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낙연 총리에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호소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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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낙연 총리에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호소한 이유는?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1.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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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절벽, 중국의 인력 싹쓸이 등 영향...소프트웨어 인력 3만명 이상 부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다고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만남에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소프트웨어 인력 문제를 꺼낸 것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따라 5G, AI, 바이오, 자동차 전장부품 등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정한 삼성전자의 마래에 소프트웨어 인력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중국 등 세계적 기업들과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라는 의미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 규모에 비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5세대(5G) 통신장비는 스마트폰보다 20배 더 많은 소프트웨어(SW) 코딩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많이 부족합하다"면서 "기업도 노력하겠지만 정부도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당시 배석자 등에 의해 전해졌다. 

당시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의 경우 3000만 코딩 라인이 필요한데 비해 5G 통신장비는 6억 코딩 라인을 해야 한다. 20배의 코딩 작업이 더 필요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스마트폰의 20배에 해당하는 5G통신장비 기술을 정교하게 설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정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올해 하반기 정부 차원에서 오픈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350억원을 투자해 설립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해매년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500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교수, 교재, 학비가 없는 ‘3무(無) 제도’로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에콜42’를 벤치마킹했다. 

삼성전자도 SW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와 협약을 맺고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개소했다. 향후 5년간 1만명의 청년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할 계획으로 서울, 대전, 광주, 구미 등 전국 4개 지역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같은 인력 양성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5세대 이동통신(5G), 클라우드 등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먹을거리로 평가 받는 분야에서 신기술 확보는 고사하고 'SW인재 절벽' 현상이 빚어지는 있다. 

'소프트웨어 인재 절벽' 현상 심각...중국이 인재 싹쓸이 영향도 겹쳐

14일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현실(AR)ㆍ가상현실(VR) 등 4개 4차 산업혁명 유망 분야에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SW기술 인력 3만1833명의 부족이 예상된다. 

5G 모빌리티 글로벌 협력을 위해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CES에서 나란히 시연에 나선 모습.

대학원 이상의 고급인력 부족 현상은 인공지능 7268명, 클라우드 1578명, 빅데이터 3237명, 증강ㆍ가상현실 7097명으로 전망됐다. 

소프트웨어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와 이를 충족하는 미래형 인재 공급에 있어 큰 격차가 있다는 의미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모두 크게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부족 현상은 정부가 체계적인 인재 육성 계획이 없었던 것이 큰 이유다.

자율주행, 게임, 인공지능, 블록체인, 5G, 로봇 등 특정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부상할 때 마다 체계적인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기보다 당장 부족한 SW 인력을 '돌려막기'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SW기술 인력 3만1833명의 부족 예상

지난해 발표된 '2017 SW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SW 신산업 인력 조달 방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존인력 재배치'로 88.4%에 달했다. 대기업은 97.5%가 기존 인력을 다시 활용해 신산업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낙연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으로 인재 유출도 우리나라가 SW인재 절벽에 내몰린 원인이다. AI 분야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국내 연봉의 몇 배를 제시하며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는 "현재 AI 연구자 및 실무자는 30만명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수백만명에 달한다"고 공개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혔다.

바이두의 장야친 총재 역시 지난해 AI 인재 10만명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가상현실, 증강현실, 블록체인 등 새로 부상하는 기술 분야에서도 3배 이상의 연봉과 영주권 등을 제시하며 국내 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작 국내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물론 대기업들도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당시 안철수 교수가 "이러한 고등교육 받은 인력을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쪽은 이런 IT 산업, 특히 소프트웨어 같은 쪽이 굉장히 우리나라 인력 구조와 가장 적합하다"며 "이제 이런 토목 공사 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에 집중하는 것이 인력 효율적인 활용적인 측면에서, 고급 인력들의 활용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정부정책의 전면적 수정을 촉구하며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론을 주장해왔지만 아직도 바뀐 게 없다.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이 우리나라 국가 경제 미래와 직결된다는 얘기이나 이미 4차산업혁명시대가 와버렸다. 일종의 소프트웨어 인력 10만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안 교수의 절박한 얘기를 흘려버린 채 10여년이 지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소프트웨어 인력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는 점에서 국가가 이제라도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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