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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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늦으리
  • 편집부
  • 승인 2013.11.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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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인간은 후회하는 존재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일 지라도 지나고 나면 한 두 가지 후회 없는 사람이 없다. 다만 좀더 줄이고 스마트하게 극복하는 게 현명한 자의 지혜일 것이다.

임기 후 고향 봉하 마을로 내려 갔다가 투신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지금쯤 사저에서 4대강 파헤치기나 측근들의 수난을 목격하고 있는 이명박 씨도 한숨짓는 때가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래서 인간이다.

이처럼 취약한 인간이 일정 기간 중책을 맡아 제대로 수행하려면 널리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벽을 낮추고 경륜 있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한편, 자질 있는 공직자들을 발탁하여 격에 맞게 일을 맡긴다면 반드시 훌륭한 실적을 거둘 것이다. 이것이 불변의 리더십인 줄 알면서도 실천 못 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8개월을 보냈다. 그 사이 북한의 남침 위협, 개성공단 사태 등을 잘 극복하여 안보 측면에서 신뢰를 쌓았고, 일본을 제외한 4강 외교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민생 문제를 비롯하여 산적한 국내 과제를 풀어 가는 데엔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당장 연말 정기 국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 통과는 물론 부동산 관련법,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법 등이 꿈쩍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여당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냉탕․온탕을 드나들 듯 국정원 댓글 사건과 NLL 대화록 필름을 번갈아 돌리며 여․야가 모두 현실을 외면하고 공소(空疎)한 타령들만 하고 있으니 정치권(政治卷)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

지금이야말로 정치력이 필요한 때인데 박 대통령이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지역별, 계층간, 세대별로 갈등이 증폭되어 사회적 비용이 300조 원에 이른다는 한국에서 정치력 공백은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보수층의 지지가 있다곤 하지만 대통령이 믿을 것은 민심(民心)밖에 없다. 그런데 민심은 하늘의 기상(氣象)처럼 늘 가변적이다. 지난 연말 51%를 몰아 주었다고 해서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고, 또 배를 엎어 버리기도 한다.

민심을 살피고 민초(民草)들을 편안케 해 주는 것이 정치다. 지금 박 대통령은 자신의 내부나 눈앞의 몇 사람만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아집과 편견 없이 정치 현실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독선(獨善)을 버리고 포용(包容)의 정치를 해야한다. 야당도 큰 정치의 협력자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은 그만한 시간이 있다.

또한 박 정부는 인사 문제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급한 감사원장․검찰총장은 내정 인사를 했지만 1년이 가깝도록 공사․공공단체 임원 인사를 미룸으로써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이들 공조직이 헛돌고 있음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이미 공석이 된 자리도 몇 달씩 후임 선정을 안 해 소속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으니 국력(國力)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복지부동을 탓할 수도 없다. 과도기엔 안 움직이는 게 상책이란 것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지휘자) 부재처럼 위험한 일이 없는 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보기에 딱하다.

흔히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듣기 꺼려하는 듯한데, 낙하산이든 자가용이든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

낙하산 인사일 수록 동시다발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하면서 적진 후방에 동시에 무수한 낙하산을 투입함으로써 승전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조심한다고 낙하산을 하나씩 떨어 뜨려 적병의 총탄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하나, 또 하나씩 투입한다면 백번 패배했을 것이다.

여론의 저격이 염려될 수록 낙하산은 다수를 동시에 투입하여 생존자 수를 늘려야 한다. 어느 금융기관의 경우 CEO가 바뀔 때마다 짧게는 1주, 어느 때는 1개월 이상 출입문을 가로 막고 일종의 신입례(新入禮)를 치르는 것을 보는데, 인사를 단행하면서 무얼 망설인단 말인가.

문제는 시간(時間)이다. 때를 놓치면 크게 어려워진다. 행정․정치에야말로 「Just In Time」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머뭇거리다 훌쩍 한 해를 넘기고 나면 새해 벽두부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마당으로 접어들 것이다. 지난해 총선․대선에서 패배한 야당이 이번엔 더욱 날카로운 창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정치를 유보해서는 안 된다.

내일이면 늦으리-. 영화 제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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