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까지 연기시켰던 '포항지진' 원인?... 정부조사연구단, "진앙에서 500m 떨어진 '지열발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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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까지 연기시켰던 '포항지진' 원인?... 정부조사연구단, "진앙에서 500m 떨어진 '지열발전' 때문"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3.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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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까지 연기시켰던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인재'라는 결론이 나왔다. 

인근 지열발전소가 규모 5.4 지진을 일으켰다는 조사 결과다. 규모 5.4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 가운데 두 번째다.

20일 오전 대한지질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1년간의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강근 연구단장은 '유발지진'과 '촉발지진'을 구분한 뒤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2017년 11월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다(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라고 발표했다. 

이강근 단장 발표에 앞서 정부조사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즉, 지열발전을 위해 '대량·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는 것. 

<출처=한국광물자원공사 공식블로그>

지열발전의 원리는 이렇다. 4~5km 깊이의 구멍을 두 개 판다. 한 쪽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다. 데워진 물로 발생한 증기가 다른 쪽 구멍을 통해 나오며 터빈을 돌린다. 전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땅을 깊게 팔 뿐만 아니라 대량·고압의 물을 넣고 빼기 때문에 지반의 힘은 계속해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의 원인이라는 분석은 포항지진 직후 제기됐었다. 

포항지진 발생 직후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외국에선 셰일이나 석유 채굴시 강제로 지하에 물을 주입하는데, 이후 지진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었다. 

또, 이진한 고려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과)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포항지진의 진앙(지진이 발생한 지하의 진원 바로 위에 해당하는 지표 상의 지점)이 지열발전소와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점에 주목, 이번 정부조사연구단 발표한 결과와 같은 연구 결과를 작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지열발전 방식을 나타낸 그림. 땅을 깊게 파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반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다. 포항에 있는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이를 고려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단층대를 건드려 지진을 촉발시켰다. <출처=eden project>

한편, 이날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있자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포항지진 이후 포항 시민들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를 구성해 지열발전 프로젝트 책임자인 정부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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