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15년 ‘도보여행 설계자’ 손성일 대장 : 2/4] 해남 땅 끝~서울, 국내 첫 국토종단 ‘도보여행’ 길 ... 코리아트레일(Korea Trail) 어떻게 만들어졌나?
상태바
[외길 15년 ‘도보여행 설계자’ 손성일 대장 : 2/4] 해남 땅 끝~서울, 국내 첫 국토종단 ‘도보여행’ 길 ... 코리아트레일(Korea Trail) 어떻게 만들어졌나?
  • 고명식 객원기자
  • 승인 2020.06.16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성일 대장은 1971년생이다. 손 씨는 한 기업의 영업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매일매일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하는 영업직의 삶을 살면서 심신이 혼탁해져 있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가며 우울증도 재발했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산을 다시 자주 찾았다. 산을 만난 후 우울증이 많이 호전되었고, 삶의 희망이 보인 그는 백두대간을 포함해 10여년간 전국 각지의 산을 찾아다녔다. 산에 미쳐 있던 어느날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됐고 그는 먼저 국내 도보여행을 시작해 산티아고로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36세 때 시작된 마이웨이 = 2006년 1만원 짜리 텐트 하나를 매고 89일 동안 국내 도보 여행을 시작해 총 2,200km를 걸었다. 당시 손 대장은 그 여정에 사비 22만원을 먼저 기부하고 블로그를 통해 1km 100원 기부 켐페인을 진행했다. 손 씨는 모금된 금액 137만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그 이후 손 대장은 2009년 도보 여행자들을 위한 도보카페 그리고 2011년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을 만들었다.

월드트레일 여정 중, 포르투갈 해변을 지나고 있는 손성일 대장. 사진 = (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월드트레일 여정중, 포르투갈을 지나고 있는 손성일 대장. 사진 = (사)아름다운 도보여행

2,000km를 넘는 국내 도보여행을 성공리에 마친 손 대장은 이듬해인 2007년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 그는 800km  프랑스 구간을 포함해 북쪽 길 포르투갈 길 등 5개 코스에 이르는 총 1,800km 여정을 걸었다. 산티아고는 순례길로 수 만명을 먹여 살리고 있었고 매년 전 세계 수십만명이 끊임없이 그 길을 찾아온다. 국가와 후원 기업들의 지원으로 카미노 협회가 관리하기 때문에 산티아고 순례길은 걷기 좋은 흙길이 펼쳐져 있었고 체계적인 이정표들이 순례자들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인도하였다. 그 길에서는 저렴하고 안전한 순례자 전용 숙소들을 어디에서나 만날수 있었다. 그 곳에서 손 씨는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문화의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이들 중 하나는 스위스에 있는 자기 집에서부터 수천킬로미터를 걸어 산티아고에 온 할아버지도 있었다. 손 대장은 그 때 느꼈다고 한다. “아! 이게 정말 도보 길이구나.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같은 도보여행 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는 “문득, 조선시대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가 생각났다. 대동여지도에는 도로 별로 다양한 색을 넣은 10대 도로가 우리나라 전국을 가로 지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장거리 도보 여행을 할 수 있는 21세기 형 길을 만들어 보자” … 손 대장이 꿈꾼 ‘한국의 산티아고, 도보여행 길’의 시작이었다.

코리아트레일 40코스. 오메기 마을 오솔길.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코리아트레일 40코스. 오메기 마을 오솔길.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 한국의 ‘산티아고’ 만들자 … 685km 국토종단 걷는 길 ‘코리아트레일’ =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토 남북을 관통해 걸을 수 있는 도보여행 길이 두 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고성 통일전망대을 시발점으로 부산까지 50개 코스로 대부분이 바닷길로 이루어진 해파랑 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을 지원한 이 길은 국내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로 770km에 이른다. 손 대장은 “땅 끝에서 출발해 내륙과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국토종단 길은 코리아트레일이 유일하다”고 밝히며 그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코리아트레일(Korea trail)은 손성일 대장이 10년에 걸쳐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로 연결된 길이다. 전남 땅 끝 마을에서 임진강역까지 총 685km의 장거리 도보 코스다. 코리아트레일에서 트레일(Trail)이란 시골 오솔 길 같이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말한다. 트래킹(Trekking)과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트래킹은 산 길을 따라 걷는 산악 도보라는 뜻이다.

