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권광석 우리은행장, 코로나19 위기극복 사명 받고 돌아온 은행 '홍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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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권광석 우리은행장, 코로나19 위기극복 사명 받고 돌아온 은행 '홍보맨'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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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장으로서 특이하게 1년 임기···내부안정·조직혁신에 숨가빴던 한해
▲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 = 우리은행 제공)
▲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 = 우리은행 제공)

 

전 세계에 여파를 미친 코로나19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변화에 촉매 역할을 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비대면 풍토가 자리잡았고, 안그래도 은행 미래전략의 가장 윗 줄에 있었던 디지털화는 더욱 가속됐다.

어려운 내외 환경 속에서 은행권의 2020년 한해 농사는 나쁘지 않다. 혹자는 이를 백안시할지도 모르지만, 위기는 누구에게나 위기고, 어려움은 모두에게 공평했다.

변화의 물길을 빠르게 읽어내고 방향타를 단단히 부여잡는 리더십과, 묵묵히 일선 현장에서 소임을 다했던 은행원 모두의 공이다.

코로나19로부터 비롯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치기 전부터, CEO 중징계라는 위기에 직면했던 우리은행은 2020년 더 거칠게 조직이 흔들렸다.

4대 시중은행 거대한 선체의 복원력을 회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많은 이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바쁘게 지냈던 것은 임기 1년 남짓 앞두고 있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이다.


◆ 그날
우리은행 홍보실장, 2년 만에 컴백

▲ 2020년 ‘더 뱅커(The Banker) THE BANK OF THE YEAR’ 시상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우리은행 권광석 은행장이 3개 부문 수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 우리은행 제공)
▲ 2020년 ‘더 뱅커(The Banker) THE BANK OF THE YEAR’ 시상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우리은행 권광석 은행장이 3개 부문 수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 우리은행 제공)

 

2020년 2월 11일,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숏리스트 3인 중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를 차기 은행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당시 경합했던 이들은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과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사장.

당시 임추위는 "우리금융지주 설립 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을 처음 분리해 운영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적임자"라며 "은행의 조직 안정화를 이끌고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1963년인 권 행장은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2015년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2017년 우리은행 IB그룹장, 2017년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2018년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우리금융을 잠시 떠난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홍보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주주총회 이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별도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 권 행장은 "우리은행은 DLF 사태와 코로나19가 촉발한 팬데믹으로 인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의 변화와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첫 업무로 코로나19 관련 대고객 지원 현황 등을 점검하며 "은행은 실적이나 KPI 보다는 당장 생업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고객들이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2020년 우리은행의 3대 경영방침으로 권 행장은 ▲고객신뢰 회복 ▲조직 안정 ▲영업문화 혁신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 영업과 고객중심의 영업문화를 확립하고, 조직 안정을 통해 직원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여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며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철저히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하고 개선하여, 어떤 경우에도 항상 고객을 최우선시 하는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 그후
1년 임기 동안 내외 위기상황 얼마나 추스릴 수 있을까?

▲ 2020년 7월 17일 열린 '2020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예정에 없이 깜짝 이벤트로 무대에 올라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권광석 행장 (사진 = 우리은행 제공)
▲ 2020년 7월 17일 열린 '2020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예정에 없이 깜짝 이벤트로 무대에 올라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권광석 행장 (사진 = 우리은행 제공)

 

통상 2년~3년의 은행장 임기가 부여되는 것과 달리, 권 행장은 1년 임기로 조만간 연임 여부가 판가름된다.

짧은 임기는 우리은행이 처한 내외 위기 상황의 소방수로서 권 행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시그널.

권 행장의 선임 직전 우리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펀드 사태 등에 연루되며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이보다 앞서 2017년 불거진 채용비리 사태도 가장 먼저 터지며 추락한 소비자신뢰 회복이라는 난제를 떠안고 있었다.

권 행장은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부통제시스템, 고객신뢰, 조직안정으로 이어지는 삼각축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수치도 말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8년 당기순이익 2조51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2019년 1조5270억원으로 물러앉았다.

물론 이는 지주 재출범과 관련해 6개 자회사가 이전하며 회계상 손익이 감안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2020년도 1조3632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떨어졌다. 2020년 실적에도 자회사 이전 관련 회계상 손익이 1380억원 가까이 포함됐다.

또한 코로나19나 사모펀드 사태 등 미래를 위한 대손비용 충당 규모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은행의 건전성은 타이트한 관리를 해왔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016년 0.98%였던 것이 지속 감소해 2020년 0.32%를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해도 0.08%p 감소했다.

연체율도 2019년 4분기 0.30%였던 게 2020년 4분기 0.25%로 줄었다.

은행 우량자산비율은 2016년 75.5%에서 2020년 87.5%로 늘었다.


