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 속에 묻어나는 리얼리티, ‘레드 데드 리뎀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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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함 속에 묻어나는 리얼리티, ‘레드 데드 리뎀션2’
  • 유정현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11.12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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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서부의 일원이 되어가는 색다른 묘미

모두가 명작이라 극찬하는 ‘레드 데드 리뎀션2’을 처음 접하는 순간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박진감 넘치는 갱들의 난투극, 드넓은 서부의 무법자를 상상하는 것과 실제 게임은 상당히 거리감이 있었다.

초반부에서 뚜렷하게 역할이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들과 그 밑에서 조직을 위해 식량 보급을 위한 동물 사냥, 실종된 동료 탐색 등 사소한 심부름에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게다가 자동 이동이나 빠른 이동 없이 직접 패드를 눌러 이동해야 되는 불편함과 전투 후 전리품을 획득하기 위해 쓰러진 사람들의 옷을 하나하나 다 뒤지는 행동, 집 내부의 물건들을 찾기 위해 선반을 열고 물건을 하나씩 집는 행동들은 지루한 반복 행동이라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일일이 말을 타고 이동하는 방식 때문에 실제 게임 플레이 시간 중 절반 이상이 말 위에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요소가 됐다. 하지만 게임 속 불편함은 오히려 게임에 생기를 불어 넣고 게임의 가장 큰 장점으로 만들어준다.

말을 타고 이동함으로써 서부 세계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고, 지루한 반복 행동이라 느낄 수 있는 불편한 디테일은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실존 인물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게임이기 때문에 편리를 위해 생략한 것이 아닌 사실을 최대한 묘사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수시로 자라는 수염을 면도하며, 날씨에 따라 옷을 두껍게 또는 얇게 입어야 하는 것, 야생 동물을 사냥할 때도 동물들이 놀라서 도망가지 않도록 활을 사용한다.

야생 동물 사냥에서 상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사냥 그 이후의 디테일이다. 단순히 사냥으로 보급품을 자동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죽을 벗기고 식재료와 가공 재료를 분리하는 모습, 사냥한 동물에 따라 가죽을 벗기는 모션이 다른 것 등도 정말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사실성이 강조된 것은 플레이어만이 아니다. 게임 속 모든 오브젝트들이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플레이어를 대하는 NPC들의 반응, NPC들 각각의 개성,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날씨, 죽어 있는 사슴 앞에서 슬퍼하는 다른 사슴 등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가 마치 서부 세계를 그대로 투영시켜주는 느낌을 준다.

씻지 않은 플레이어 주변으로 오지 않으려는 NPC,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NPC 등의 모습, 각각의 NPC들의 다른 행동들과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식들은 마치 NPC가 게임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다고 NPC들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NPC와 너무 쉽게 적대 관계가 되고 지명 수배 후 나타나는 보안관들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은 현실감을 떨어뜨리곤 한다.

예를 들어 게임 중 플레이어가 NPC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상대 NPC는 총을 쏘는데, 말을 타던 중 서로가 충돌한 경우 온전히 플레이어의 잘못이 아님에도 상대 NPC는 플레이어를 향해 죽기 살기로 총을 난사하며, 어려움에 처한 NPC를 도와주고 실수로 충돌해 피해를 입힌 경우에도 마치 원수인 양 공격을 하는 모습은 아쉽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 게임 속에도 플레이어는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누가 먼저 갈지에 대한 사소한 선택부터 누굴 살리고, 누굴 죽일지, 더 나아가 나를 위한 선택을 할지 또는 나를 길러준 조직을 선택할지 등은 마치 우리 자신이 서부의 일원으로서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압도적인 퀄리티의 그래픽과 사운드, 서부 개척 시대의 연출 그리고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들로부터 초반에 지루함과 불편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서부의 일원이 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플레이어에게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느긋하게 즐긴다면 본인도 모르게 점차 서부 세계에 서서히 빠져든다는 것이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최고 매력일 것이다.

유정현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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