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에 마케팅 비용 축소 논의까지, 공공의 적 된 카드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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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인하에 마케팅 비용 축소 논의까지, 공공의 적 된 카드업계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11.0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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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반발 예상되고 고용 줄일 우려도 제기

카드수수료 인하, 마케팅 비용 축소 등 금융당국의 카드사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중소상공인 부담을 낮춘다는 명분이지만 업황이 어려운 카드사 입장에서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가운데 일회성 비용을 줄여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의 총 마케팅 비용 6조724억원 중 일회성 마케팅 비용은 17.5%인 1조616억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기타 마케팅 비용인 1조원의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수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성 마케팅은 졸업, 입학 시즌이나 여름, 겨울 등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거나 포인트 추가 적립, 추가 할인, 청구 할인 등을 해주는 마케팅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에서 지역 금융 활성화 현장 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인하 여력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해서 우대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우대 구간도 늘리고 수수료율도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의 올해 3분기까지 합산 순이익은 9847억원으로 전년보다 34.3% 급갑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구조조정에 가까운 인력감축을 검토하고 있고, 노조 역시 카드 수수료 인하에 반발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업계에서는 소비자 혜택이 줄고 절차도 번거로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면 고객 반발이 예상되고, 약관 자체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가서비스는 상품 약관에 명시된 혜택이어서 카드사가 임의로 줄일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일회성 마케팅 비용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카드사 간 '출혈 경쟁'에 따른 비용으로 보고 있다. 또 사용자에게 주는 혜택에 대한 부담 역시 중소 가맹점에서 나온다고 인식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카드 사용자들도 내게 주는 혜택이 사정이 어려운 가맹점에서 나온다는 점을 잘 알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사용자 측면에서도 자기가 받는 부가 혜택이 합리화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왜 혜택을 줄이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상공인들은 카드사가 수수료 차별을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정부는 영세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연간 매출 3억원 이하는 0.8%, 3억원~5억원은 1.3%를 적용받는다. 매출 5억원을 초과하면 대기업과 같은 2.3%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다만 카드사들이 대형마트 등에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5억원 매출을 초과하는 영세사업자의 경우 사실상 더 많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들이 주유소, 이동통신사 등 재벌 계열사 대형 가맹점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보다 제공한 마케팅 비용이 더 높은 경우도 많았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수수료에 143%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이 제공되기도 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중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하 여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올해 3분기까지 카드사의 순익이 급감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카드업계의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약 10여년간 수수료율이 총 11번 인하됐다"며 "카드사가 정부, 영세 가맹점 등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업황 부진 및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 카드사 입장에서도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카드는 지난 2001년 창사 이후 17년만에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 200명,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에서 각각 1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4099명 중 9.7%에 해당하는 수치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인력을 감축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급감했다. 

 

백성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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