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이해욱, DL그룹 회장 취임 2년...경영실적 '굿'· ESG 보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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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이해욱, DL그룹 회장 취임 2년...경영실적 '굿'· ESG 보강해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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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위기 상황에서 회장 취임해 힘든 출발
- 신의 한 수, LG전자 출신 경영진 대거 영입해 상생·윤리 경영 정착
- 석유화학·주택 사업·재무적 성과 훌륭...이미지 개선은 지속돼야
- ESG경영 이제 시작..."절대경쟁력 갖출때까지"

2년 전, 이해욱 부회장이 DL그룹(구.대림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공식적으로 3세 경영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당시 주력이었던 대림산업의 플랜트사업부진과 순환출자해소,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등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대림(구.대림코퍼레이션)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리고 새로운 기업이미지를 만들기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지난해 대림그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보였다.

이 회장은 앞으로 ESG경영 등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이해욱 회장
이해욱 회장 [사진=DL그룹]

그날 

이해욱, DL그룹 회장 취임..."절대 경쟁력 갖출 때까지 지속 발전할 것"

이해욱 DL그룹(구. 대림그룹) 부회장이 지난 2019년 1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었다. 이해욱 회장은 고 이재준 창업주, 이준용명예회장에 이어 DL그룹의 3세 경영인이다. 

이 회장은 2019년 1월14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뤄 놓은 대림을 지속 발전해 나가겠다. 절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라는 간단한 회장 취임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이 회장의 메세지에는 두개의 키워드가 읽힌다. 하나는 '지속 발전'이고 하나는 '절대 경쟁력'이다. 

DL그룹은 공시 기준으로 지난 2018년 기준 26개 계열사에서 모두 매출 15조2579억원, 영업이익 1조158억원, 순이익 9232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 년도 실적이다.  

이 회장이 취임하던 시점의 DL그룹은 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았다. 

당시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는 이 회장 취임 직전인 지난 2018년 12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당시 임헌재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인트라넷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비상경영 선언문)’을 올려 “앞으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될 때까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며 “우리 본부가 지금까지 회사와 그룹의 도움을 받아 연명해오는 상황에서 사업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본부 전 임원이 현재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임원 수도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말해 당시 어려운 상황을 짐작케한다. 

대림산업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에 있는 살구나무(가운데) [사진=대림산업]
대림산업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에 있는 살구나무(가운데) [사진=DL이앤씨]

그룹의 핵심기업인 DL이앤씨의 최대주주는 당시 대림코퍼레이션(현 대림)이었다. 대림의 지분은 21.67%,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13.47%로 불과 8.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스튜어드십 요구에 시달려오고 있기도 하다.

취임 당시에는 대림(구.대림코퍼레이션)의 순환출자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순환출자에서 중요한 고리역할을 하던 글래드호텔앤드리조트의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시급한 해결과제였다. 

 

그후 

도급순위 3위 대림산업, 영업이익 1조원·영업이익률 11%·부채비율 100% 미만 등 경영성과 

이 회장은 취임과 함께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출발했지만, 그가 취임했던 2019년은 힘든 한해였다. 

과거 DL이앤씨는 호텔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지난 2013년 DL그룹의 자체브랜드인 글래드를 개발해 에이플러스디 앞으로 상표권 출원과 등록을 했다. 에이디플러스는 이 회장과 아들 이동훈씨가 각각 55%와 45%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에이디플러스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30개월 동안 글래드 상표권을 실제 사용하는 계열사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서 약 31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받아 이 회장과 아들에게 부당하게 줬다. 공정위가 13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 2019년 5월 기소가 이뤄졌다. 이 사건은 협력업체에 대한 상습적인 갑질 횡포 논란과 함께 대림그룹의 이미지에 심대한 내상을 입혔다.

그해 10월 국감에서는 고질적인 하도급 위반문제로 2년 연속 하도급법 위반으로 강영국 대표이사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12월에는 부당한 사익편취 행위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대림산업의 호텔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용해 개인회사 에이플러스디(APD)를 부당지원한 혐의였다.

이 회장은 이때 승부수를 띄웠다.이 회장은 취임 후 신속히 대림코퍼레이션의 순환출자 구조를 손봤다. 이전의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오라관광-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구조를 대림-대림산업(현 DL)-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드리조트)으로 단순화했다. 

그리고, LG전자에서 흔히 피쳐폰이라고 일컬어졌던 MC사업부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경영일선을 맡겼다. 대림그룹의 사업영역이 건설과 화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0월 배원복 당시 대림산업(현 DL) 대표이사의 부회장 승진은 이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반증이다. 배 부회장은 LG전자에서 30여년을 근무했다. 그는 2018년 대림오토바이 대표로 영입됐다가 2019년 5월 대림산업 경영본부장으로 옮긴뒤 10월에는 강영국 전 대표이사로 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대표이사에 오른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도 LG전자 출신이다. 이준우 DL 대표이사와 윤준원 대림자동차공업 대표이사도 LG그룹 출신이다. 이들을 영입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남용 DL그룹 이사회 의장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출신으로 지난 2013년 DL이앤씨 고문으로 DL그룹에 영입됐다. 대표이사 취임 뒤 첫 공식일정으로 2019년 10월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새 윤리강령을 선포하는 ‘윤리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림산업의 연도별 경영실적 요약표 [자료정리=녹색경제]
DL이앤씨의 연도별 경영실적 요약표 [자료정리=녹색경제]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DL그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DL이앤씨는 지난해 말 기준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거뒀다. 매출액은 지난 2017년 보다 다소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8454억원에서 1조2211억원으로, 당기 순이익은 6781억원에서 9162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42%에서 11.84%로 3배 가까이 늘었고, 부채비율은 112.12%에서 91.43%로 개선됐다.

