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 밀어주는 것 아니냐"... 서울시에 '뿔'난 국내 중소 전기버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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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체 밀어주는 것 아니냐"... 서울시에 '뿔'난 국내 중소 전기버스업계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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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올해 11월에 전기버스 114대 도입해 운행 예정
사업 준비하며 서울시가 마련한 전기버스 표준모델에 대한 지적 잇달아
업계서는 ▲전장이 10.9m인 이유 ▲배터리 성능 평가 방법 
▲배터리의 국산 여부에 대해 서울시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며 비판

국내 중소 전기버스업계가 서울시에 단단히 뿔이 났다. 

서울시가 오는 11월부터 운영 예정인 전기버스 114대를 공급할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서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기준과 평가방식을 채택했기 때문.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내놓은 전기버스 표준모델을 보면,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서울버스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는 11월부터 최소 15개 노선에서 운영 예정인 전기버스 114대를 공급할 사업자를 이번주 안으로 선정한다.

앞서 서울시는 7일 시청사에서 제작사 설명회도 가졌다. 이번 설명회에 참여한 제작사는 7곳으로 국내업체가 4곳, 중국업체가 3곳이다. 

서울시는 이번 전기버스 114대 도입 사업을 위해 마련한 표준모델과 제작사 설명회, 차량 주행(성능)테스트 등을 토대로 사업자를 압축·선정할 계획이다. 

국내업체 4곳 중 2~3곳과 중국업체 3곳 중 1~2곳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업계서는 "7곳 모두가 선정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시내 달리는 전기버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달리는 전기버스. 서울시는 올해 11월에 전기버스 114대를 도입해 운영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가 요구한 전기버스 전장 10.9m... 이유는?

서울시는 이번에 전기버스 114대를 도입하면서 전기버스 표준모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표준모델에 부합하는 차량을 제작하는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겠다는 것. 

그러나 업계서는 서울시가 표준으로 제시한 '전장(길이) 10.9m 이상'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13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서울시가 제시한 스펙 가운데 차량 전장 10.9m 이상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업체로 한정하면 현대차와 에디슨모터스뿐"이라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수치로,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서울시가 전기버스 29대를 도입하는 과정서 공급업체로 선정된 3곳 중 2곳이다. 다른 한 곳은 중국의 하이버. 

전기버스업계서는 이번에도 가장 유력한 업체로 현대차와 에디슨모터스, 두 곳을 꼽고 있다.  

서울시는 표준모델을 지금 당장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11월 전까지 이에 맞춰 제작해 공급할 수 있다면 주행테스트 등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이 제작한 전기버스의 전장은 10.5m 정도다. 

서울 시내 달리는 전기버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달리는 전기버스.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 차량 계기판 숫자 변화 만으로 전기차 성능 평가해"

'전장 10.9m 이상'과 함께 업계서는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조합의 전기버스 주행테스트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배터리 성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방식이 없다는 한계를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나마 현재 가장 정확한 평가 방법은 배터리를 완충(100% 충전)한 다음에 차가 설 때까지 달려 보는 것인데, 겨우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동안 차량 계기판의 숫자 변화 만으로 평가하는 건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이런 식으로 1000만 서울 시민이 탈 전기버스를 선정한다는 게 황당할 뿐"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씨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버스조합은 국내서 가장 정확하게 전기차량을 평가하는 곳으로 알려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테스트 방법을 차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토부와 환경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엄격하게 평가한다. 전기차 주행테스트 중간에 충전도 해보며 충전 속도라든지, 충전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 등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버스조합은 달랐던 것. 

업계 관계자 B씨는 "어떤 업체의 전기버스는 에어컨을 다 켜고, 차문도 열고 닫으면서 주행했는데, 아무것도 켜지 않고 주행했을 때보다 전비가 좋게 나왔다"며 "이는 계기판의 숫자 만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서울시의 전기버스 29대 도입 사업에서는 현대자동차(14대), 에디슨모터스(5대), 하이거(10대)가 선정됐다. 올해는 총 114대가 도입된다. [자료=서울시]
작년 서울시의 전기버스 29대 도입 사업에서는 현대자동차(14대), 에디슨모터스(5대), 하이거(10대)가 선정됐다. 올해는 총 114대가 도입된다. [자료=서울시]

◆ "서울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이해도 낮아... 배터리가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판단 못해"

또, 서울시와 서울버스조합이 전기버스에서 가장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16년 이후부터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 등 한국업체의 배터리를 드러내놓고 차별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버스조합이 이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 C씨는 "국내업체 중에선 중국 배터리업체로부터 셀과 모듈을 사와 한국에서 팩만 제작한 뒤에 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선전하는 곳이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버스조합은 중국과 분쟁을 우려해 이에 대해 모호한 입장만 밝히고 있다"고 한탄했다.  

C씨는 "중국 정부와 마찰이 우려된다면, 정부 차원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국산 배터리에 가산점을 주는 등의 우회 정책을 통해 국내업체들을 육성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버스에는 배터리 '팩'이 탑재된다. 이 팩을 만들기 위해서는 셀과 모듈을 순서대로 제작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가장 작은 단위가 셀인 셈이다. 

이번에 서울시 전기버스 도입 사업에 참여한 국내 업체 4곳 가운데 현대차는 LG화학의 셀을 이용해 모듈과 팩을 만들어 자사 전기버스에 탑재한다. 우진산전도 LG화학의 셀을 이용한다. 

JJ모터스는 삼성SDI의 셀과 모듈을 이용해 만든 팩을 자사 전기버스에 탑재한다. 이 팩은 국내업체인 피엠그로우가 제작해 JJ모터스에 납품한다. 

반면, 에디슨모터스는 작년 서울시 전기버스 도입 사업 입찰에선 LG화학의 셀로 만든 팩을 탑재했지만, 이번엔 중국 배터리업체의 셀과 모듈로 만든 팩을 탑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팩은 에디슨모터스의 자회사가 제작해 에디슨모터스에 납품한다. 

에디슨모터스가 구입한 중국 배터리업체의 셀과 모듈이, 글로벌 1·2위 업체인 CATL과 BYD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안전성이 제대로, 오랫동안 입증된 배터리냐는 것. 

최근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차량이 배터리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 사건도 있었다. 

작년 11월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 도원교통 차고지에서 한 직원이 서울 시내버스에 처음으로 도입된 1711번 전기버스에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11월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 도원교통 차고지에서 한 직원이 서울 시내버스에 처음으로 도입된 1711번 전기버스에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업계는 서울시와 서울버스조합이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 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는지 등을 평가할 능력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평가에 자신이 없다면, 자동차업계서 인정받는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했는가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중소 전기버스업체들의 지적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듣고 싶어 13일 오후 여러 번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서울시버스조합 담당자도 부재 중이라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서울시버스조합의 다른 관계자는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일정과 결과를 알지 못한다"며 "다만, 이번주 안으론 입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전기버스 114대를 도입하며, 1대당 최대 2억원(국비 5: 시비 5)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저상버스로 모두 도입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조금도 최대 9200만원 지급할 예정이다. 충전기 1기당 5000만원도 지원한다. 

서울시는 작년 29대, 올해 114대에 이어 내년에는 400대 이상의 전기버스를 도입할 것으로 전해져, 이를 두고 국내외 전기버스업체들 간의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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