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일본 중심 ESS 시장, 글로벌 성장 잠재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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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일본 중심 ESS 시장, 글로벌 성장 잠재력 크다’
  • 편집부
  • 승인 2013.02.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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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시간대의 전력 부하 관리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고 전력 품질 관리의 필요성도 커짐에 따라 전력을 저장했다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인 ESS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11년 대지진 후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ESS시장을 키우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03년의 미국, 2006년 유럽, 2012년 인도의 블랙 아웃은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도 2011년 9.15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전력 수급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는 원자력 발전 일부가 가동 중단되고 일부 화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을 겪었다. 이번 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력 관심 경보가 수 차례 발령되는 등 공급 예비 전력 부족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절기, 하절기 할 것 없이 전기 제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기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기 소비 패턴의 변화는 시간대별, 계절별 전기 부하 변동에 영향을 미쳤고, 평균 부하 증가율보다 최대 전력 상승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력 부족 현상은 일부 수요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피크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자제하고 이에 대해 보상을 하는 해결 방안밖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인 ESS(Energy Storage System)가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피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대규모 정전사고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방법으로 ESS에 대한 실효성이 높아지면서 작년 5월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민관 합동 ESS보급촉진위원회가 발족되는 등 ESS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이란

ESS는 전기를 전력 계통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심야 전력을 이용해 저수지 아래 물을 위로 끌어올려 전력이 필요할 때 방수하는 양수발전이 이전부터 있었던 ESS의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ESS 개발의 역사는 길지만 설치 공간의 제약, 고비용 등의 이유로 백업 전원 등 특수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 전력 수급 전체의 운영 효율성이 강조되고 품질 보정, 예비 전력 확보 등 용도별로 다양한 기술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ESS도 다양한 용도와 규모의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ESS는 크게 전기 에너지를 물리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 화학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 직접 충전하는 방법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한편 용도별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단계부터 송배전, 그리고 소비 단계까지 여러 곳에 위치할 수 있다. 또한, 요구 특성 별로는 고품질 전력 공급을 위해 수 초 이내의 빠른 응답과 높은 출력이 필요한 단주기용, 부하 관리를 위해 1시간 이상 전력 공급이 가능한 장주기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

일본은 2011년 대지진 피해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ESS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에 ‘축전지 전략 프로젝트 팀’을 설치하여 각종 세제 지원과 개발 지원 업무를 맡기고 있다.

ESS 보급 사업의 하나로 2011년 말부터 연 210억엔 규모의 설치 보조금을 운영 중으로 가정용은 100만엔, 법인용은 1억엔 한도로 도입 비용의 1/3 수준에서 보조하고 있다. 정부의 보급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파나소닉, 히타치, NEC 등 전기전자 관련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이와 하우스, 세키스이 하우스, 규슈 일렉트릭 등 하우징이나 전력 기업이 가세하고 있다.

정부 보급 노력과 기업의 참여 확대로 다양한 ESS 솔루션이 등장하고 구매 가격의 하락 및 품질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일본 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ESS 시장규모는 2011년 60만 6,620kWh에서 2012년 70만 8,585kWh로 성장했다. 특히 가정용 ESS 시장은 전년보다 2,970%, 업무용 ESS 시장은 748%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지닌 ESS 시장

일각에서는 ESS 시장의 성장이 일본에 한정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제성이나 용도 측면에서 아직은 제약조건이 많다는 이유에서 이다. 그러나 ESS 시장은 국지적인 성장에 제한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 시장에서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① 피크 전력 부하 관리에 대한 니즈 증가
전력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력망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수요 관리가 있다. 추가 투자 없이 일시적으로 피크 시간 때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 조절 대상의 형평성 문제와 한정된 예비 전력 확보로 활용 폭이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발전소를 짓기에는 비용 문제나 수요 예측 정확성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한정된 자원과 비용 등을 따져 볼 때 ESS가 전력 피크 및 대규모 정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4년부터 발전 회사들이 피크 전력 수요의 2.25%를 ESS설비로 공급해야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수치는 2020년에 5%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하루 최대 2만 5천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ESS에 저장되는 전력을 경부하(Off-peak) 시간대에 생산된 것으로 한정함으로써 전력 부하 관리는 물론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함께 도모하고 있다.

미국 Sandia국립연구소는 ESS가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높지만 전체 전력망 차원에서 ESS가 제공하는 전력 부하 관리 등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② 신재생 발전 확대에 따른 전력 품질 관리
에너지의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특히,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로 에너지 접근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일본은 2020년 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10% 이상, 독일은 일본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2022년까지 원전 폐쇄를 목표로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에서 35%로 높이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특성상 균일한 발전량을 보장할 수 없다. 풍력, 태양광 등에서 만들어진 전력의 변동성을 조절해야 전체 전력 서비스 품질 안정화 및 신뢰성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ESS 설치가 필수적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의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발전량에서 80%를 차지할 경우 14GW급으로 5시간 지속되는 단시간용 ESS와 18GW급으로 17일간 운용되는 장시간용 ESS가 주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③ 스마트 그리드 채용 확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정확한 수급 예측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능화(Intelligence) 기술을 통한 전력 수요 관리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ESS를 통한 에너지 효율 극대화라는 선결 조건이 충족되어야 양방향 지능형 솔루션 구축이 가능하다.

