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남자가 사는법...3억DL '주행의달인' 안상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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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 남자가 사는법...3억DL '주행의달인' 안상하 대표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9.03.2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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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모바일게임...합산 4억 다운로드
SUD 안상하 대표

"단 한명이라도 내가 만든 게임을 '재미있다'고 해주면 살 맛이 난다."
 
수 많은 인디게임이 있지만 '주행의달인', '주차의달인'이라는 인디게임은 많은 면에서 특별하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1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게임이고, 최근에는 3억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최근 인디게임이라면 방치형을 떠올리지만 두 게임은 방치형이 나오기 훨씬 이전, SUD 안상하 대표가 운전을 어려워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게임이다. 이것이 글로벌 3억 DL의 비결이 됐다. 

얘기는 약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안상하 대표가 중부대학교 게임학과 교수 재직시절, 가을 학기 강의용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무슨 게임을 만들까 하다가  때마침 운전면허증을 따고 주차를 어려워하던 아내를 위해 '주차의달인'이라는 주차게임을 만들었다. 막내 교수라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모바일게임을 만들어야 했던 불순한(?) 의도는 있었지만 아내 생일날 장미 한송이 바치고 마는 남편들과는 차원이 다른 선물을 아내에게 안겨준 셈이다. 

대전시 유성온천역 근처에 위치한 SUD 본사에서 만난 안상하 대표는 그렇게 주차의 달인이 탄생한 배경을 얘기해 줬다. 회사 이름은 왜 SUD(스튜디오 업다운)인가라는 질문에 "주차의 달인을 만들고 회사 이름을 고민하면서 그렇게 정했다. 내 이름이 안상하(上下)다. 학교 나닐 때부터 별명이다"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허허' 웃음이다. 그의 머리는 한바탕 풍파가 지나간듯 하얗게 세어 '로멘스그레이'의 여유가 느껴진다. 안 대표는 대학교수 시절 이곳 대전에 내려와 둥지를 틀었다. 아이도 낳고 한번 자리를 잡고 보니 여유가 있어 좋단다. 서울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좋단다. 몇 명밖에 없는 영화관에서 여유롭게 영화를 보고, 점심 피크타임이 지난 한적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주행의달인

그는 자리에 앉자 스토디오업다운(SUD) 게임의 놀라운 성과를 공개했다. SUD가 개발한 게임은 주차의 달인을 시작으로 주행의 달인으로 이어지고, 계속해서 장기와 바둑, 체스 등의 보드게임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게임의 다운로드 합계는 4억 다운로드다. 이 중 3억이 주행의 달인이고, 1억이 나머지다. 스스로도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단다. 1억 다운로드가 국내 2위 기록이라는 기자의 얘기를 듣고, 인터뷰 당일날 확인해 본 결과란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가장 많다는 모두의마블이 2억 다운로드 정도이니 SUD 게임은 인디게임이라 하지만 DAU도,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유저 풀이 많다보니 광고주가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주요 지역이 인도, 터키, 동남아에 집중되어 있어 CPA가 상당히 싸다. 단가가 낮아서 실적은 얼마 안된다"며 너스레를 떤다. 이것이 3억 다운로드의 키워드다. 인도에서 대박이 터졌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애니팡이 인기를 끌었듯이 인도에서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주행의달인'이 인도의 애니팡이 된 것.

아무리 수익이 적다고 하지만 안 대표는 혼자다. 많을 때는 6명 넘게 있었지만 다들 좋은 곳을 찾아 떠나고 혼자 남아서 게임을  관리하고 있다. 혼자서 수백만명의 DAU를 일으키고, 수 억 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

SUD 안상하 대표

안 대표는 이 좋은 실적을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한다. 사실 운때가 좋긴 했다. 2010년 스마트폰 세상이 시작되던, 아무것도 없던 때였다. 엔진도 유니티나 언리얼이 아니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프로그램 몰라도 게임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었다. 안 대표는 카이스트 출신의 명석한 두뇌로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자신의 방식대로 척척 만들어냈다. 그렇다보니 단점도 있다. 다른 플랫폼으로의 포팅이나 변형이 어렵다는 것. 스스로 "요즘은 내가 짠 것인데도 어렵다"고 할 정도.

SUD 게임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기존과 다른 스타일의 오목과 바둑, 체스 등 보드게임을 계속 만들어낸 것. 왜 이렇게 보드게임이 많아졌냐는 질문에 "주행의 달인 유저풀이 엄청났다. 이 유저들을 잡아둘 수 있는 오래가는 게임이 필요했다. 그것이 오목, 바둑, 체스 같은 게임"이라고 답했다. 

SUD의 게임은 광고가 있는 무료게임이지만 싱글이 아니다. 멀티가 기본이다. 구글 서버를 이용해서 승률 저장도 하고, 로그인도 되서 업적 체크도 된다. 그는 '체스의 달인'을 보여주며 "세계 곳곳의 유저들이 들어와서 경쟁을 펼치고 있으니 올림픽게임"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 유저 비율은 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말 그대로 '글로벌'하다.

'한 명이라도 자신의 게임이 재미있다고 하면 행복하다'는 안 대표는 최근 색다른 재미에 푹 빠졌다. 요리다. 친구들이 라면 잘 끓였다며 칭찬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일본 요리를 본격적으로 연구중이다. 그는 "누가 요리를 먹고 '맛있다'고 얘기해주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일에 너무 몰두했던 안 대표는 최근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그의 휴식기가 끝나면 요리 타이쿤 게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인디로서는 범접하기 힘든 4억 다운로드라는 실적을 기록하고 제 2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한 안 대표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주목된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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