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암의 시작, 돌연변이 발생 원리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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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암의 시작, 돌연변이 발생 원리 밝혀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6.08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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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팀, 개인 맞춤형 암 치료 가능성 제시
DNA 손상물질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돌연변이 시그니처가 일어났다. 아플라톡신에 노출되는 경우 C→T 염기치환이 일어난 반면 감마선에 노출되면 T→A, T→C 변화 등 다양한 종류의 돌연변이가 생겨날 수 있다. [자료=IBS]
DNA 손상물질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돌연변이 시그니처가 일어났다. 아플라톡신에 노출되는 경우 C→T 염기치환이 일어난 반면 감마선에 노출되면 T→A, T→C 변화 등 다양한 종류의 돌연변이가 생겨날 수 있다. [자료=IBS]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과 난소를 없애는 수술을 사전에 받았다.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수술까지 진행했다. 졸리는 돌연변이 유전자인 'BRCA'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유전자이다. 실제 졸리의 어머니와 이모 등 가족 중에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 암으로 변이되기 이전에 졸리는 난소를 제거하는 사전 수술을 진행한 것이다. 앞서 졸리는 2013년 유방절제술도 받은 바 있다. 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전에 발병 원인을 제거한 셈이다. 

암의 근본 원인이 되는 유전체 돌연변이의 발생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명경재) 안톤 가트너 부연구단장팀은 던디 대학, 유럽 분자생물 연구소(EMBL),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와 공동연구로 발암물질로 인한 DNA 손상과 함께 DNA 복구 메커니즘이 돌연변이 발생 양상을 결정함을 밝혀냈다. 암 발생과정 이해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DNA에는 모든 생명 활동에 필요한 유전정보가 저장돼 있다.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DNA는 자외선, 화학물질, 방사능 등 여러 외부 자극에 지속해서 노출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손상된다. 이에 대응해 우리 몸은 망가진 DNA를 고치려는 DNA 복구(DNA Repair)전략을 사용한다. DNA 복구에 문제가 생기면 돌연변이가 세포에 축적될 수 있다. 이는 암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다.

돌연변이는 DNA 염기서열의 변화, 일부 서열의 손실 등 다양한 양상으로 일어난다. 이를 ‘돌연변이 시그니처(Mutational Signature)’라고 한다. 담배의 니코틴, 타르 성분이 DNA를 손상시킨다고 반드시 폐암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는 DNA 손상물질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작용해 결정된다고 알려졌다. 정확한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냈다. DNA 변이를 결정짓는 유전적 요소를 찾고자 전체 게놈 시퀀싱을 이용해 예쁜꼬마선충 2700여 마리의 유전체를 대대적으로 분석했다. 12가지 DNA 독성물질을 150가지 조합으로 제작한 뒤 이를 다양한 DNA 복구기능에 결함이 있는 여러 꼬마선충에 노출시켰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DNA 손상물질의 종류와 함께 DNA 복구기능이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함을 규명했다. 예쁜꼬마선충을 아플라톡신(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에 노출시킨 경우 염기인 시토신(C)이 티민(T)으로 치환됐다. 감마선에 노출되면 티민(T)이 아데닌(A)이나 시토신(C)으로 치환되는 등 다양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같은 손상물질에 노출되더라도 DNA 복구기능에 결함이 있으면 정상인 경우와 비교했을 때 돌연변이 시그니처 발생이 급격히 증가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는 암 발생의 근본 과정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암 치료법을 개발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를 분석하면 어떤 물질로 암이 유발됐는지, 어떤 DNA 복구기능이 손상됐는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톤 가트너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암의 근본 원인인 돌연변이의 종류를 결정하는 원리를 밝혔다”며 “앞으로 암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1일자 온라인 판(논문명: Mutational signatures are jointly shaped by DNA damage and repair)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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