코리아트레일은 남북을 관통하는 도보여행 길이다. 이 길은 손 대장이 2008년11월27일 시작해 2018년 5월20일까지 무수한 답사를 거쳐 10년만에 완성되어진 길이다. 전남 땅끝 마을에서 시작해 서울을 거쳐 임진강역까지 이어지는 장장 685km 도보여행길은 누구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준비 돼 있다. 코리아트레일이 경유하는 35개 지자체의 협조나 지원이 있다면 이정표와 안내판을 보완해 더 걷기 좋은 길이 될수 있다. 코리아트레일은 60%가 농로나 마을길, 제방이나 인도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30%는 숲 길과 둘레 길 그리고 나머지 10%는 서울까지 도보여행이 가능한 서행 차로다. 52개 코스로 설계된 코리아트레일은 서울을 관통하는 국내 유일의 가장 긴 도보 여행 길이다. 이 길을 설계하는 10년 중 약 5년 동안은 코오롱스포츠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나머지 5년은 손 대장이 사비를 털어 길을 찾고 관리했다. 손 대장은 처음에는 옛길을 찾아 새 길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조선시대 ‘삼남대로’를 기준으로 길을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옛길이 도로로 바뀌어 도보 여행 중에 여러 번 트럭에 치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고 한다.

# 5성급 마을 정자에서 부터 전통5일장, 양조장, 유적지 등 다양한 채험과 재미 190여개 담겨있어 = 10여년 동안 손 대장이 엮어놓은 코리아트레일에는 다채로운 재미가 들어 있다. 685km에 이르는 도보여행 길은 몇 가지 원칙 속에서 만들어졌다. 우선 가급적 차가 없는 그리고 보행자의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가 있어야 하며 또한, 숙소나 쉴 곳 등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빠른 직선 길이 아니라 우회하더라도 자연을 느끼고 볼수 있는 풍광이 있어야 했다. 이런 원칙들을 준수하다보니 전남 땅 끝에서 임진강역까지 52개 코스는 11개의 향교를 지나게 되고 13개의 전통5일장, 6개의 양조장 그리고 국보급 보물 등 150여개의 역사적 유적지를 지나게 된다. 손 대장은 “코리아트레일에는 가족들이 함께 걸으면서 보고 즐기고 힐링할 것들이 많습니다. 몇백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보호수에서부터, 척화비, 하마비, 천주교 성지, 동학혁명 성지 등 길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가 끝이 없죠. 중간에 쉴수 있는 마을정자에도 제가 나름대로 급수를 매겨 뒀습니다. 그냥 쉴수 있는 마을 정자는 1성, 화장실이 있으면 2성, 씻을 수 있으면 3성, TV나 냉장고 까지 구비되어 있으면 4성 그리고 바로 옆에 가게나 식당 같은 편의 시설이 있으면 5성급 마을 정자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말하며 어린아이 같이 신이 나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애정을 쏟아 10년 동안 다져온 도보여행 길이어서 코리아트레일이 ‘한국의 산티아고’라는평을 듣게 된 것이 아닐까?

코리아트레일 26코스.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명재고택을 지나게 된다.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코리아트레일 26코스.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명재고택을 지나게 된다.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코리아트레일 10코스. 호젓하고 앞이 탁 트인 농로 길.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코리아트레일 10코스. 호젓하고 앞이 탁 트인 농로 길.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코리아트레일 7코스. 이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강진 '영랑 생가'를 만나게 된다.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코리아트레일 7코스. 이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강진 '영랑 생가'를 만나게 된다. 사진=(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코리아트레일 동영상 = https://youtu.be/QMC6rkiglDE

 

 

 

고명식 객원기자  smartkoh@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