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혁명 이후 글로벌 관련산업 ‘명암’…LG경제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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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혁명 이후 글로벌 관련산업 ‘명암’…LG경제硏
  • 편집부
  • 승인 2013.07.1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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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정치외교와 산업, 자본시장에서는 셰일가스 영향 확대로 권력과 자본의 대이동이 진행 중에 있다. 과거 자원/에너지 확보 문제를 두고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던 미국과 중국이 자원개발 관련 투자를 상호 진행하면서 부쩍 가까워졌고, 십여년 간 자국 내 투자를 최소한으로 진행한 미국 화학산업계가 2020년까지 700억달러 이상의 설비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 과거 중동기업의 인프라/플랜트 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던 금융투자 자본들이, 지금은 북미의 인프라/플랜트 투자에 대해 대출 또는 지분투자에 참여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셰일 혁명이 세계 에너지 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정치지형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각 국별 산업간 명암이 가시화 되는 양상이다. 미국 셰일혁명 파장이 에너지 및 글로벌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 제조업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하여 조망해 본다.

Ⅰ. 에너지 시장의 패권 재편

국제석유기업(이하 IOC1)들의 에너지 개발사업이 셰일혁명의 영향으로 부활하고 있다. 지난 ’60년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 석유수출국 정부 및 국영기업(이하 NOC2)에게 석유개발권 지분 몰수 및 이익분배협정의 개정을 요구 받으면서 패권 약화가 지속된지 50년만의 재기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혁명을 미국 外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기술 메신저로서의 역할이 부상하면서, 각국의 셰일자원 개발 사업에 적극 초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IOC가 부활 한다고 해서 과거처럼 NOC와 파워 경쟁을 할 만큼 강해지거나,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세계 각국이 자국 셰일자원 특성에 적합한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기간에는 IOC의 도움이 필요하고, IOC는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약화되었던 영향력의 일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자원 개발 붐으로 바빠진 국제석유기업(IOC), 중국 개척에 집중

2000년대 후반 셰일 혁명은 미국의 독립 에너지 개발(이하 E&P3) 회사와 자원개발 서비스/장치 회사들의 다양한 혁신기술들이 모아져서 탄생했다. 이때 IOC는 극심해(極深海) 유전/가스전, 호주 CBM(Coal Bed Methane), GTL(Gas to Liquid) 등 기술난이도가 높은 비전통자원 개발에 주력했는데, 오히려 자원개발의 기술 혁신은 미국의 셰일가스에서 실현되었다. 대부분의 메이저 IOC는 셰일기술 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 셰일자원 개발을 함께 했기 때문에 기술 역량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ExxonMobil은 2010년 XTO(미국 최대 비전통가스 E&P 기업)를 360억달러에 인수하여, 대규모 셰일층 광구 지분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도 단기에 확보하게 되었다.

현재 IOC의 해외자원 개발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캐나다, 폴란드, 독일 등 자원개발 투자가 쉬운 국가는 물론이고, 자원개발권 확보가 매우 어려웠던 러시아(셰일오일), 알제리, 중국 등 NOC가 장악한 국가의 비전통자원 개발 사업에도 진출하게 된 것이다.

IOC에게 중국 에너지개발 사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에너지시장이지만, 사회주의 국가로 자원통제가 어떤 나라보다도 강해서 접근이 불가능할 것으로 인식되던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5년 중국해양석유(CNOOC)가 미국 에너지기업 유노칼 인수에 최고가를 적어냈으나, 미국 의회의 거부로 M&A에 실패한 이후 구미기업을 멀리하고 전세계 NOC를 상대로 석유/가스자원의 인수 및 공급계약 체결에 몰두한 바 있다.

그러나 셰일혁명 이후 중국은 다시 북미시장으로 돌아왔다. 중국의 모든 국영에너지기업들이 2010년부터 3년간 북미 셰일자원 관련 M&A에 대거 투자했고, 2012년 중국해양석유(CNOOC)는 북미 에너지기업인 넥센을 151억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거의 모든 대표 IOC(Shell, ExxonMobil, Chevron, ConocoPhillips, Eni, BP 등)들은 중국 셰일가스 개발에 참여하여 현지조건에 맞는 기술역량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Sinopec의 푸청위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셰일자원에 대한 우리의 기술과 경험은 뒤쳐져 있지만, 서방의 석유회사를 고용해서 우리를 위해 일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Shell의 중국 셰일담당 기술임원도 “현재 Shell의 최고 기술자들은 대부분 중국 셰일개발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향후 IOC의 중국에서의 행보는 다른 산유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IOC의 글로벌 입지는 일정 부분 회복될 전망이다.

