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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3.03.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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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경 신산업경영원 원장

 
고려가 망하고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조선(朝鮮) 왕조를 세웠을 때다. 그제나 이제나 쿠데타로 질서를 뒤엎은 세력을 용인하지 않는 게 양식(良識) 있는 사람들의 자세다.

그때도 고려 유신들은 대거 개성 근처 두문동(杜門洞) 골짜기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물론 사람이 필요하므로 이성계는 온갖 사람들(주로 쿠데타 주체 세력)을 동원, 이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고려 초 광종(光宗) 때 처음 과거제도를 도입하여 행정 리더들을 발탁해 왔는데, 왕조 말이라고는 하지만 인재들이 반대 세력으로 똘똘 뭉쳤으니 이성계도 무척 속이 탔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두문동 선비들이 의견을 모아 나이 서른의 청년 황희(黃喜)에게 밖으로 나가 백성을 보살피도록 권유한다. 모순된 행동인 것 같지만 지극히 순리적인 조처다. 미운 것은 이성계와 그 아들 이방원이지, 백성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백성을 보살피고 이롭게 하는 것은 목민관(牧民官), 즉 신하들인데 이제 쓸 만한 사람들이 모두 두문동에서 죽기를 결의했지만 바깥 세상의 백성들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두문동 동구까지 배웅을 나온 벗이 황희의 손을 잡고 「이제 자네는 청운(靑雲)에 올라 백성들을 돕고/ 나는 다시 청산(靑山)으로 돌아가리라」하고 시를 지어 노래했다.
이 황희가 육조(六曹) 판서를 모두 거치고 18년 동안 영의정(領議政)으로 세종(世宗)을 보필한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재상(名宰相)이다.

성군(聖君) 세종이 양녕대군 대신 세자 책봉을 받을 때엔 소신껏 반대하여 귀양을 갔던 사람이, 막상 세종을 도와 농사법 개량, 천첩(賤妾) 소생들의 천역(賤役) 면제 등을 실현하며 민본정치(民本政治)의 새 시대를 열었다.

조선조에서 또 한 사람 뛰어난 신하(臣下)를 꼽으려면 이율곡(李栗谷) 선생이 있다. 선조 초기까지 그는 이(吏) 호(戶) 형(刑) 병(兵) 조(曹) 등 4판서를 역임했으나, 그는 비참할 정도로 가난했다. 아홉 번 과거를 보아 늘 1등을 했다고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 불렸지만 4형제의 셋째로 형과 아우들을 보살피느라고 평생 주름을 펼 수 없었다.

그와 절친한 성혼(成渾, 호는 우계)이 병조판서 율곡에게 보낸 글을 보면 「보리 몇 말을 담아 놓았으니 하인을 시켜 가져 가시오」라고 했다. 이 때 우계(牛溪)는 고향 파주 율곡리 옆 마을에 살고 있었다. 초시(初試)에 합격하고도 우계는 도학(道學) 연마를 위해 과거 길로 나아가지 않았다.

우계는 틈나는 대로 율곡의 출사(出仕, 벼슬 길에 나아감)를 말렸지만, 그럴 때마다 율곡은 가정 살림의 어려움을 호소하곤 했다.

율곡 선생이 공직 생활 때 가을 터럭만한 흠결이 없었다는 것도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申師任堂)의 교육과 철두철미한 유학정신(儒學精神)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행정인이라기 보다는 철학자며, 애민실학(愛民實學)의 정치 사상가였다. 49세에 돌아 간 율곡의 정신세계에 현대 한국인들이 크게 의지하고 있음을 발견케 된다.

황희․율곡 두 분은 모두 과거를 통해 공직자가 되었고, 평생 백성을 사랑하며 시대를 뛰어 넘는 공적을 이뤘기에 위인으로 존경하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人事萬事)」라는 말이 있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가 기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물며 한 나라의 운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에 앞서 내각 17개 부의 장관을 내정 발표했다. 아마도 이 달 초․중순까지 청문회에서 지루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지난 정부 각료들을 모아 놓고 어색한 국무회의를 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의문스런 것은 참모 격인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을 선임치 않은 채 국무위원들을 선발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없어 그렇다고 하겠지만, 오천만 명이 사는 작지 않은 이 나라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설명이 될 수 없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외면하고 모두들 두문동으로 숨어 버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 후 청와대 비서진까지 뒤늦게 선임했는데, 무엇보다도 경계할 일은 독선(獨善)이다. 한 사람의 머리로 꾸려가기엔 이 나라가 너무 크고, 국민들은 이미 고감도(高感度) 사회에 살고 있다.

 

편집부  g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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