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 기업회생절차 신청... 스포츠․패션업계 구조조정 신호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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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 기업회생절차 신청... 스포츠․패션업계 구조조정 신호탄 될까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2.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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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출범한 국내 1호 신발기업, 66년 만에 최대 위기... 업계 위기감 고조
지난해 9월 화승의 새 대표로 부임했으나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된 김건우 화승 대표이사.

1953년 동양고무산업으로 출발해 국내 1호 신발 기업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화승이 창사 66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화승은 1978년 미국 나이키를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하는 합작회사 화승나이키를 통해 급속히 사세를 확장했다. 한때 전 세계 나이키 신발 중 70%를 만들 정도로 생산량을 늘렸으나, 80년대 들어 나이키가 합작을 종료하자, 화승은 르까프라는 토종 브랜드를 론칭해 80년대를 대표하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98년 금융위기로 회사가 휘청거리며 부진에 빠졌고, 위태한 상황이 계속되다가 2015년에는 산업은행과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며, 부활을 노렸다.

부활의 조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15년 화승은 배우 이서진을 모델로 해 르까프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30~40대를 공략해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마치 워킹화로 부활한 프로스펙스의 행보를 밟는 듯 했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마케팅 대상을 10~20대로 바꾸고, 실내스포츠를 강조하며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르까프와 케이스위스, 머렐 등 3개의 브랜드를 운용하는 화승은 지난해 9월 새 대표로 패션 브랜드 경영 및 재무 전략의 전문가인 김건우 대표를 선임하며, 변화하고 있는 스포츠 및 아웃도어 시장을 선도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화승은 1월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채권추심과 자산 처분을 막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려 존폐의 기로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화승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인해 280곳에 달하는 르까프 매장과 각각 160여 곳인 케이스위스와 머렐 매장 대리점주 및 백화점 매니저 등이 당장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일 화승 본사에서는 백화점 매장 매니저들과 본사 관계자가 회의를 하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명령에 따라 화승 계좌가 묶이면서 직원 급여 등을 지급할 방도가 막혀버린 가운데 화승 측은 산업은행과 협의해 백화점 매장 직원들의 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본사로부터 대금을 받아야 하는 대리점주들은 특별한 방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화승 대리점 관계자는 “당장 받아야 하는 대금도 문제지만,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브랜드 제품은 소비자가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간접적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화승의 협력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화승이 협력업체에 발행한 어음은 약 1000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그대로 협력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연쇄 부도의 위험성이 점쳐진다.

화승의 존폐가 불확실해지면서 스포츠 및 아웃도어 업체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포츠패션 업계는 2010년대 중반까지 불었던 아웃도어 트렌드 이후 새로운 성장 모델을 4~5년간 발견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하며, “업계가 새로운 성장 모델 찾기와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화승과 같은 사태가 빠른 시일 안에 도미노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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