산유국 국영석유기업(NOC)에게는 부정적 영향

셰일혁명이 기존 글로벌 석유/가스 수출국 NOC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정량적, 정성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우세하다.

첫번째 가장 큰 영향은 기대유가가 하락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 유가전망은 기관마다 편차가 크지만, 분명한 것은 평균적인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관을 찾기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유가 하락을 전망하는 기관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너지정보청은 2012년 에너지전망보고서(AEO)에서 2025년 유가를 135달러로 전망했으나 최근 발표한 AEO 2013에서는 2025년 유가를 115달러로, 1년만에 20달러 낮추어서 전망했다. 이렇게 미래 유가 전망이 낮아지는 추세는, 현재 유가에도 부정적(낮추는)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생산량(판매량) 증가도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원래 글로벌 석유시장은 비OPEC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생산하고 모자라는 양을 OPEC이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석유 수급을 전망할 때에도 비OPEC 공급을 먼저 전망하고, 나머지 부분을 OPEC 요구량(call on OPEC crude)이라는 형태로 OPEC의 생산량을 전망한다. 그런데 세계에너지기구 등 주요 기관의 2010년 전망까지는 OPEC 요구량이 매년 증가하며 OPEC이 지속적으로 석유 생산능력을 확장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캐나다 오일샌드와 브라질 심해원유 생산뿐 아니라 북미 타이트오일과 천연가스액(NGL, 가스정의 부산물)이 추가로 생산되면서, OPEC 요구량이 당분간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 바뀌고 있다.

세번째는 석유 수요의 일부가 천연가스로 대체될 것이라는 점이다. 석유화학산업에서 사용하는 납사 수요가 에탄으로 대체되는 것과 함께 수송용 석유 수요 일부도 천연가스(압축천연가스 CNG, 액화천연가스 LNG)로 대체될 전망이다. 현재 천연가스 생산기업과 일부 수송기기 업체를 중심으로 선박용 연료인 중유를 LNG로 대체하는 것과, 대형 물류용트럭 및 버스 연료를 LNG 또는 CNG로 대체하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변수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석유의 수송용 수요 중 5∼10% 정도는 천연가스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현재 개별 국가에서는 러시아의 경우 2011년 이후 천연가스 수출량이 감소하고 있고, 카타르도 주요 LNG 구매자로부터 계약가격 결정방식(유가연동제) 변경을 강하게 요구 받고 있다. 또한 OPEC 회원국 중 알제리, 이란, 이라크 등의 국가는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국가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되며, OPEC 내부에서 현 상황에 대한 의견차이도 표출되고 있다.

OPEC 국가의 경우 매장되어 있는 셰일가스, 타이트오일 등 비전통자원이 향후 개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참고로 NOC에게 부정적 영향들은 대부분 IOC에게도 부담요인이지만, IOC는 보유매장량의 감소와 합리적 자원개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것이 큰 문제였기 때문에, 셰일 혁명에 의한 새로운 성장 기회 확보라는 긍정적 영향이 더욱 큰 것으로 생각된다.

석탄과 신재생에너지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 불가피

셰일혁명은 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도 간접적이지만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전망이다.

첫번째는 셰일가스의 주 수요처가 발전이라는 분야에서 정확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상대적 경쟁력은 원가 측면에서는 석탄 다음으로 2등, 환경적 측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다음으로 2등이다. 천연가스가 생산되는 국가에서는 에너지원 중에서 상당한 우등재이고, 좋은 발전연료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천연가스 생산량과 생산국이 증가할수록 발전분야에서의 수요증가가 두드러질 전망이고, 이 영향은 발전이 주 수요처인 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게 지속적인 부담요인이 될 전망이다.

두번째 석탄산업에게는 제품가격 상승 억제 영향도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중국 제조업 가동률이 상승하면, 석탄가격이 다시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 되었다. 그러나 셰일혁명 이후 미국의 경우 석탄가격 상승 시 천연가스의 대체 위협이 상존한다. 또 화석연료 가격은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장기 천연가스와 유가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석탄도 과거와 같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세번째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이 위축되고, 이것은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을 다소 지연시키는 영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가 2011년 2분기를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선진국 정부의 재정 문제 영향이 크겠지만, 장기 에너지 고갈 위협과 유가의 지속 상승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각국 정부와 주요 참여기업의 투자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Ⅱ. 미국 및 글로벌 관련 산업의 명과 암

셰일 혁명은 분명 전세계 에너지의 대규모 수입국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고조되어 온 에너지 위기가 다소라도 덜어지게 될 희망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OPEC 및 러시아와 같은 전통 자원보유국에는 국가 재정과 산업육성 비젼이 위협을 받는 악재 이기도 하다. 그러면 산업이나 기업 측면에서는 어떨까?

