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LG화학의 ‘Beyond Car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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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LG화학의 ‘Beyond Carbon’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7.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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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25일 '구미형 일자리'를 위한 투자협약을 경북도, 구미시와 체결했다.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1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21세기를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탄소’가 아닐까. 그동안 인류는 ‘탄소 문명’으로 성장해 왔다. 산업혁명은 석탄이 주도했다. 이후 경제 성장은 석유가 담당했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는 경제 성장을 이끈 에너지였다. 성장만 바라본 나머지 문제가 계속 쌓여가고 있는데 애써 인류는 무시해 왔다.

21세기 들어 탄소 문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로 지구 가열화(Heating)가 빨라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 가열화는 더 빨라진다. 위기를 느낀 각국이 2015년 파리에 모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탄생한 배경이다. 강제성이 없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그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후에도 온실가스는 줄지 않았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 스스로 이 위기감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제레미 리프킨 교수는 이를 두고 “탄소 문명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21세기는 탄소 문명을 뛰어넘는 ‘비욘드 카본(Beyond Carbon)’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C(Carbon)에서 R(Renewable, 재생)로 전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LG화학이 국내 화학업계로서는 처음으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 ‘나무’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자라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후 장작이 돼 태워지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자신이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비교하면 ‘0’이다. ‘탄소 중립’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작은 투자로 높은 수익을 챙기는 곳’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탄소 중립’은 이 같은 기업 속성에 어긋난다. ‘탄소 중립’은 이윤은 줄어들고 사회적 책임은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관련 투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LG화학이 ‘탄소 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은 고무적 일이 아닐 수 없다.

LG화학은 ‘탄소 중립’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 자원 선순환 활동, 생태계 보호, 책임 있는 공급망 개발과 관리 등 5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LG화학은 205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 수준인 1000만 톤으로 억제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2050년 LG화학의 탄소 배출량은 약 4000만 톤 규모로 전망된다. 탄소 중립으로 3000만 톤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셈이다.

3000만 톤은 내연기관 자동차 1250만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소나무 2억2000만 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엄청난 규모이다.

LG화학의 ‘탄소 중립’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LG화학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추진하기로 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거나 발전 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다.

LG화학의 RE100 선언은 몇 년 미래를 봤을 때 지금은 손해인데 ‘이익’이 될 수 있다.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이용한 제품에 대해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만든 제품은 이른바 ‘탄소세’ 등 세금부과는 물론 수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관세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몇 년 뒤에는 화석연료 제품은 아예 거래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RE100’은 지금 당장 비용은 증가하겠는데 미래로 봤을 때 ‘투자’라고 할 수 있다.

RE100에 있어 국내에 문제가 없지 않다. 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이 자유롭다. 국내는 그렇지 않다. 아직 전력생산과 공급시스템을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 싶어도 송전 등 여러 문제로 여의치 않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민간발전사가 특정 기업에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없는 구조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나섰는데 자유롭게 구매할 수 없다면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없다.

또 하나 LG화학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라는 말을 언급했다. ‘페인 포인트’는 ‘통증, 불편한 부분’을 의미한다. 고객은 물론 환경, 사회의 ‘불편한 부분’까지 해결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탱 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혁신적이며 차별화된 지탱 가능 솔루션을 제공하고 고객은 물론 환경, 사회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까지 해결해 영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올해 국내에서는 대산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국외에서는 인도 공장에서 가스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탄소 중립’ 선언에서 환경과 사회의 ‘통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환경과 안전에 관련 투자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과 안전 분야에 투입되는 것을 절대 비용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윤만’ 좇는 기업 목표는 이제 저물고 있다. ‘이윤만 추구하는’ 것에서 사회적 책임과 통증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곳에 서 있다. LG화학의 탄소 중립 선언은 이런 측면에서 선구적이다.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5대 핵심과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2050년 LG화학의 존재감은 투자한 만큼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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