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웅이 있어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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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웅이 있어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 정우택
  • 승인 2011.03.18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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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명의 사무라이’ ‘320명의 사무라이’ 목숨을 내놓고 후쿠시마 원전과 싸우는 사람들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지진과 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자 유서를 써놓고 ‘일본 구하기’에 나선 사람들이다. 언론은 이들은 ‘살아 있는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영웅은 본인이 죽은 후에 붙여지는 장한 이름이다. 이름 옆에는 물론 훈장이 놓인다. 그는 국립묘지에 묻힌다. 이게 영웅의 길이다. 하지만 일본의 살아 있는 영웅은 다르다. 나라와 사회, 가정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 때론 마음을 아프게 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년을 앞둔 59세의 한 남성은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며 원전 냉각작업을 자원하고 나섰다. 원전이 냉각수 부족으로 폭발위험에 처하자 원전에 물을 넣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사명감’을 가지고 원전으로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몇 달 후 정년퇴임을 하면 퇴직금과 연금을 받아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에도 ‘나 한 사람의 편안함 보다 가정과 사회, 국가’를 택한 것이다. 이런 사람이 처음에는 몇 명이었는데 점차 늘어 181명을 넘어서고 320명도 넘었다는 보도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죽음의 현장에 스스로 뛰어든 사람은 이 남성뿐이 아니다. 히타치사의 직원들도 유서를 써놓고 원전 현장으로 갔다. 히타치는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의 제작사로 알려졌다. 원전 폭발 후 철수했던 도호쿠엔터프라이즈사 직원 3명도 다시 원전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살려고 철수를 했지만 가족을 지키고, 지역을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320명의 살아있는 영웅들은 방사선이 나오는 압력완화밸브를 열고 닫으며 원자로에 냉각수를 퍼붓고 있다. 냉각수를 넣어 고열로 인한 폭발을 막기 위해서다. 원전 폭발을 막으려다 자칫 자기 자신이 폭발할 위험이 있지만 이런 것은 ‘가족과 국가’를 향한 사명감으로 다 덮어버렸다.

방사선이 나오는 원전에서 냉각수를 보충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다. 이들은 철저하게 장비를 갖추고 사투를 벌이는 데 10분 동안만 일을 할 수 있다. 한번 투입된 후에는 메스꺼움과 탈진으로 병원으로 실려 간다. 방사선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원전은 무서운 곳이다. 특별히 제작된 방호복, 헬멧, 필터 탑재 안면마스크, 두 겹으로 된 장갑과 산소통으로 무장해야 방사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방호복을 입어도 완전할 수는 없다. 만에 하나 방호복에 작은 이상이라도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영웅들의 이야기가 나가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댓글이 올라왔다. 모두가 용기와 희생, 결단에 머리가 숙여진다고 했다. 네티즌들이 아무리 댓글을 올리고, 언론에서 아무리 이들의 이야기를 써대도 이들 마음의 한 구석도 읽지 못한다. 내가 나서 가족을 구하고, 국가를 구해야 한다는 그 결연함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정신이 2차 대전에서 원자폭탄을 맞고 폐허가 된 일본을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다시 세우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2차 대전에서 패한 후에도 지금 원전으로 뛰어든 것과 같은 살아 있는 영웅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지진을 통해 일본이 세계인을 감동시킨 게 또 있다. 바로 질서의식이다. 휘발유 10리터를 사기 위해 하루 종일 서있는 모습, 슈퍼에서 말없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구해주라고 하는 모습은 일본의 살아있는 힘이다. 그들은 공무원들을 욕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나보다 급한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순번 정전으로 지하철이 끊어졌을 때 지하철 인근 호텔은 로비를 개방했다. 집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호텔 로비에서 밤을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우리를 보자. 지하철이 조금만 늦으면 운전자를 폭행하고 문을 부수고 난리를 치는 게 우리 아닌가? 비행기가 늦으면 소동을 벌이고, KTX가 늦어도 역장실로 몰려가 소란부터 피우지 않는가? 영화보다 전기만 나가면 뭐를 집어 던지고 난리 아닌가? 펄펄 끓는 냄비같이 행동하지 않는가? 그래야 돈이 나오니까.....

기상 이변이나 무슨 사고가 벌어져 전철이 다니지 못한다고 하자. 그럼 서울역이나 시청역, 강남역 등 전철 역 주변의 큰 호텔에서 로비를 열어줄까?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몰릴까봐 철 셔터를 내리고, 그래도 안 되면 덩치 큰 용역을 동원해서 호텔 문을 지키지 않을까?

얼마전 필자는 일본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후지산에 다녀왔다. 한국 관광객이 아주 많았다. 일본인들도 많았다. 일본인들은 등산에서도 질서가 그대로 나왔다. 일본 학생들은 산 아래부터 산 위까지 질서있게, 줄을 맞춰서 올라갔다. 일본 노인들도 그랬다.

하지만 한국 관광객은 바로 대열이 흐터려진다. 경쟁하듯 앞으로 가는 사람, 뒤에 처지는 사람, 누가 어디에 있는지 산 전체로 흩어져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들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도 힘들다. 꼭 산에서 모래가 굴내 내린 것 같다.  의식의 차이, 문화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성격의 차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생활의 한 단면으로 봐야할까?

필자는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조용기 목사의 말처럼 하나님의 심판이 아니라면 일본은 절대로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것으로 확신한다. 조 목사의 말대로 우주 만물과 지구를 지은 하나님이 심판한다면 그건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땅을, 사람들을, 민족을 무자비하게 심판하고, 쓸어버릴 분이 아니다. 오히려 ‘너는 내 아들’이라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일본 사람들을 감싸주시고, 위로해 주실 것이다.

천하보다 귀한 내 생명을 가족을 위해, 국가를 위해 버리기로 작정한 320명의 살아 있는 영웅들이 있는 한, 국민들이 질서의식으로 무장하는 한, 세계인의 지원과 용기의 말이 끊어지지 않는 한 일본은 지금의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게 이웃 한국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정우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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