글로벌 표준 개발 기관인 IEEE-SA(국제전기전자표준협회)에 따르면 최근 460명의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 그리드 발전 방향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스마트 그리드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ESS 및 분산전원을 꼽았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ESS 시장은 2020년까지 중소형 발전용, 산업용, 가정용 ESS 등 대형 발전 이외 전력망 내 대부분에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2012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142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0년 536억 달러, 2030년 1,300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ESS 가격 하락과 더불어 시장은 2015년 이후 급속한 양적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저장 용량도 2011년 1,206MWh규모에서 2020년에는 16배 성장한 2만 105M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분 시장별로는 단주기 산업용, 장주기 중소형 발전용, 장주기 가정용 등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 된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출 이어질 듯

지금까지 ESS 시장의 성장이 더디었던 이유는 사용자 입장에서 가격이 높고, 비상용 전원 이외에는 별다른 쓰임새가 없어 이용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불만 요인(Pain Point)을 개선해 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① Cost 부담 완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등장
일본을 중심으로 한 ESS 시장 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스마트 하우스의 경우 다수의 일본 전지 기업과 하우스 메이커들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택 구매 시 소비자들이 지불할 가치에 전력 부족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수 kW 규모의 ESS를 기본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 파나소닉은 2010년 4월 에너지 솔루션 사업 추진 본부를 설립하여, 태양광 및 리튬이온전지 분야에 강점이 있는 산요와 결합한 파나 홈(Pana Home)을 통해 일본 내에서 실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관리와 관련한 사업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개별 제품 수준을 넘어서 가정용에서 산업용까지 종합적인 솔루션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전력망과 서비스산업 등을 융합시킨 민간 주도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활발하다. 일본의 오릭스와 NEC, EPCO는 최근 세계 최초로 ESS 리스 사업을 시작했다. 오릭스는 자전거 임대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임대 체계를 구축하고, NEC는 ESS 관리 제어를 담당하고, EPCO는 에너지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 회사는 정부로부터 설치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정에 ESS와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구축해 준다. 소비자는 고가의 ESS를 이용, 가정용 풍력·태양광발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설비 사용료를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 없이 ESS를 통해 가정에서는 전기 사용을 절약하고 국가는 전력 수급의 안정을 꾀하는 일거양득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기차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기자동차의 내장된 전지를 ESS로 활용, 가정에서 충전하고 필요할 때는 가정용 전기로도 사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일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1대로 일반 가정 사용 전력의 약 4일분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도요타의 설명이다. 또한,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전기차에 사용하고 남은 전지를 ESS로 활용하는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제품에 비해 충·방전효율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20~30% 수준에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② 솔루션 간 치열한 경쟁
ESS 솔루션 개발의 핵심은 저가격, 장수명, 고용량이다. 기업들의 다양한 솔루션 개발 및 솔루션 자체 완성도의 향상으로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도 있다. 솔루션 특징상 최소 10년 이상 평균 20년 이상의 장수명을 보증해야 하며 기존 전력 대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들의 시스템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납축전지, 나트륨황전지, 플로우전지 등 솔루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적용 범위가 넓은 리튬이온전지가 유력 솔루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모듈화가 용이하여 수십 MW급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주기, 장주기에 모두 적합하다. 또한, 향후에도 기술 혁신 여지가 많고, 대다수 기업이 리튬이온전지 솔루션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도 개선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전기차용 전지 시장이 부진하면서 ESS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리튬이온전지기업 BYD의 경우 2011년부터 전체 포트폴리오상에서 ESS 비중을 33%로 늘려 가는 등 공격적인 대응을 이어나가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시장 내외의 환경 변화로 리튬이온전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ESS 시장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지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가격 하락으로 직결될 것이다. 일본 NEDO는 ESS용 리튬이온전지 가격이 2015년에는 40엔/Wh로 2011년 기준 100~150엔/Wh에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기존 솔루션을 넘어서는 다양한 혁신 솔루션들도 개발 중이나, 2020년까지는 신개념전지보다는 기존 전지의 성능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 용융염전해질 나트륨황전지, 전고체 리튬이온전지 등의 솔루션 상용화가 예상되고 있다.

ESS, 솔루션 관점에서 접근해야

ESS 시장은 지역별로 성장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력 수급의 효율적 관리 니즈가 커지고 있고, 관련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ESS는 전지, PCS 등 여러 구성요소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따라서 단순 설비, 장비에 초점을 맞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 관점에서 사용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은 ESS와 전력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객 솔루션 측면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ESS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SS, 스마트 그리드를 포함한 전력망의 융복합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들이 도출될 것이다. 솔루션 산업으로 ESS 시장을 접근한다면 전지 부문에서 제조강점이 있는 국내기업들이 시장 선두 그룹에 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완벽한 솔루션은 한 번에 갖춰지는 것이 아닌 만큼 전력망 사업의 특성상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속에서 솔루션을 개발, 검증하면서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수주 사업은 특히 초기 시장 선점을 통한 장기간 시장 지위 영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다양한 실증 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하일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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