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욱 NKDI 소장 "北, 지방에 권한·책임 이전...경제 책임 떠넘기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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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병욱 NKDI 소장 "北, 지방에 권한·책임 이전...경제 책임 떠넘기려는 것"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2.04 0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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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사정은 아주 나쁘지는 않아...코로나·대북제재·풍수해 등으로 경제실적은 나빠"
- "김정은 실패 인정과 눈물은 그의 방식일 뿐...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 "올해 9월 남북한 금융용어사전 발간...앱도 함께 선보일 것"
- "북한 IT 인력 우수하고 풍부...코로나19 환자는 격리 또는 격폐해 감염 많지 않을 것"

김병욱(58) 북한개발연구소(NKDI) 소장은 탈북자 출신 국내 북한학박사 1호로 잘 알려져있다. 평양기계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던 그는 지난 2002년 아내와 어린 두 자녀와 함께 탈북했다. 북한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의 아내 김영희씨는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위원이다.

지난 2012년 개소한 북한개발연구소는 올해 남북 금융용어 사전을 만들고 있다. 오는 9월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편리한 사용을 위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함께 제작된다고 김병욱 소장은 소개했다.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지난달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중국과 북한은 아직까지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대해 축전이나 통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5년만에 노동당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는 김정일 정권에서는 한번도 개최된 적이 없었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1년 권력을 세습한 이후 이번이 2번째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부문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내각을 대폭 개각했다. 

녹색경제는 김 소장을 만나 북한의 경제실태와 8차 당대회 이후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편집자 주(註)>>

김병욱 소장 [사진=녹색경제]

지난달 8차 당대회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20여일간의 긴 공식일정으로 치러졌다. 그만큼 중요했다는 것인데 김 총비서의 개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지난해까지는 기업들의 자율성 높이는 방식으로 경제 해법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 당대회에서는 지방 분권화를 제시했다. 다시말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들을 먹여 살리라고 한 셈이다. 

기업이라고 해서 우리나라같은 민간기업은 아니다. 북한에서 전임적 소유 기업은 국영기업인데, 완전히 국가 소유라는 의미다. 이것 말고 협동적 소유기업이 있는데, 협동자금을 댄 인민들이 국가와 동업을 하는 형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방 분권화에는 '위임분권화' 방식과 '이전분권화' 방식이 있는데, 북한이 이번에 하려는 것은 위임분권화로 보여진다. 경제와 관련한 권한을 지방행정단위(도(道)인민위원회, 구·군(區·郡)인민위원회)에 대폭 이전해 경제난을 해결하고 자력갱생하겠다는 것이 이번 경제대책의 골자다. 

상당부분의 권한을 도(道)인민위원회에 위임하고 인민위원회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와 생활을 책임지게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이번 당대회에서 말하는 '개혁'이다. 사실상은 정치적 책임을 (남한의) 지자체와 기업에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기업들에게 (인민들을) 먹여 살리라고 했었다. 대신 기업들에게 무역 권한을 대폭 이전했고, 기업들이 중국에서 식량을 수입해서 식량난을 해결한 것과 맥락은 비슷하다. 

북한이 중국같은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확대되면 북한의 경제사정은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말은 자력갱생이라고 하지만, 북한 경제는 여전히 중국에 달려있다. 

현재 북한의 식량사정과 경제사정에 대해 말해달라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은 정말 어려웠다. 그때 이후 북한에서는 배급제도가 사라졌다. 식량사정은 이전에 비해 좋은 편이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부분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그리고 태풍과 홍수피해 등으로 지난해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배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식량은 장마당(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예전 식량 사정이 안좋을 때는 쌀값이 강냉이(옥수수) 값보다 2배 가량 비쌌다. 최근에는 쌀값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 식량 사정이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당대회에서 김 총비서가 이례적으로 경제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인민들에게 사죄하기도 했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은 총비서의 방식일 뿐이다. 김 총비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북한을 통치한다. 그의 방식은 '솔직하게'와 '현실적으로' 같은 말로 대신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북한사회도 예전처럼 주민을 속이거나 은폐하는데 한계가 있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이 500만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들도 보고 듣는 것이 있다. 

김 총비서가 눈물을 흘린 것은 일종의 체제위기감 같은 것도 있는 것으로 본다.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의식하고 이를 무마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경제사정도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당대회 이후 북한 매체들은 올해는 ‘정비의 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것은 처음 사용하는 용어다. 쉽게 말해서 더 망하지는 말자는 의미다. 예전에는 '완충의 해'라는 표현을 썼다. 도약을 위해 준비하자는 의미였다. 도약은 포기했다고 본다. 

다만, 경제난의 원인에 대해 기존에는 대북제재 등 대외적인 요인들을 탓했는데, 이번 당대회에서는 그것은 어차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내부적인 요인들을 점검해서 개선할 점들을 찾아보자는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한계는 있겠지만, 다소간 성과가 있을 수 있다. 

올해 작업하는 남북금융용어사전에 대해 설명해 달라

북한에는 세개의 은행이 있다. 조선중앙은행, 조선무역은행 그리고 최근에 생긴 조선상업은행이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군단위까지 상업은행 저금소(은행 지점)가 생겼다. 상업은행은 기업에 대한 대출·예금 업무를 본다. 도, 시 단위까지는 무역은행이 들어가 있다. 무역은행은 무역기관을 대상으로 환전·송금·대출을 해준다. 

조선중앙은행은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북한에도 신용카드가 있고, 전자결제도 이뤄진다. 인트라넷을 통해 스마트폰도 많이 사용하고 어플리케이션 개발도 활발하다. 

따라서 남북한이 사용하는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 올해 발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북한의 IT산업이 제법 발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북한의 IT산업 수준에 대해 말해달라

1980년대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북한의 모든 대학생들에게는 컴파일러어 같은 컴퓨터 언어가 필수였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IT인력이 많다. 게다가 데이터 이용이 쉽다. 우리처럼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던지 하는 개념이 아예 없다. IT분야의 연구인력들에게는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하드웨어는 취약하지만, 소프트웨어 인력은 질도 높고 풍부하다. 

그런 이유로 중국 기업에 들어가서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을 해주고 외화벌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기업들이 인도에서 IT인력을 데려다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할 수 있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북한 매체를 살펴보면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격리'라는 용어와 '격폐'라는 용어가 구분돼서 사용된다. '격폐'는 우리식으로 하자면 '코흐트 격리'다. 숫자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진자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은 지난 2002년 사스 유행 때문에 경찰청 휴게소에 격폐시설을 만들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예방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약을 팔려면 병이 걸려야 한다'는 식의 사고를 하기 때문에 병이 걸리지 않아야 자본가들이 파는 약을 먹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이다. 

북한은 정부가 주민의 이동을 쉽게 통제하고 수시로 방역을 한다. 확진자가 많이 나오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김병욱 소장은>

1963년 평양 출생 평양기계대학 졸업 2002년 8월 탈북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사 동국대 북한학 박사 동국대·동덕여대 초빙교수 2012년 북한개발연구소 소장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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