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월성 원전 부지 삼중수소 검출… 괜찮다는 한수원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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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월성 원전 부지 삼중수소 검출… 괜찮다는 한수원 믿어도 될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1.12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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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3호기 터빈갤러리서 리터당 71만3000베크렐 삼중수소 검출
외부 충격, 노후화 등 우려… 유출 경로 제대로 조사해 파악해야
한수원 측 "일시적 검출, 관리 기준치 없고 즉각 처리" 해명

월성 원전 부지에서 상당량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외부 환경 유출이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월성 원전 건물 전체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이 위치한 경주 지역에서는 주민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번 누출 사고의 정확한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주민 안전에 관한 사안인 만큼 정쟁의 대상이 되기는 원치 않는다"며 "월성 원전 부지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명확히 하고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번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월성 원전 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에서 발견된 고인물에 상당량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한수원이 지난해 6월 내놓은 '월선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 문서를 보면 월성 원전 3호기 터빈갤러리에서 리터당 71만300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한수원 배수로에 대한 배출관리기준인 4만배크렐의 18배나 되는 양이다.

한수원이 지하수 감시 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 2019년 8월~2020년 5월 월성 3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하부 지하수에서 최고 농도 8610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같은 기간 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밑 지하수에서는 최고 2만6000Bq/L, 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아래 지하수에서는 최고 3만9700Bq/L의 삼중수소가 나왔다.

[KBS뉴스 영상 캡처]
[KBS뉴스 영상 캡처]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방사능 유출 문제의 핵심이 비계획적 유출에 있다고 지적한다. 원전 운영 과정에서 계획 아래 방사능을 내보낸 게 아니라 관리 주체가 모르는 사이에 유출됐기 때문에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검출된 곳이 관리 영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71만배크렐이라는 비정상적 농도의 삼중수소가 고여있도록 설계하고 관리했다는 게 문제"라면서 "해당 방사능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축적돼서 그런 삼중수소 수치를 기록하게 됐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유추하는 월성 원전 방사능 유출 원인은 외부 충격이나 노후화로 인한 파손이다.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경우 차수막을 깔고 콘크리트벽을 둘러싼 다음 에폭시를 칠해놓은 형태다. 한수원은 2012년 월성 원전 안전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1호기에 격납건물 여과배기시설(CFVS)을 설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차수막이 파손됐다.

한수원은 CFVS 자체가 안전성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받아 2019년 사업중단을 선언했다. 어차피 철거할 건물을 설치하면서 기존 차수막을 파손한 셈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부터 월성 1호기에 설치된 CFVS를 철거하고 차수막을 보수하는 시공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복구 완료 계획 시점이었던 2020년 1월에서 연기돼 올해 6월 완료할 예정이다.

향후 노후화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 제기

문제는 이번에 문제가 된 다량의 삼중수소 검출 지점이 1호기가 아닌 3호기라는 점이다. 향후 노후화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는 물이 새어나가면 안 되는데, 에폭시의 경우 방사능을 맞으면 깨지고 부풀려질 수 있다"며 "경수로 원자로에는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돼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월성에는 에폭시 시공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해당 지점에서 이번 다량의 삼중수소 누출 사고에 대해 일시적 검출이 일어났고 관리 기준치가 없으며, 발견 즉시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회수해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고농도 삼중수소 유입 경로 등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셈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3호기를 둘러싸고 배치된 관측 우물에서 1950베크렐(Bq/L), 3800베크렐(Bq/L), 1140베크렐(Bq/L), 3770베크렐(Bq/L)의 삼중수소가 나왔다는 점을 들어 3호기에서 방사능이 지속적으로 새어 나오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삼중수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한병섭 소장은 "원자력계에서도 방사성 물질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게 삼중수소와 탄소인데, 탄소와 수소의 경우는 우리 몸속의 세포와 교환이 되기 때문"이라며 "유전자에 침투할 수도 있어 전세계 원자력계에서도 유기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인정하면서, 예의주시하는 항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오지 말아야 할 물질이 나왔고, 방출 기준치를 넘었는데, 제도와 관리의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며 "당장 아픈 사람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이정윤 대표 역시 "삼중수소는 체내에 흡수되면 일주일만 지나도 배출되기 때문에 측정 시점이 중요하다"며 "주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 체내 방사능이 측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이번 삼중수소 검출 사례가 정쟁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조사 보고서에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집수정에서 감마핵종이 7차례 미량검출됐다는 내용도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조사가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방사능 외부 유출은 없었고, 발전소 안에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거라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시적으로 정비를 하면서 원전 부지 내부세어는 다량의 방사능 검출되는 부분이 나올 수 있고, 이를 발견해 처리하고 문제 되면 보고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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