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자사주 '1500'주 매입했던 박정호 SKT 사장의 자신감…1년 지난 지금 맺은 결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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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자사주 '1500'주 매입했던 박정호 SKT 사장의 자신감…1년 지난 지금 맺은 결실은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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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지난해 2월 자사주 1500주 매입…"회사 미래 성장성 자신감 보여주기 위한 것"
- 또 다른 의도는 기업가치 제고…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탈통신 사업 박차, 자회사 IPO 계획도
- 매 분기마다 탈통신 사업 가파른 성장세 보여줘, 이동통신 사업도 안정화…또 다른 미래 사업으로 모빌리티 투자
- SK텔레콤의 기업가지 증명 순항…다만 만족스러운 성과 달성 위한 과제도 여럿 남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어느덧 취임 4년차를 넘어섰다. SK텔레콤을 종합 ICT 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던 박 사장은 그간 'SK텔레콤=통신사'라는 공식을 허물고자 신사업과 혁신 기술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해왔다.

탈통신이 아직 성장기에 머무르던 시점에서도 박 사장의 믿음은 확고했다. 지난해 2월 박 사장이 회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1500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박 사장은 이동통신 사업의 안정화와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의 경쟁력을 집중 강화했다. AI와 IoT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일상을 겨냥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였다.

박 사장의 이러한 노력은 자사주 매입을 알린 지 1년이 지난 현재, 우리 앞에 차츰 가시적인 성과로 다가오고 있다. SK텔레콤은 매 분기마다 탈통신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동시에 박 사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사진=연합뉴스]

◆그 날

"자사주 1500주 매입"…탈통신에 대한 근거있는 믿음

2020년 2월 18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자사주 15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알렸다. 박 사장은 14일에 100주를 22만6500원의 단가에, 17일 500주를 23만500원의 단가에 연이어 사들였다. 총 규모는 3억4575만원에 달한다.

이로써 박 사장은 기존 보유하고 있던 1000주에 더해 총 250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SK텔레콤 측은 "박 사장이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와 회사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초에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SK텔레콤 주식을 사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의 성장에 대한 박 사장의 확신은 이른바 '탈통신'이라 불리는 신사업에 배경을 두고 있다.

2017년 취임식에서부터 "SK텔레콤을 5G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ICT 기업으로 체질개선하겠다"고 밝힌 박 사장은 조직개편 통해 이동통신을 비롯한 미디어·보안·커머스 4개 분야를 핵심 ICT 사업으로 지정했다. IoT/데이터와 AI 관련 사업은 별도의 사업단을 꾸려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각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박 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바로 이전해인 2019년, SK텔레콤은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신사업 분야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의 매출을 달성했다.

액수로 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17조774억원을 기록했다. 이동통신 사업 분야의 매출이 전년 대비 2.5% 감소하는 대신 ADT캡스와 SK인포섹 등의 자회사 매출이 전년 대비 21.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 역시 1조2985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10.7%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 영업이익은 1조109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다만 이는 5G망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 탓이 크다. SK텔레콤은 당시의 실적을 발표하며 "다가오는 2020년 하반기부터 이동통신 사업도 반등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은 2G 서비스부터 지금까지 이동통신 분야에서 항상 점유율 1위를 지켜온 기업이기도 하다. 견고한 이동통신 사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신사업까지. 박 사장의 행보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고 하겠다.

또한 박 사장의 자사주 매입에는 자신감 표출 외에도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기업가치 제고를 회사의 또 다른 중대 목표로 삼아왔다.

박 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했을 시기 SK텔레콤의 주가는 22만원 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이는 2019년 초 27만원의 주가에서 부진한 영업이익,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겪은 결과다.

◆그 후

탈통신 적극적으로 앞세워 기업가치 제고…자사주 추가 취득·IPO로 속도 붙여

박 사장의 포부와는 다르게 시장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갔다. 전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결국 지난해 3월 12일자로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했다.

박 사장 또한 3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당시의 상황을 'IMF' 사태에 빗댔다. 박 사장은 "해외여행 감소로 로밍 사업이 타격을 받고 자영업자들의 ADT캡스 해지율이 대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한 경영 준비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박 사장이 코로나를 그저 위기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박 사장은 뒤이어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비대면 영업을 테스트하고 클라우드, PC, 그룹 통화를 통한 '디지털워킹'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 방식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 사장은 코로나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5G 기술 개발과 더불어 모든 신사업에 AI,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 일환으로 5G와 AI를 탑재한 방역로봇 개발, 비대면 회의를 위한 영상통화 서비스 '미더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한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출시 등 비대면 일상을 위한 서비스 등이 출시됐다.