무엇보다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DL그룹의 또다른 건설회사인 대림건설은 지난해 7월1일 고려개발과 삼호를 합병한 회사다. 대림건설도 지난해 3분기 1조2000억원대의 매출과 16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대림건설의 올해 시공순위는 17위, 금액은 1조8089억원이다. 

현 정부들어 집값이 폭등하면서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시공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DL이앤씨와 시공순위 17위의 대림건설을 보유한 DL그룹은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수혜를 봤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주택사업 브랜드인 'e편한세상'은 이 회장의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마냥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역설적으로 이 회장에게는 큰 도움이 된 셈이다. 

또한 이 회장은 회장 취임이후 석유화학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L그룹의 최상위 기업인 구.대림코퍼레이션(현 대림)은 이 회장이 52.3%의 과반지분과 10% 남짓한 우호지분을 보유했었으며,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구.대림산업 지분의 21.67%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였다. 비상장회사로 석유화학 영업을 하고 있으며 연간 2조원대의 매출과 5000억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3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이 회장이 절반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새해들어 과거 대림산업은 지주회사인 DL과 건설사업을 하는 DL이앤씨로 인적분할됐고, 이어 석유화학사업을 하는 DL케미칼을 물적분할했다. DL케미칼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고 DL은 이를 판매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이 회장의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1999년 한화석유화학(현재 한화솔루션)과 함께 여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인수했고 지난 2000년 다국적기업인 바셀과 합작법인 폴리미래를 세워 석유화학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대림산업 여수 폴리부텐 공장 전경 [사진=대림산업]
 여수 폴리부텐 공장 전경 [사진=대림산업]

2015년에는 글로벌 정밀화학의 선두기업인 루브리졸과 폴리부텐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석유화학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 국내 최초로 석유화학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DL이앤씨가 수출한 폴리부텐 라이선스는 단일 공장에서 범용 폴리부텐과 고반응성 폴리부텐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기술은 이 회장이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8년 1월30일 태국 석유화학회사 PTTGC의 미국 자회사 PTTGC아메리카와 공동으로 미국에 석유화학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내용의 투자약정도 체결했다. DL이앤씨는 PTTGC와 함께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 분해시설(ECC)과 이를 활용해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하기로 했는데 석유화학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150만톤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재무적 성과 넘어서는 ESG 경영으로 절대 경쟁력 갖춰야

지난해 신년사에서 이 회장은 “올 한 해도 더 건강한 대림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한다. 그래야 건강한 대림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 여러분과 함께 일하며 2020년 건강한 대림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DL그룹이 그 동안 이룬 성과를 지속하고 확대하려면, ESG경영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 이제 그것이 이 회장과 DL그룹의 숙제다.

e편한세상 금정산 현장에서 대림산업 안전관리자와 협력회사 직원들이 안전벨트를 비롯한 보호구 착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e편한세상 금정산 현장에서 대림산업 안전관리자와 협력회사 직원들이 안전벨트를 비롯한 보호구 착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LG그룹은 '인화'를 강조하는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LG전자 출신들이 대거 경영진에 포진한 이후, DL그룹의 '상생경영'은 두드러지는 변화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9월 DL이앤씨가 2019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은 2018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2단계 강등돼 양호 등급에 머물렀는데 작년 평가에서는 다시 최우수 등급을 회복한 것이다. 

건설사로는 DL이앤씨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등 모두 5개 회사가 작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대림산업이 그동안 하도급법 위반 혐의 등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에 입은 내상을 치유하는 좋은 처방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저소음. 고성능 팬 분리형 렌지후드 특허 출원 [사진=대림산업]
저소음. 고성능 팬 분리형 렌지후드 특허 출원 [사진=DL이앤씨]

또 한가지는 'e편한세상' 아파트의 품질이 '친환경·스마트'를 지향하면서 소비자들로 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이제 단순한 시멘트 덩어리가 아니라, 전자제품처럼 똑똑하고 편리한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사현장의 오래된 살구나무를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를 설계하고 조용하고도 성능 좋은 렌지후드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국민들의 평균시장이 커지고 남자들도 주방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면서 싱크대 높이도 높여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은 작지만 소중한 변화로 평가된다. 아파트를 지어 팔아먹자는 수준 그 이상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수주에 실패한 것은 금액은 커도 작은 실패에 불과하고, 어쩌면 그저 한번의 경험일 수도 있다. 

다만, 다른 기업들의 변화에 비하면 DL그룹의 ESG경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야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도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면 시간은 DL과  같은 편이다. 이 회장이 언급한 '절대경쟁력'을 갖춰가는 과정일 수 있어서다. 

[자료정리=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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