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후변화 정책의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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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기후변화 정책의 나아갈 방향
  • 편집부
  • 승인 2013.07.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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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김소희 사무국장
지난 5월 초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었다는 뉴스가 국내외 모든 매체에 보도되었다. 이 수치는 IPCC 4차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안정화 목표치의 방어선이었다. 이를 넘어섰다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확실한 경고이다.

지난주 유엔환경계획(UNEP)은 비즈니스를 위한 글로벌 환경 전망 5판(Global Environmental Outlook 5 for Business)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의 모든 섹터의 비즈니스가 변화하는 기후가 야기하는 영향에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재차 전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생물 종 다양성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기후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당장의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세기에 많은 산업들이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올 초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1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전년대비 9.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대비 배출량 증가율이 2008년 2.3%, 2009년 0.8%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증가한 수치로 주요 증가요인의 하나로 폭염ㆍ한파로 인한 냉난방용 전력수요 증가가 꼽혔다. 그리고 지금, 때이른 무더위로 올 여름 우리사회 키워드는 절전과 블랙아웃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새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방향이 하루빨리 제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이러한 국내외 상황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최근 기후변화 관련한 세미나,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 정부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 2기 정부는 얼마 전 에너지 보좌관인 Heather Zichal이 공공부지에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촉진, 클린 에어 법안(Clean Air Act)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란 3가지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의 의지’가 기후변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의 고위 인사들은 모두 올해 연말까지 주요 정책들을 수립할 계획이라 전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연말까지 지체되는 정책들로 국민에게는 고스란히 손해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답답하고 절박한 마음을 담아 새 정부가 제시할 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의 공과를 잘 따져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늘 그러해왔듯이 새 정부가 제시하는 새로운 어젠다에 모든 것을 짜맞추고 다시 리셋 작업을 하는 것은 너무 구태의연하다. 지난 정부의 잘한 정책을 적극 살려 국제동향에 맞게 업그레이드시켜서 제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쿨(cool)한 모습을 보고 싶다.

지난 정부에서 온실가스 감축 및 저탄소 경제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면 그 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 내용 중에서 정부가 우선해야 할 부분은 우리가 앞으로 얼마만큼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다. 측정할 수 있어야 평가할 수 있다는 경영학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함이다.

이 수치를 정하기까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겠지만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간에, 정부와 산업계간에, 그리고 시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너무 당연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 때 가장 안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 NGO인 시민사회가 전략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다음으로 왜곡된 에너지시장을 정상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도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각 수석들께서도 가급적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전력 부족 난의 땜질식 처방의 초점은 주로 에어컨 사용 제한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이미 에어컨이 주는 혜택을 구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값싼 전력요금을 내세우며 정부가 앞장서 시스템 에어컨(EHP) 보급을 권장했고 경제력이 생기면서 가정이든 직장이든 쾌적함을 선호하는 인간의 본성과 맞물려 에어컨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더워서 짜증나는데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전력 요금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있으나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값싼 전력을 공급한다는 미명하에 기업은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에 뒤쳐지고 소비자는 귀한 줄 모르고 펑펑 쓰고 있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지난 5년간 녹색 성장과 기후변화를 외쳤지만 온실가스는 증가하는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처럼 전력 요금에 가격 탄력성을 부여해야 한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에너지 효율이 바닥을 기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왜곡된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기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개인은 자신이 쓰고 있는 전기가 얼마나 귀한 줄 알아야 온실가스 감축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 동안 전력난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겠습니다"라고 전한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에는 제대로 실현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방법으로 온실 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대처해야 한다.
2013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물지능통신(Machine 2 Machine), 빅데이터(Big Data),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등이 그것이다.

M2M은 사물과 사물간의 지능통신으로 모든 사물에 센서, 통신 기능을 부과하여 지능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상호 전달하는 네트워크로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카본 워 룸(Carbon War Room) 재단을 설립, “M2M기술은 자원 부족과 기후 온난화 상황을 극복할 주요한 해결책” 이라 강조한다.

카본 워 룸은 "M2M 장치 상당수가 에너지와 수송, 농업, 건설 부문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추세대로 확대됐을 때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91억t 감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미국의 AT&T, 한국의 KT, SK텔레콤, LG 유플러스 등 통신회사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을 기후변화 대응에 접목시키는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2년 다보스 포럼에서 떠오르는 10대 기술로 꼽힌 빅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를 획득, 저장, 분석해 가치있는 정보와 스토리를 추출해 의사결정이나 미래 예측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기업에서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여 마케팅에 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기상 이변, 재난재해, 질병 등 미래 예측이 필요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M2M, 빅데이터, 공유경제 모두 인터넷, 모바일 기기의 이용이 전 세계적으로 생활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ICT기술을 융합, 관련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지금 박근혜 정부가 전하고 있는 창조 경제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처간의 소통과 융합이 기후변화 정책 결정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다.

“자연환경의 도전에 대한 인류의 응전에 따라 문명이 이뤄졌고 얼마나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민족의 성쇠가 갈렸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에서 이번 정부 기후변화 정책의 주요 방향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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