이후 SK텔레콤이 받아든 2·3분기 성적표에는 각각 '선방', 3분기에는 '호조'라는 단어가 오르내렸다. 2분기에는 4대 사업이 코로나19의 영향 속에서도 4대 사업이 모두 성장해 4조6028억원의 매출, 35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1.4% 상승한 수치다.

3분기에는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4조7308억원의 매출, 36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7%, 19.7% 상승했다. 신사업 분야의 매출이 15~20%대의 성장을 이뤄낸 덕분이다.

실적과 더불어 박 사장의 자신감도 한층 높아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SK증권과 5000억원 규모로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또한 박 사장은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등의 자회사를 순차적으로 상장할 계획을 세워 SK텔레콤의 몸값 높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첫 타자는 앱 마켓인 원스토어가 선정됐다. 지난해 말에는 'IPO 추진담당' 신설을 통해 자회사 상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미래의 또다른 주력 산업으로는 모빌리티를 낙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를 출범시켜 커넥티드카 사업 강화에 나섰다. SK텔레콤이 티맵모빌리티를 2025년까지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상을 넘어 하늘에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플라잉카'를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박 사장의 적극적인 투자 하에 신사업의 성장세는 멈출 줄을 몰랐다. 가장 최근의 성적이라 할 수 있는 지난해 4분기 SK텔레콤은 안정세를 찾은 5G 시장과 신사업 덕분에 웃음을 띄웠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9.4% 상승한 3311억원을, 매출은 4조8393억원으로 전년보다 9.7% 넘게 성장했다.

특히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ICT 사업의 영업이익 전체 영업이익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4%에서 지난해 24%로 껑충 뛰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으로 인한 IPTV의 가입자 증가가 실적 견인에 톡톡한 공을 세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앞으로

결과는 성공이지만 '100점'은 아냐…넘어야 할 과제 산적

매 분기마다 탈통신으로 빛을 발한 SK텔레콤은 앞으로도 밝은 전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SK텔레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9%, 13.1% 성장할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는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11번가도 수익성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박 사장의 전략이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박 사장이 결과적으로 이뤄내고 싶었던 SK텔레콤의 몸값 높이기가 다소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에 대해 늘 "실적이 좋고 아마존,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는데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앞서 언급한 SK텔레콤의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사례만 봐도 그렇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박 사장의 결단에 SK텔레콤의 주가가 연내로 3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SK텔레콤 주가의 최고점은 30만원은 커녕 25만원 대를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해를 넘긴 1월에는 26만원 대를 돌파했으나 탄력을 받지 못한 채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기업가치 제고가 아닌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수단이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자회사 IPO는 아직 첫 발도 떼지 않은 상태다. 몸값이 1조원으로 예상되는 원스토어의 경우 최근 창립 5년 만에 첫 연간 흑자 전환하는 등의 호재를 맞았으나, 동시에 실적에 비해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5G 사업도 박 사장이 넘어서야 할 과제 중 하나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동통신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60% 가량을 차지하는데, 현재 5G 서비스는 SK텔레콤을 포함한 이통3사 모두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족 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5G 속도 부풀리기다. 통신업계는 국내에 5G를 도입할 당시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강조했으나 이는 일반 소비자용 3.5GHz 대역이 아닌 B2B용 28GHz를 기준으로 둘 때의 속도다. 한국 소비자원이 지난해 5월 5G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52.9%가 '체감속도가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5G 서비스에 대한 비판에도 SK텔레콤을 포함한 이통3사는 5G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지난해 설비투자비가 3조2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지난 2019년(3조7000억원)에 비해 19%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관점에서 박 사장이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탈통신과 더불어 5G 투자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통사의 탈통신 전략에 대해 "5G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은데 경영진은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5G만의 차별적 서비스도 부각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침체된 5G 투자 양상, 킬러 서비스 부재는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이며 매출 증가 기대감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조직개편과 신사업 발굴에서 늘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최근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SK텔레콤은 앞으로도 5G를 근간으로 여러 혁신 사업을 통해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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