미국 오일필드 서비스와 가스수송 기업은 천국, 독립 E&P 기업은 수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속담이 미국 셰일혁명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혁신적인 비전통에너지 생산기술이 독립 E&P 기업들과 관련 서비스(탐사, 평가, 시추설계 등) 기업들의 장기간 노력으로 탄생했으나, 정작 기술개발의 한 축인 독립 E&P 기업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옆에서 보고 있던 가스파이프 운영기업들은 큰 돈을 벌고 있다.

셰일혁명의 주역이자 최대 수혜는 미국의 오일필드서비스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원의 지질학적 탐사에서부터 부존량과 가채매장량, 경제성 등을 평가하고 가장 효율적인 개발방법을 설계하며 관련 핵심 장치를 공급하는 업체들을 통칭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슈름버거, 할리버튼, 바커휴 등의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고유가 추세와 함께 심해유전 등 기술난이도가 높은 석유/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셰일가스 및 타이트오일 개발 붐으로 다시 한번 사상 최고의 실적을 경신하는 추세에 있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세계시장에서도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슈름버거는 중국 시장진출을 위해 홍콩 Anton Oilfield Services사의 지분 20%를 취득하여 2012년에는 충칭 지방정부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고, 2013년에는 옌창석유그룹과 기술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아람코도 슈름버거와 할리버튼에게 셰일가스개발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으며, 금년 중으로 개발계약도 체결할 계획이다. 상당기간 지속적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들과 함께 미국 가스 수송/저장시설 운영기업의 수익 증가도 상당하다.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든 떨어지든 통행료를 받는 수송산업은 천연가스 물동량만 증가하면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은 제한적이겠지만, 지금도 미국 내에서 천연가스, NGL, 에탄 파이프라인 설치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상당기간 안정적 수익과 성장이 예상된다.

셰일혁명의 가장 큰 피해는 셰일기술 탄생의 주역인 수백개 독립 E&P 기업들이다. 보통 이들은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 석유 및 가스 개발/생산에 주력하는 전문 E&P 기업으로, IOC가 함께 하는 수송이나 정유사업, 해외사업은 거의 없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군소기업들은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겪었다. 셰일기술을 탄생시킨 기업으로 알려진 Devon Energy도 이러한 수난은 피할 수 없었고, 최근 실적은 고유가 이전인 10년 전의 실적과 비슷한 수준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반등하지 못한다면, 이들 기업의 수난도 쉽게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화학, 플랜트/건설 수혜...발전, 철강도 부분적 수혜

셰일가스 관련 수요산업 중에서는 미국 화학산업의 수혜가 가장 크다. 셰일가스 부산물로 화학산업에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에탄과 프로판이 같이 생산되는데,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에탄과 프로판 생산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미국 화학업계는 원료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증가 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 자국의 유리한 환경에서 규모의 성장을 할 수 있는 혜택도 누리는 상황이다. 미국화학연합회(ACC)는 미국 화학기업들이 셰일과 관련하여 2020년까지 약 700억달러의 설비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신규 설비들이 가동을 하는 시기가 되면 에탄 및 프로판 수급도 다소 타이트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탁월한 원료가 우위를 누리기는 어렵겠지만, ①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크게 하락하거나 ②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현재의 전망치 대비 크게 못 미치지만 않는다면 석유기반의 석유화학 설비 대비 원료가격 경쟁력 확보는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화학산업 수혜와 함께 플랜트/건설 분야의 호경기도 시작되었다. 플랜트/건설 분야는 화학산업 뿐만 아니라, 가스 파이프 및 프로세싱 설비부터 철강 플랜트 등 다양한 전통 제조업 르네상스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 Local Content(자국 인력/부품 의무 사용 비율) 규정으로 관련 기계부품이나 소재에서 수입산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현지 건설/플랜트 및 관련 기계/철강 산업의 수혜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철강산업은 원료인 Coking Coal 및 에너지 가격의 하락, DRI라는 천연가스 활용 공법 도입 확대에 따른 원가 및 품질경쟁력 강화, 자국내 플랜트/건설 산업의 활황에 따른 수요 증가 등 다방면의 수혜를 보고 있다. 미국 발전 산업의 경우에는 평균적인 연료가격이 하락해도 큰 이익증가는 나타나지 않는다. 전기가격은 연료가 연동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연료 가격의 하향 안정화와 연료의 선택성(Flexibility) 증대, 제조업 르네상스에 따른 산업용 수요 증가세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고원가 E&P 사업과 미국 外 화학산업은 셰일 역풍 체감