◆ 그리고, 앞으로
권광석 "위기극복은 122년 우리은행 역사의 DNA"

▲ 2021년 1월 22일 열린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는 권광석 행장 (사진 = 우리은행 제공)
▲ 2021년 1월 22일 열린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는 권광석 행장 (사진 = 우리은행 제공)

 

2021년 1월 22일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갖는다. 이날 권 행장은 "122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위기극복 DNA에 ‘혁신 D.N.A’를 더해 미래 디지털 금융시대를 주도해 나가자"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혁신 D.N.A'는 올해 3개 경영 추진방향을 디지털 혁신(Digital), 지속가능 성장(Net), 수익기반 확대(Action)으로 설정하고 각 영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키워드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1899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자본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을 그 뿌리로 여기고 있다. 대한천일은행은 조선상업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광복 후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이름을 바꾼다.

IMF 외환위기 이후엔 한일은행과 합병하며 한빛은행으로 이름이 바뀌고, 2001년연 평화은행을 흡수하며 지금의 우리은행으로 자리잡았다.

우리은행의 아픈 역사는 한빛은행의 탄생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예보를 통해 투입됐던 공적자금은 12조8000억원 수준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투입된 공적자금의 관리를 위해 2001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 이래, 민영화는 논란과 지지부진이 계속됐다.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늘 회자되는 것은 '대어를 누가 삼킬 것'이냐는 물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1차 민영화 추진 과정에선 유력 후보인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2011년 2차 민영화에선 당시 MB 정권의 힘을 입은 강만수 전 산은회장의 '메가뱅크론'이 특혜 시비가 일며 다시 무산.

2012년 3차 민영화에선 다시 유력한 선수인 KB금융그룹이 발을 뺀다.

결국 2014년 4차 민영화에선 '쪼개 팔기'가 진행,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은 NH농협금융지주가,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은 BNK금융지주가,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이, ▲우리F&I는 대신증권이,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지주가 가져간다.

4차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는 해체되고, 남은 계열사는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들어간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1월 재출범한다. 당시 "지주사가 공식 출범하면 상대적으로 은행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던 손태승 회장의 말처럼 '숙원'이었던 것.

▲ 시중은행 최초로 전면 복장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회의 모습 (사진 = 우리은행 제공)
▲ 시중은행 최초로 전면 복장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회의 모습 (사진 = 우리은행 제공)

 

'위기극복'을 위한 우리은행의 다양한 시도 중 눈에 띄는 점은 조직개편과 관련한 부분이다.

2020년 7월 우리은행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 조직체계를 도입한다.

부서와 팀의 중간 형태인 'ACT(Agile Core Team)'를 신설한 것. 필요할 경우 수시로 설립돼 경영진으로부터 부여 받은 미션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ACT의 리더는 부서장의 권한을 갖고, 지원업무는 관련 소관부서가 대행하면서 권한은 크게, 업무는 간소화했다.

본사 조직 차원에서의 애자일 문화가 아니라, 일선 영업현장의 재편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2021년 1월 4일부터 거점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VG(Value Group)제도가 그것이다.

거점점포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을 그룹화해 협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같은 VG에 속한 영업점간 공동 영업과 업무 노하우 공유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공동관리를 통해 고객에게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휴가나 연수 등으로 결원이 다수 발생하는 영업점에는 같은 VG에서 상호 인력지원도 가능하다.

VG 단위 공동평가로 내부경쟁 과열은 지양하고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한 협업을 강화한다는 측면은, 은행 내외에서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되고 있는 과당경쟁 부작용을 일소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또 자산관리그룹 내 ‘투자상품전략단’을 신설해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 상품전략 추진을 통해 자산관리 영업의 재건을 추진했다.

투자상품전략단은 펀드, 신탁 등 자산관리 상품을 총괄해 포트폴리오 중심의 상품전략 수립 역할을 수행한다. 

나아가 상품전략수립의 전문성과 상품개발∙검증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이로써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투자전략은 물론 고객의 투자위험을 보다 더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혁신과 병행해 우리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이와 같은 내부 혁신은, 은행들이 처한 작금의 경영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오프라인 채널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 비단 은행만이 아니라,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산업 전반에서 최근 가장 중요한 화두다.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등의 금융진출 가속화로 금융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VG제도 시행으로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영업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대면채널 역량 강화로 고객에게 고품격의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노림수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3월 만료된다. 일정과 절차를 감안하자면 우리금융그룹 임추위는 2월 중순 차기 행장 후보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예단하긴 조심스럽지만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권 행장 취임에 앞서 일련의 악재들로 인한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들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4대 시중은행 최초로 복장자율화를 도입한 점이라든지, 임원회의 영상을 공유하는 등의 시도는 조직 내에서 호평이다.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인사도 마무리됐다는 점 역시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두 번째 중징계 통보를 받았고, 2월 25일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이보다 앞서 DLF사태로 인한 중징계는 소송전으로 맞서며 3월 2차 변론기일이 잡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올해도 얼마나 계속될지 불투명하다. 이와 같은 내외 경영환경 리스크 속에서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 교체를 단행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평가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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