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34년째 명절 휴가 반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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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34년째 명절 휴가 반납한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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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이후 해외 임직원들과 명절 연말연시 함께...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적도기니 등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추석 명절을 해외 현장에서 직원들과 보낸다.

지난 1983년 쌍용건설 사장에 취임한 이후 매년 추석과 연말을 해외에서 지내온 만큼 올해 추석까지 무려 34년째 명절 휴가를 반납한 채 해외 임직원들과 현장에 함께 하는 셈이다.  

김 회장은 오는 23일 출국해 추석인 2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임직원들과 합동차례를 지낼 계획이다.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못하는 임직원들과 함께 위로하기 위한 것.

이어 김 회장은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 현장, ICD 브룩필드 플레이스 현장 등을 방문해 주요 현안 및 공정들을 점검하며 현장 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또한 이날 저녁에는 두바이 주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번개 형태의 저녁모임도 실시해 직원들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김 회장은 1983년 쌍용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해외에서 고생하는 직원들과 명절 및 연말연시를 함께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신념으로 매년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적도기니 등의 해외 오지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회장은 왜 이런 힘든 고행을 계속하는 것일까? 김 회장이 왜 명절에도 해외 현장을 찾는지 과거 스토리를 통해 알아보자. 

김 회장은 '전직 오너 출신 전문경영인'이라는 이색 타이틀을 가진 '해외 현장형 최고경영자(CEO)'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이었다. 

1953년생인 김 회장은 고(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불과 30세인 1983년 쌍용건설 사장 자리에 올랐다. 또 42세 때인 1995년에는 형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그룹 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인해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쌍용자동차의 부실이 쌍용그룹 해체의 주된 원인이었다.

김 회장은 다시 일어섰다. 1998년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한 후 IMF 여파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을 회생시키기 위해 모든 재산과 지분을 내놓았다.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신분이 바뀐 것. 그리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해외사업에 매달렸다. 국내 주택사업만으로는 한계였기 때문.

해외에서 고부가가치 시장인 고급 건축ㆍ토목에 주력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쌍용건설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 정도가 됐다. 지상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진 '들 입(入)'자형 구조로 '최악조건의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건설에 성공하는 등 성과 덕분.

쌍용건설이 지은 싱가포르 명소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김 회장은 추진력뿐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친화력과 소탈함까지 갖춰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있다. 지난 2001년 서울 내수동의 '경희궁의 아침'을 분양할 당시 김 회장은 미국 LA까지 날아가 교민들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펼친 바 있다. 김 회장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직원들의 단합을 이끌었다. 그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 위기를 극복한 비결이었다. 

해외에 출장갈 때 일화가 많다. 김 회장은 프로펠러 경비행기, 이코노미 좌석, 지프 등 이동 수단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해외 오지의 현장 직원들을 방문한다. 호텔도 일반 스탠더드급 객실을 이용한다. '해외에서 고생하는 직원들과 새해를 맞이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경영철학인 셈이다. 

김 회이은 2009년 연말 2010년 새해를 맞이할 때 얘기다. 그는 인도의 고속도로 현장 직원-가족들과 연말을 보내고 새해엔 파키스탄의 카라치 항만 현장 직원들과 함께한 후 귀국하기도 했다. 비행 28시간, 육로이동 12시간 등 이동시간만 무려 40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김 회장의 쌍용자동차 1호 관련 훈훈한 일화도 있다. 김 회장은 2015년,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양산 1호차를 쌍용차에 기증했다. 쌍용차가 1997년 9월 독일 벤츠사와 기술제휴로 만든 체어맨 양산 1호 차량으로, 김 회장이 18년 동안 33만㎞를 탔던 차다. 김 회장은 체어맨 1호차를 기증한 뒤 새 전용차로 체어맨 W를 구입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오른쪽)이 자신이 18년간 탔던 체어맨 양산 1호차를 기증한 뒤 최종식 쌍용차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쌍용건설과 두바이투자청과의 시너지를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 두바이투자청은 쌍용건설을 지난 2015년 인수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솔선은 올해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최근 말레이시아와 두바이 등 해외에서 연이어 총 3억8000만달러(42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짓는 339m 높이 초고층 복합건물 옥슬리 타워(Oxley Towers), UAE 두바이에 들어서는 하얏트(Hyatt) 계열 호텔 '안다즈 호텔(Andaz Hotel)'이다. 

쌍용건설의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액은 3억6609만달러로 중견건설사 중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 올해 추석 명절도 해외에서 보내기 위해 출국하지만 언제 귀국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김 회장과 쌍용건설이 앞으로 보여줄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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