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현대차그룹-애플, 전기차 협상 공식부인...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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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현대차그룹-애플, 전기차 협상 공식부인...진실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2.08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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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8일 애플과 전기차 협업 공식 부인
현대차와 애플이 향후 협력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란 분석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협력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애플카' 협력 기대감에 상승했던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며, 현대차와 애플이 향후 협력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봤다.

현대차그룹은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이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해당 공시가 나오면서 현대차그룹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현대차는 이날 전일 대비 6.21% 떨어진 23만4000원에, 기아차는 전일 대비 15%가량 하락한 8만6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 연합뉴스]

"잠시 멈춤으로 봐야" 


애플카 협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주가가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방송 CNBC은 이날 현대차와 애플 간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앞서 CNBC는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차 공장에서 애플카를 제조하기 위한 계약이 임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현대차그룹의 공시에 대해 공통적으로 "협상 결렬이 아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 협상이 결렬된 게 아니라 밑작업 중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시 캡처]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이날 공시에서 애플과의 협업 자체를 부인한 게 아니라,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대상을 '자율주행차 개발'로 특정한 사실에 주목했다. 자율주행차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협업은 지속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완전자율주행은 향후 4~5년 이후에도 완벽하게 안 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량'이라는 말을 굳이 안써도 된다"며 "더군다나 자율주행 개발은 앱티브와 이미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앱티브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및 지향하는 그림이 애플과 다를 수 있으므로 민감한 사안인 자율주행을 빼놓고 나머지 부분(전동화, 커넥티드카)의 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 역시 "애플은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센서 퓨전 등 핵심 부품·칩 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해왔던 완성차(현대차그룹) 업체와 마찰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플이 타 업체와 협업을 맺어온 특성에 주목하며 "애플이 현대차와 협력 논의를 일단 '홀드'해 놓은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애플은 여러 업체들과 복수로 협약을 진행한 뒤, 그중 가장 유리한 조건의 업체로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며 "이는 특정 업체와의 계약이 가시화될 경우 나머지 업체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적극성을 띄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한국 언론 매체에서 기아와 애플이 2월 17일 도장을 찍는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다른 업체들과의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현대차그룹과의 논의를 중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양사 협업을 다룬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기밀유지를 중시하는 애플이 협의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6일 양사의 협상 중단을 최초 보도하며 애플이 해당 논의가 외부로 새어 나간 데 대해 "화가 났을 것"이라면서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애플은 극비리에 애플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현대차 측의 발언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과도하게 노출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고압적인 협상문화가 최종 타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애플이 악독한 수준의 비밀유지를 요구한 것은 물론 아이폰 식으로 수직하청구조에다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갖는 방향을 고수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똑같이 적용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몇 개월 내 전격적인 협업 발표 나올까


"미래 먹거리로 '바퀴달린 아이폰'을 구상하는 애플이 중대한 신사업 발표를 협력 회사가 먼저 발표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한국발 애플카 협력 보도와 현대차의 잇단 공시에 의문을 품었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이번 공시를 통해 애플이 원하는 그림을 맞춰준 것"이라며 "해당 발표로 과열된 국면이 조정되면 애플은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재개하고 먼저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애플카 생산은 현대차그룹 외에도 다수의 완성차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일본 언론은 지난 4일 애플이 다수 일본 자동차업체와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애플은 일본 완성차 외 미국의 테슬라나 GM 등과도 접촉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기아 양재 사옥. [사진 현대차그룹]

다만 김필수 교수는 애플 입장에서 볼 때 기아가 가장 좋은 선택지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애플이 다른 업체와 협업 논의를 진행한다고 해도 굉장히 까다로운 애플 측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글로벌 제작사가 거의 없다"며 "몇 개월 내 양사 협업이 전격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애플과의 협의는 향후 현대차그룹이 타사와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애플카 말고도 구글카, 아마존카, LG카, 삼성카 등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다"며 "주문형위탁생산 모델에 대한 원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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