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투자] 행동주의 펀드· 국민연금 줄잇는 고배...전문가들 "주주행동, 더욱 활성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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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투자] 행동주의 펀드· 국민연금 줄잇는 고배...전문가들 "주주행동, 더욱 활성화될 것"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3.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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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등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있었지만 주주제안 안건이 잇따라 부결됐다. 먹튀논란, 단기차익 등 상장사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주주활동 문화가 점차 활성화될 전망이다.

22일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에서 주주총회가 열렸다. 긴장된 분위기와 달리 결과는 싱거웠다. 현대차 제안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기 때문. 하지만 엘리엇은 계속 남아 현대차에 몽니를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는 오늘 주총서 투표하는 모습. <제공=현대자동차>

지난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 주총에서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안한 총 8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대신 이사회 측이 제안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세이브존I&C 주총에서도 상정된 현금배당 및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등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홀드코자산운용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가수였던 승리 논란으로 주주들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었던 YG엔터테인먼트 주총도 싱겁게 마무리됐다. 지난 22일 열리 주총에서는 양민석 재선임안을 비롯해 사내이사· 사외이사 상정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주총은 15분만에 종료됐고 주주들의 특별한 발언도 없었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상법상 주주제안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이달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게 됐다. 법원이 ‘주주제안을 하려면 회사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상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한진칼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아니지만 국민연금도 대주주와의 표대결에서 번번이 패배의 쓴 맛을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100여개 상장사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전에 미리 공개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우려했지만,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모든 안건이 주총을 무사히 통과했다.

대주주의 연이은 압승에 재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도 걱정의 끈은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내 자본시장에 적극적인 주주활동 기류가 조성된 이상 이번 주총 시즌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기관들은 앞다퉈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에 이어 올해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한국투자공사 등이 책임투자 행보를 본격화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KTB자산운용 등 민간 자산운용사도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현대엘리베이터주총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기권하기로 결정하면서, 재계의 눈길이 다음 주 대한항공 주총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사진=기금운용위원회 회의 방송화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오는 27일 대한항공 주총에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된다. 

지분율 자체뿐 아니라 기타 위탁운용사와 기관투자자 등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의 결정은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표 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한진그룹은 KCGI의 주주제안 내용을 일부 받아들여 사외이사를 확대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도 이어지고는 있다. SK와 BGF리테일, 오리온 등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그러나 주주 행동주의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총 시즌은 많은 대주주에게 주주 관련 정책을 점검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배당 확대,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을 통해 지주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기업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장기 성장성보다 단기 이익을 더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난립을 계속 염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 8조원이 넘는 배당을 요구한 엘리엇 사례처럼 기업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리수가 주총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 주총 시즌에서 주주 행동주의의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지만 영향력은 나아졌다는 평가다. 이번 주총 시즌에서 주주제안이 부결됐다는 사실보다는 예전과 비교해 주주제안이 활성화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주주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좀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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