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TV 콘텐츠, 뛰는 '삼성·LG'에 난감한 '방송사' 온도차..."콘텐츠 없어 타격" vs "4K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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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 TV 콘텐츠, 뛰는 '삼성·LG'에 난감한 '방송사' 온도차..."콘텐츠 없어 타격" vs "4K도 버겁다"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3.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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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전자업계, 난처한 방송업계 '앓는건 공통적'
전자업계, AI 등 최신 기술로 보완...방송업계 "8K 콘텐츠 상용시점 '미정'

초고화질(8K) 콘텐츠에 대한 전자업계와 방송업계의 입장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20일 LGㆍ삼성,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은 향후 8K 콘텐츠가 상용화된다는 점엔 공통적인 확신을 보였다. 

그러나 도입 시점 등 상당 부분에선 전자업계와 방송사 사이에 확연한 온도 차이를 나타냈다.

전자업계는 “초고화질 기술에 따라오지 못하는 콘텐츠 산업이 답답하다”는 의견이, 방송업계는 “4K 콘텐츠도 버거운데 8K는 이르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8K 콘텐츠 제작이 늦어져 TV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과, UHD방송 시스템을 2017년에 겨우 도입됐는데 8K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제공>

LGㆍ삼성 “8K TV, 콘텐츠 없어 ‘타격’” vs 방송업계 “4K의 완벽한 상용화도 2027년 목표”

8K(7680×4320)는 FHD(1920×1080)보다 16배, 4K(3840×2160)보다 4배 더 선명한 화질을 말한다. 4K는 주로 UHD(Ultra High Definition)로 불리고 있다.

8K를 구현하려면 최소 3300만 화소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8K 콘텐츠의 완벽 구현이 가능한 초고화질 TV를 시중에 내놨다.

삼성전자는 QLED 8K TV를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이고, 올해 신제품도 대거 출시했다. LG도 OLED를 기반 한 8K TV를 올 하반기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초부터 서로 “8K시장을 선도하겠다”며 경쟁구도를 그리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ㆍ유럽 등지에서도 박람회나 발표회를 통해 기술력을 선전하며, 세계 시장 공략에도 사활을 걸었다. 하드웨어적으론 8K 시장이 완벽하게 열린 셈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바삐 움직이는 8K TV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빈약한 콘텐츠다. 현재 국내 방송은 HD(1280x720)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올해 방통위에서 제시한 지상파 UHD콘텐츠 의무 편성 비율도 15%밖에 되지 않는다. 4K 영상을 원활히 제작할 수 없는 현재 방송사 여건이 고려된 수치다.

2015년에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립하고 발표한 ‘지상파 UHD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에선, HD방송에서 UHD방송으로 완벽하게 넘어가는 시점을 2027년으로 목표하고 있다. 올해 15%의 UHD 최소 편성 비율도 이 계획에 근간했다.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에선 현재 8K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UHD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관련 장비도 부족한데, 방송사에 당장 8K 콘텐츠를 요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무리”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이 보유한 8K 콘텐츠도 전자 매장용 예시 영상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8K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이런 국내 방송사의 상황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자업체가 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OTT(Over The Top)에 기반을 둔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들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과 같은 CP(저작권사)사들이 먼저 8K 콘텐츠를 내놓으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국내 방송사에 대해선 “표준화 작업이나 안전성 확보 등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기 어려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8K는 3D처럼 반짝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과 같다, 결국에는 모든 방송사도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8K 콘텐츠가 시중에 없는 만큼 섣불리 뛰어들기보단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1월에 8K 구현이 가능한 TV를 진작 선보였지만, 출시를 올해 하반기로 미룬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제공> 2019 LG TV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김상열 전무(왼쪽), 권봉석 사장(중앙), 손대기 담당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MC‧HE 사업본부장(사장)은 6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2019년 TV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8K TV의 출시 시점과 관련해 “과연 8K 콘텐츠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며 “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 우리가 8K를 신중하게 출시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LG전자는 88인치 OLED와 75인치 LCD로 8K TV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삼성과 LG, 저화질 콘텐츠 인공지능으로 극복...‘8K 협의체’도 삼성이 주도

현재 가장 고화질로 제작되는 콘텐츠는 4K다. 8K보다 4배가 떨어지는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LG와 삼성이 이 화질 차이를 잡아주기 위해 제시한 방법은 인공지능(AI)이다. 저화질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분석해 8K TV의 해상도에 맞게 변환해준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퀀텀 프로세서 8K’ 이미지.

삼성전자는 ‘퀀텀 프로세서 8K’를, LG전자는 ‘2세대 인공지능 알파9’를 각각 최신 TV에 탑재했다. 고해상도와 저해상도 영상 간 특성 차이를 기계학습 등으로 분석해 '업스케일링' 기능을 제공한다. 수백만 편의 영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했다.

