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SK하이닉스 이석희 체제 2년, 박정호를 만났을 때...ICT·반도체 시너지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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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SK하이닉스 이석희 체제 2년, 박정호를 만났을 때...ICT·반도체 시너지 효과는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1.0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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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이석희 대표이사 취임...반도체 세계적 권위자의 대표이사 도전 시작 
최악의 첫해 보낸 후 인텔 사업부 인수로 승부수 던진 이석희...박정호 부회장 합류로 '화룡점점'
박정호-이석희 투톱 체계...ICT와 반도체의 융합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SK하이닉스는 과거 현대그룹의 계열사였지만 2012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SK그룹에 편입된 회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년간 장족의 발전을 이뤄왔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세계를 주름잡는 반도체 업체로 성장했다. IT 통계전문조사업체인 IC Insights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매출 순위에서 264억 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10여년 전에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가 외국에 매각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의 천운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렇게 잘나가는 SK하이닉스의 수장은 이석희 사장이다. 2018년 12월 연말 인사에서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1년간 SK하이닉스의 성장과 미래를 도모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이 사장에게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 SK텔레콤 사장이자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한 박정호다. 박정호와 이석희라는 투톱체제를 완성한 SK하이닉스는 격동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 그 날 

이석희 대표이사 취임...반도체 세계적 권위자의 대표이사 도전 시작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12월 6일, 이사회를 열고 이석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CEO)로 선임하고 신규선임 13명 포함 총 23명을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6년 동안 CEO를 역임했던 박성욱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석희 사장을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이석희 사장의 대표이사 등극 소식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박성욱 부회장이 회사를 잘 이끌어 오면서 좋은 실적을 보이며 연임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석희 사장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로 꼽혀온 당시 상황을 볼 때 납득되지 않는 인사는 아니었다. 또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연구원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외부인사로 보기도 힘들었다. 이 사장은 지난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인텔과 KAIST 교수를 거쳐 2013년 SK하이닉스에 다시 합류했다.

이 사장은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하이닉스 전신이었던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이후 유학길에 올랐다. 반도체로 유명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거치면서 그가 선택했던 직장은 다름 아닌 인텔이었다. 지금도 인텔은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으로 당시(2000년대 초반)에는 지금보다 위상이 더 높았다.

이 사장은 무려 11년간 인텔 연구원으로 근무한다. 주요 보직은 공정 기술 개발이었다. 인텔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기업이다. 이 사장은 인텔에서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정오류를 잡고 이를 개선하는 업무를 맡았다. 당시 최고 기술이었던 32나노 미세공정 개발에 기여했다.  이 사장은 재직기간 동안 인텔 기술상(IAA)을 무려 세 번이나 받았다. IAA는 1년에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11년간 이 상을 세번이나 받았다는 점은 인텔 내에서도 꾸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텔 이후 차기 행선지는 학계였다. 201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교수로 3년간 재직한다. 2013년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되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SK하이닉스는 세계적 학자였던 이 사장을 모셔오기에 열중하고, 회사의 씽크탱크였던 미래기술연구원장(전무)으로 영입한다.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근무하며 이 사장은 반도체 업계의 세계적 권위자로써의 포스를 뿜어낸다. 대표적 사례가 2016년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IEDM 기조 연설자로 나선 일이다.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는 반도체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학회로 이 사장의 학문적 업적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2018년 10월 반도체대전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2018년 10월 반도체대전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 사장은 이후 승승장구한다. 지난 2016년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설 직책인 사업총괄(COO)을 맡게 됐고,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 공석이었던 경영총괄 직책을 잠시 겸임했다. 2018년 10월 국내 최대 반도체 행사인 반도체대전에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술과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8년 연말인사에서 대표이사에 올라 2019년부터 지금까지 SK하이닉스를 이끌게 된다. 