미국 셰일 혁명의 역풍은 글로벌 고원가 E&P 사업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타이트오일 생산 위협에 중장기 유가 전망까지 하향 조정되면서 극심해 유전이나 가스전 등 고원가 E&P 사업에 대한 매력이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큰 기대를 모았던 동아프리카 내륙과, 멕시코걸프 및 브라질 등 극심해 유전/가스정 개발 메가 프로젝트 중에서 일부 투자가 보류되고 있다. 중장기 유가 상승세에 대한 확신이 들지 못할 경우 보류가 결정된 프로젝트는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에너지 자산에 대한 M&A에서 더욱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 Business Insight 2013 7 17 35
LGERI 리포트 2012년 글로벌 에너지 M&A에서 북미지역 에너지는 확인매장량에 대해서 BOE(석유 1배럴의 가치)당 16.5달러에 거래되었으나, 미국 외 지역의 에너지는 BOE당 7달러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가격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셰일가스 역풍은 글로벌 화학산업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투자가 발표되면서, 동아시아의 석유(납사) 기반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중동지역 프로젝트까지도 계획되었던 프로젝트를 무기한 보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2017년까지 인도의 정유-석유화학 연계 프로젝트와 중국의 석탄화학 프로젝트, 필리핀의 크래커 프로젝트 외에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가스기반 대규모 신규설비 가동이 예정되어 있을 때 내수 충족 목적이 아니라면, 대규모 석유기반 범용 석유화학 설비투자를 실행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또한 원가경쟁력이 있는 중동에서도 일부 투자가 보류,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우디 Rabigh (Aramco-Sumitomo), 카타르 QP/QAPCO, UAE ChemaWEyaat, 쿠웨이트 PIC, 이란 Ilam 등 3-6조원 규모의 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① 원료를 공급해줄 정유 또는 LNG 프로젝트의 지연 ② 투자자 및 파이낸싱 금융권의 의지 저하 ③ 정부 재정의 약화 등 외부 환경이슈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외부 환경 이슈의 상당부분이 미국 셰일혁명의 영향과 연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셰일혁명으로 인한 미국의 집중 투자와 원료가 불확실성으로, 타지역 석유화학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당분간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Ⅲ. 한국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미국의 셰일 혁명과 이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안정화 효과는 한국처럼 에너지를 100% 수입해야 하는 국가에게는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그러나 개별적인 산업의 영향을 보면 경쟁 및 수요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과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는 기회가 엇갈리고 있다.

석유화학/플랜트/조선, 경쟁 및 주력 수요시장의 환경악화 부담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앞에서 언급한 세계 화학산업 영향의 연장선에 있다. 2000년대 중동의 출현에 이어 2010년대에는 강력한 경쟁자인 미국기업의 부활 및 성장 가속으로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 화학기업의 고급 기술력과 글로벌 마케팅력은 한국기업이 중동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공을 들인 고품질 시장까지 침투할 전망이다. 미국의 대규모 투자로 타지역 투자가 위축되어 글로벌 수급 싸이클은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지만 한국 석유화학사업의 경쟁력 약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은 주력 시장의 수요 위축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이는 세계 에너지/화학산업 투자의 패러다임이 중동에서 미국으로 이전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중동시장은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인데, 최근 이지역 투자 발주가 감소하는 추세이다. 반면 미국시장은 로컬 컨텐츠 규정으로 한국 기업이 갖고 있는 구매(Procurements) 및 건설코스트 관리 역량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 즉 우리가 현재 중동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보유한 강점이 미국시장에서는 발현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복합적이지만 약간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 조선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우수하여 선박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고부가인 LNG선박과 High-end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높고 이 시장의 성장도 예상되었는데, 셰일혁명이 이 시장 수요에 중립적이거나 약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NG 선박 시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중립적이다. 단기적으로 미국에서 LNG 선박 발주가 증가할 수 있지만, 증가한 만큼 타지역에서 LNG 선박 발주가 지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LNG의 대규모 저가 수출로 LNG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면, 셰일혁명 영향으로 LNG 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요인은 없다고 판단된다. 특히 미국의 대규모 LNG 투자 신청이 쌓이면서 호주나 브라질 심해 LNG 선박 발주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LNG 시장의 가격 안정화로 주요 수입국의 LNG 수요증가(= 수입증가)도 가능하지만, 셰일가스는 중국이나 서유럽, 인도 등 LNG 수입국에 많이 매장되어 있어 자국의 천연가스 생산 증가가 LNG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 조선기업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추진하는 고부가가치의 FLNG4 선박도 셰일가스 역풍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2척의 FLNG가 한국의 조선기업에게 발주되었는데, 추가 발주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 발주된 FLNG의 경제성과 안정성 및 효율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① LNG 판매가격에 중요한 기준인 유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졌고 ② LNG 계약가격 결정에서 공급자에게 유리했던 ‘코스트+유가연동’ 방식이 흔들리고 있으며 ③ LNG 공급국가가 증가하면서 수요기업이 지분참여나 장기공급 계약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FLNG가 심해 가스정의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 원가경쟁력이 있다고 추정하지만 아직 검증 되지 않았고, 전체적인 천연가스 시장의 변화 방향은 초기자본이 많이 소요되는 심해 가스정 개발에 유리하지는 않게 전개되고 있다.

