한 역사를 두 업체가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 소송비용+로비비용 1조 육박할 듯...미국 일자리까지 책임지겠다고 다툰다

현재 양사가 미국 현지 로펌에 지급해야할 금액은 소송이 진행되는 향후 수년간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현지 로펌을 선임해야 한다. 양사는 이미 복수의 미국 로펌과 계약을 맺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 로펌에만 매월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정치권, 시민단체 등을 향한 각종 로비비용까지 합칠 경우 양사의 미국 소송비용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물론 이 비용들은 모두 미국이 가져간다. 

현재 이만큼의 돈을 미국에 벌어다 주면서 양사는 미국의 일자리까지 서로 책임져 주겠다고 다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면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야 조지아주 '실업대란'을 막을 것"이라고 밝히자,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이 투자로 1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래저래 양사의 대립각이 커질 수록 미국이 얻게 될 이익은 커져가는 셈이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한을 꽉 채워 마지막 날인 11일 거부권 여부를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며 양사로부터 최대한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분쟁을 장기화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등돌림에는 양사 분쟁 장기화가? 중국 CATL 글로벌 1위 굳히나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도 양사 분쟁으로 커다란 수혜를 입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은 2023년까지 통합 배터리 셀을 자사 모델 80%에 장착해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하고, 2030년까지 유럽에 배터리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를 6곳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 내재화가 될때까지는 중국 CATL 등으로부터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원통형 위주의 K배터리 사용량은 대폭 줄이기로 했다. K배터리를 버리고 중국산으로 갈아탄다는 얘기다. 

이미 폭스바겐은 최근 각형 배터리를 중장기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삼성SDI·SK이노)에 통보했다. 

폭스바겐의 이러한 발표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가장 우선이지만 SK와 LG의 배터리 분쟁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폭스바겐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를 공급사로 두고 있어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료: SNE리서치

양사 분쟁으로 중국 CATL은 수주물량 증대라는 확실한 수혜를 입었다. CATL의 현재 글로벌 점유율 1위 지위가 더욱 공고해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은 34.3%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는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CATL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4.3GWh로 점유율 31.2%를 기록했다. 2위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8.5%(2.5GWh)였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 외에도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모습이다. 비야디는 아우디와 포르쉐가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프리미엄 전기차 플랫폼(PPE) 배터리 납품업체로 낙점됐다.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유럽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의 고성능 배터리 셀을 생산하기로 했다.

양사의 분쟁이 장기화될 수록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사들로부터 물량 수주를 늘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사 협상 진척없이 열띈 장외전...4월 11일 바이든 거부권 행사 여부에 '촉각'

현재 양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4월 11일 있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사의 로비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양 사가 유리한 결과를 이끌기 위해 백악관 로비에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양사는 현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도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ITC는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양사는 협상은 커녕 열띈 장외전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경쟁사(LG에너지솔루션)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외 출장 중인 김준 사장을 대신해 의장을 맡은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는 김 사장 명의의 인사말을 대신 발표했다. 그는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재차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분쟁 장기화를 예상하고, 최근 샐리 예이츠 전 미국 법무부 부장관을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1일 이사회에서 감사위원회가 글로벌 수준의 소송대응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라"고 주문하자 즉각 움직인 것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벌이는 법적 분쟁과 관련해 예이츠 전 부장관을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하고 자문을 받고 있다.

LG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25일 오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제품이 합법적으로 만들어졌을 거라 믿고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며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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