이 사장이 대표 이사로 취임할 당시 SK하이닉스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2018년 SK하이닉스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무려 51.4%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2018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최고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D램 가격 하락,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2018년 4분기를 정점으로 SK하이닉스 실적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 사장은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대표이사 직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3년 뒤 시가총액 100조 기업으로 성장하자고 포부를 밝힌다. 이 사장은 "올해 SK하이닉스와 저의 목표는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며 "3년 뒤 시가총액 100조,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그 후

최악의 첫 해 보낸 후 인텔 사업부 인수로 승부수 던진 이석희...박정호 부회장 합류로 '화룡점점'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석희 사장 취임 후 1년 간 SK하이닉스는 실적측면에서 죽을 쓰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이 사장 취임 첫해 반도체 초호황기가 끝난 시점과 맞물려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매출 40조4451억원, 영업이익 20조8438억원, 영업이익률 51.5%를 기록했지만 2019년에는 딴판이었다. 2019년 매출은 26조9097억원, 영업이익은 2조7127억원, 영업이익률은 10%로 내려앉았다. 전년보다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86%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은 41.5%포인트나 하락했다. 물론 제조업을 영위하며 10% 대 매출을 올리는 것도 대단하다 할 수 있겠지만 40~50%의 영업이익률을 올린지 1년도 안돼 10%로 내려앉은 대목은 뼈아프고 아쉬운 일이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실적 악화에 대해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고객들의 재고 증가와 보수적인 구매 정책으로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이석희 체제'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삼성전자 역시 고전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4조200억원으로, 44조5700억원을 기록한 2018년과 비교해 30조원가량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의 추락으로 인해 이석호 호는 취임 첫해부터 험난한 1년을 보낸 셈이다. 

취임 첫 해 이 사장은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로 원가 절감에 집중하고 고객 대응력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메모리 기술의 핵심 경쟁력인 미세화와 수율 Ramp-up 속도 향상을 통해 원가 절감을 노렸다. 연구개발 체계를 혁신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취임하자마자 시작했다.  원가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생산성 향상과 개발 효율 목표까지 연계시켜 투자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도모하려 했다. 
 
또 고객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고객과 함께 풀어감으로써 고객 대응력을 한층 높이는데 주력했다. 향후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EUV를 포함한 핵심 공정 기술과 요소 기술을 확보하고 빅데이터 관련 기술도 선제적으로 반영해 생산 시스템과 경영 시스템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원가 절감과 내부 안정화 노력은 올해 실적으로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 31조4084억원, 영업이익 4조9185억원을 올리며 작년보다 각각 16.4%, 8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미국 본사 전경
인텔 미국 본사 전경. SK하이닉스는 올해 10월 국내 M&A 사상 최대금액인 10조원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한다.

2020년에도 안정적인 내부 경영에 집중해 오던 이석희 사장은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빅딜을 발표한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가 그것이다. 올해 10월 20일 SK하이닉스는 90억 달러(10조3000억원)에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전체를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한다. 이 금액은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금액 80억 달러를 뛰어넘는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오는 2021년 말까지 인텔에 지불할 1차 자금 70억 달러(약 7조7000억원)를 마련해야 하고, 2024년 3월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나머지 2차 자금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완납하는 방식으로 M&A를 마무리 하게 된다. 인수 부문은 인텔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이며 차세대 메모리 분야인 인텔의 옵테인 사업부문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에 나선 것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D램에 이어 낸드까지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였다. SK하이닉스는 현재 D램 부문에 있어서는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 부문은 글로벌 5위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낸드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35.9%로 1위이며 SK하이닉스가 9.9%, 인텔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 인수로 낸드시장 점유율은 약 20%에 달하게 돼 키옥시아(19%)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특히 인텔의 강점이었던 기업용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는 이석희 사장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텔에서 11년간 근무해 온 이석희 사장은 인텔 낸드 부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고, SK하이닉스의 인수를 주도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발표 당시 SK하이닉스가 너무 높은 가격에 샀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사장은 10월 열린 3분기 컨퍼런스 콜에 직접 등장했다. SK하이닉스 사장이 컨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한 건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한 2012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대형 M&A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텔 M&A를 주도한 이석희 사장이 직접 의문부호를 제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이 사장은 "D램과 낸드 간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부문 인수로 향후 3년 이내에 낸드의 자생적 사업역량을 확보하고 5년 내에는 하이닉스의 낸드 매출을 인수 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며 “그동안 D램 선도 기업으로만 인정받아왔던 기업가치를 인텔 낸드 인수를 통해 톱 메모리 플레이어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로 이 사장이 목표로 한 3년 내 시가총액 100조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3월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48조원까지 떨어져 100조원 달성은 요원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현재 12만원에 근접한 상황이다. 시가총액은 86조원이다. 주가가 13만7000원까지 오르면 시가총액 100조 원에 도달하게 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