소재/기계의 가스관련 High-end 시장 성장성 기대

셰일가스 개발 및 천연가스 활용 확대에 따라 소재, 기계산업에서는 가스관련 high-end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천연가스는 생산, 수송/저장, 사용 과정 전체에서 높은 압력과 초저온을 견디면서 정밀 조절이 가능한 다양한 기계/부품이 필요하다. 생산에는 시추장비와 굴삭기/크레인, 혼합물 고압펌프(Frac Pump/Blender), 불순물제거 여과기 및 수처리/정화시스템이 필요하고, 수송/저장에는 천연가스 액화 플랜트 기자재(압축기, 극저온냉동기, LNG카고 펌프)와 저장탱크, 기화기가 주요 장치이며, 사용에는 에탄/프로판 크래커 플랜트, 가스복합화력발전 플랜트 등에서 다량의 기계/부품이 소요된다. 한국의 기계/부품산업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플랜트 등에 사용되는 장치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가스 관련 기계/부품은 국내 수요산업이 워낙 제한적이기 때문에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가 존재한다.

예를들어 LNG 산업에서 가장 고부가 시설은 액화설비로 치요다, JGC/KBR, Bechtel, Foster Wheeler가 대부분의 설비를 건설하고 있고, LNG 탱크나 극저온펌극저온펌프, LNG 기화설비에서도 다수의 일본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가스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가스터빈도 GE(44%)와 지멘스(28%), 미쓰비시중공업(8%), 알스톤(4%) 등 Big 4가 세계시장의 84%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기업이 근래 LNG 재가스화 설비나 중대형가스터빈, 고압밸브나 피팅기계에서 시장 확장을 추진 중이다.

향후 미국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의 활용성이 높아지면서 천연가스의 수송 및 수요 관련 산업도 고성장 또는 신규시장 창출이 예상된다. 단기간내 한국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시장확대 및 이익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한국 기업이 다른 분야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밀 기계/부품 기술역량을 감안한다면 선발기업과 기술력 격차를 좁히면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스의 수송 및 사용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스캐리어 및 저장탱크 개발이 필수적이다. 대부분 금속과 유무기 화학소재를 혼합하거나 필름/코팅으로 기능성을 높인 고강도 경량화 복합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즉 과거 항공/우주나 방위산업, 고급 레져 등 제한된 분야의 사용에 그쳤던 복합소재 시장에서도 규모 있는 신규수요 창출이 기대된다.

중국의 초고속 성장이 둔화되면서 전체적인 한국 제조업의 체감 경기가 다소 악화되었다. 여기에 셰일혁명의 영향력이 확대 되면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산업에서는 향후 경쟁력과 성장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거 10여년간 한국 전통 제조업 전반의 성장을 이끈 ‘이머징 국가, 중상급 틈새 시장’ 공략이라는 전략의 유효성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 에너지 산업의 환경변화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제 에너지의 생산 및 활용과 관련된 산업 분야에서는 ‘선진국, High-end 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저와의 경쟁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천연가스의 공급이 양적 및 지역적으로 확대되면서, 천연가스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는 소재, 기계장치, 각종 서비스 산업 등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관련 메이저 기업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지식과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면, 셰일혁명과 관련된 우려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LG경제연구원 임지수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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