4K 콘텐츠와 8K 콘텐츠의 차이는 한 화소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들어오느냐에 대한 비교와도 같다. 4K 콘텐츠의 정보는 8K 콘텐츠의 1/4 수준이다. 인공지능이 비어있는 3/4을 가장 적합한 색상을 골라 자동으로 채우는 식으로 보완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얼마나 완벽하게 화질 보완이 가능한지를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순 없지만, 눈으로 보기엔 크게 차이가 없다”면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HD, FHD, UHD 영상을 각각 ‘퀀텀 프로세서’를 거친 후 8K TV로 구현하는 시연을 많이 한다, 본래 8K 콘텐츠로 제작된 영상과 큰 차이가 없다는 현장 반응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8K콘텐츠의 국제적 표준화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ITㆍ가전 기술 전시회인 CES 2019에서 글로벌 ‘8K 협의체’를 결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8K 협의체는 8K 생태계 조성 및 저변 확대의 목적으로 설립됐다. 삼성전자 외에도 파나소닉, 하이센스, TCL 등 한·중·일 TV 제조사들과 대만의 패널 제조사 AUO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TV 업체뿐 아니라 넷플릭스, 아마존 등 콘텐츠 업체도 참여시키는 게 이 협의체의 목표다. 이를 통해 8K 시장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LG전자는 8K 협의체에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참가는 신중히 하고 있다.

권봉석 사장은 2019년 TV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8K 콘텐츠 재생 표준 규격 등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협의체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 “기본적인 규격이 만들어지면 이후 협의체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2019년형 QLED TV(제품명 Q90R)

AI와 협의체 등으로 8K TV의 대중화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당장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미국의 IT전문 매체 더 버지는 최근 “8K 콘텐츠가 최근 속속 제작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드론 촬영 영상이나 자연 풍경뿐이다”며 “넷플릭스와 아마존, 훌루 등 메이저 업체들도 당분간 8K 영상물 제작 계획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8K TV를 구매하기엔 시기가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도 8K 콘텐츠가 없는 8K TV의 부진을 전망했다. 이들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세계 8K TV 판매 대수 전망치를 33만8000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내놨던 43만대보다 21.4%나 낮춘 수치다. 

지난해 4월에는 올해 판매 대수가 90만5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약 8개월 만에 전망치를 3분의 1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셈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내에서 가장 높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한 지상파 3사 등 방송업계에 대한 전자업계의 답답함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방송업계, 8K 콘텐츠 변화에 ‘난감’...“UHD방송이 완벽하게 자리 잡으면 차례로 진행”

방송업계는 전자업계의 빠른 변화에 난처함을 표하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지상파의 고화질 콘텐츠 구현 능력이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상파는 ‘UHD방송 세계 최초 도입’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2017년 UHD방송 최소 편성률 5%를 시작으로 4K 방송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현재도 세계 지상파 중 유일하게 UHD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방통위가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한 ‘지상파 UHD방송 최소 편성률 시행 여부 조사’ 결과 2017년에 모두 5% 편성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UHD방송 10% 이상 편성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다. 지상파는 올해 15%, 내년에는 25% 이상을 UHD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UHD방송 허가 조건으로 해마다 UHD 의무 편성 비율을 제시한다. 단계적으로 늘려 2027년엔 지상파의 모든 콘텐츠를 UHD로 전환할 계획이다.

방통위 사무관은 “현재는 4K UHD가 안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8K로 나아갈지는 UHD가 완전히 자리 잡은 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어 “방송사가 8K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하는 것은 각계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방송사들은 8K를 도입하자는 방향에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4K를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는데, 8K 도입으로 갑자기 전환하면 단기간에 정책이 바뀌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방송사에서 8K 콘텐츠 제작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2016년부터 2027년까지 UHD방송 여건 마련에 총 6조790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제작ㆍ송신시설 등 필수 UHD 방송인프라 확보 등에 총 9604억원이 사용된다. 콘텐츠 제작엔 ‘UHD 활성화를 위한 킬러 콘텐츠에 중점 투자’하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2027년까지 총 5조8298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HD에 비해 UHD는 아직도 여건이 부족한 실정이다. HD의 경우 카메라 50대를 동시에 ‘멀티소스 편집’이 가능하다. UHD는 4개의 영상만 동시에 편집할 수 있다. 제작 시간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8K 콘텐츠를 바라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6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2019년 LG TV 신제품 발표행사를 열었다.

지금까지 TV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디스플레이의 발전이 항상 앞섰다. 디지털, HD, UHD 모두 전자업계가 먼저 제품을 내놓고 콘텐츠 제작사들이 따라오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향과 달리 OTT기반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의 등장으로 디스플레이 발전과 콘텐츠 제작사들의 속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8K TV가 등장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콘텐츠 사업자 '라쿠텐(Rakuten)TV'는 올해 안에 세계 최초로 8K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 회사의 하신토 로카 대표는 “주요 TV 생산업체 및 콘텐츠 제작업체들과 8K 영화를 제작 중”이라면서 “올 하반기에 (8K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시간을 오래 들여서 제작할 수 있는 VOD와 편성이 있는 실시간 방송과 비교하는 것은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다”며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 방법과 VOD제작사들의 방법을 비교하면, 편집과 촬영 기간 등 여유가 다르다, 기한과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사에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준다면 우리도 UHD를 넘어 8K 콘텐츠도 제작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방송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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