그리고 새로운 든든한 아군이 이 사장의 파트너로 합류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겸직하게 된 것이다. 융복합이 심화되고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다양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박 부회장은 신세기통신, SK하이닉스,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 등 그룹 성장의 변곡점이 된 대형 인수합병(M&A)를 진두지휘하며 그룹 외연 확장에 절대적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 전략 참모로 꼽힌다.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도 박 부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1989년 (주)선경(SK네트웍스) 입사 이후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M&A와 신성장 사업 발굴 전문가로 승승장구했다. SK텔레콤으로 옮겨가 2000년 신세기통신 인수를 성사시켰고, 2004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과 SK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최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2009년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전무)을 지냈고, 2012년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맡았다. 

이후 SKC&C와 (주)SK 사장을 거친 박 사장은 2017년 핵심 계열사이자 SK하이닉스 모회사인 SK텔레콤 사장으로 복귀했다. 취임 이후 박 사장은 '탈(脫) 통신'을 기치로 통신회사인 SK텔레콤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주도해 미디어·보안·커머스·모빌리티 등 '비(非)통신 신사업(뉴비즈)' 매출 비중을 높이며 SK텔레콘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당시 SK텔레콤 부회장 승진설이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SK텔레콤 사장직을 유지하면서 SK하이닉스의 부회장으로도 깜짝 발탁됐다. 

사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와도 연관이 깊은 인물이다. 2011년 당시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많았던 하이닉스(SK하이닉스) 인수 실무 작업을 이끌어 SK그룹이 한차원 더 도약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0년 전 본인이 인수를 지휘했던 업체의 부회장에 오른 박정호의 감회도 새로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미래먹거리 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현재에도 SK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박 부회장의 SK하이닉스 합류는 SK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겠단 경영적 판단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그리고 앞으로

박정호-이석희 투톱 체계...ICT와 반도체의 융합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좌)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우)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좌)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우)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박정호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CEO)의 '투톱' 체재로 재편된다. 박 부회장이 왔어도 이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된다. 회사 전반은 이 사장이 챙기되 박 부회장은 탁월한 사업감각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시너지를 만들어 가는 데에도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5G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관련 사업들을 육성하는데 반도체가 필요하고,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신사업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각종 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수요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텔레콤과의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사업 구조로 짜내려갈 공산이 커 보인다. 실제 두 회사는 최근 AI(인공지능) 기반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등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비메모리 AI 반도체를 공개하고 미래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메모리 부문에서도 SK하이닉스와 협업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연구원이 AI 반도체인 ‘사이폰 X220’을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연구원이 AI 반도체인 ‘사이폰 X220’을 소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 손자회사에서 벗어날지도 관심사다. 박 부회장이 승진에 성공하고, SK하이닉스 부회장까지 겸직하게 된 것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지배 구조상 SK그룹의 손자회사로 구분돼 왔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추가적으로 기업을 인수할 경우, 현행 지주사법상 지분 100%를 인수해야만 하는 구조다. 이렇게 될 경우 자금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SK그룹의 현금동원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SK텔레콤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지주사의 손자회사에서 중간지주사의 자회사로 승격된다. 손자회사에서 벗어나면 업체 인수에 지분 100%라는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사업 확장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한 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사업과 함께 비메모리로 불리는 시스템반도체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낸드사업부라는 거대한 빅딜을 추진 중인 만큼 당분간 추가적인 M&A는 없을 전망이지만 박 부회장 주도로 향후 추가적인 M&A는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있다. 재계에서는 그간 박정호 사장이 주요 SK 그룹내 M&A에 앞장 서 왔기 때문에 하이닉스로 합류했다는 것은 향후에도 추가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박정호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이 그려나갈 SK하이닉스의 미래에 기대가 모이는 것은 ICT 전문가인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 사장의 시너지 때문이다. 두 사람의 공동 연합이 얼마나 공고하고, 체계적이며, 발전적으로 움직일지 여부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미래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SK그룹의 미래까지 달려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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