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폭발·화재없는 전고체전지 기술적 난제 풀고 상용화 이끈다”
상태바
KERI “폭발·화재없는 전고체전지 기술적 난제 풀고 상용화 이끈다”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9.18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0℃ 저온소결형 고체전해질 개발로 고용량 활물질-고체전해질 복합전극 구현

‘전고체전지’ 실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활물질-고체전해질 경계에서의 높은 저항(계면저항)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극 제조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전기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 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책임연구원)팀은 자체 정부출연금사업을 통해 ‘160℃ 저온에서도 결정화가 가능한 고체전해질 원천기술’과 이를 이용한 ‘슬러리 코팅 방식의 고용량 활물질-고체전해질 복합전극 제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1991년 일본에서 최초로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출력밀도, 뛰어난 충·방전 효율의 장점으로 스마트폰 등 휴대형 전기·전자기기부터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리튬이온전지는 가연성의 액체전해질을 사용하고 있어 발화와 폭발의 위험을 항시 내재하고 있다. 실제로 과충전이나 외부단락, 내부단락 등의 사고 상황에서는 전지 내부 소재들의 급격한 가열과 연소에 의해 발화와 폭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해 소형 셀에서부터 대형 모듈에 이르기까지 사고사례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KERI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불연성의 전고체전지에 주목했다.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에 대한 연구는 원료에 따라 크게 산화물 계열, 고분자 계열, 황화물 계열로 나누어 진행되어 왔다. 특히 황화물 계열은 리튬이온 전도도가 액체 전해질에 필적할 정도의 슈퍼이온전도체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실용화 관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KERI 연구팀은 이러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대면적 생산의 핵심 공정인 슬러리 코팅 방식의 전극 제조 과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온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저항’이라는 난제 해결에 도전했다.

슬러리는 미세한 고체 입자를 액체 중에 섞어 유동성이 적은 상태로 만든 혼합물로, 현재 우리가 쓰는 리튬이온전지의 전극은 슬러리 코팅방식으로 제조된다. 보통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용매에 일정 비율 혼합하여 만든 슬러리를 집전체 위에 얇은 막으로 코팅·건조·압착하여 전극을 만든다. 액체전해질은 전지 조립공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 주입하여 분리막과 전극에 스며들도록 함으로써 리튬이온이 전달되는 통로와 활물질-액체전해질 계면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슬러리 코팅 방식은 액체전해질 기반의 리튬이온전지 산업에는 일반화되어 있지만,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및 전극 제조 공정에 활용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고체전해질은 슬러리 제조 단계에서 함께 혼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 형성이 액체전해질에 비해 매우 어렵고, 무엇보다 접착력 향상을 위해 섞는 바인더가 계면 형성을 방해하면서 계면저항이 크게 증가했다.

연구를 주도한 하윤철 책임연구원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용 이차전지 시장이 본격화됨에 따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안전하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고체전지 관련기술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며 “이번 KERI의 성과는 전고체전지가 가진 계면저항 등의 난제를 해결하고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윤철 책임연구원이 도포된 슬러리(왼쪽)와 슬러리용액(오른쪽)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ERI의 연구 결과는 재료 및 계면 분야의 전문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온라인 판에 게재되며 뛰어난 성과를 입증받았다.
연구팀은 ‘저온 소결형 고체전해질 소재 및 전고체전지 제조 공정’에 대한 국내·국제 특허출원을 마쳤다. 현재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도 향상과 공기안전성 향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원료 생산 공정에서부터 셀 제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규모를 키우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 발굴을 통해 조기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한편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은 2035년 약 28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될 수 없는 고온 환경 등 특수한 산업용부터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분야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스마트그리드 보급 및 전력부족 해결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활용되는 등 향후 전고체전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성요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