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한남개발계획 보류한다고 서울집값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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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한남개발계획 보류한다고 서울집값 잡힐까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8.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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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셀수록 집값 오른다는 학습효과 확산...전문가, "수요·공급 아우르 장기적인 주택정책 절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용산·여의도 통합 개발 추진을 전면 보류키로 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정에 대해 "단기적인 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전날 박 시장의 보류 선언에 대한 장관의 견해'를 묻는 질문에 "최근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는 서울시 개발계획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과연 김 장관의 말대로 서울시가 용산•한남개발계획을 보류한다고 달아오른 서울집값이 진정될까.

서울집값은 최근 2개월 동안 지역을 따지지 않고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강북이 강남보다 상승폭이 클 정도다.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서울 집값에 불이 붙은 것이다.

실제 지난 26일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Liiv ON'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72% 올랐다.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용산구가 1주일 만에 1.72% 올랐고 영등포구 1.36%, 서초구 1.08%, 구로구 1.05% 등 강남·강북이 따로 없다.

서울집값에 불이 붙자 서울시는 용산과 한남 개발계획을 전면 보류키로 하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정부도 서울지역에 대해 투기지역 추가 지정 카드를 꺼내들고 나섰지만 약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김 국토부 장관이 서울의 집값 급등지역을 지목하며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겠다”고 시장을 상대로 엄포를 놨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집값이 뛴 것에 미뤄보면 용산•한남개발계획 보류와 정부의 투기지역 추가지정 등이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투기과열지구로 이번에 서울에서 12번째 투기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동작구를 보자. 오는 11월 입주를 시작하는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 분양권은 15악5000만원에서 최고 17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일반 분양가 7억8000만원에 비해 2배를 훨씬 넘게 치솟은 가격으로 불과 1~2개월 사이에 이 같이 뛰어올랐다. 

아크로리버하임 분양권의 급등은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롯데캐슬에듀포레 분양권은 물론 인근의 흑석한강센트레빌, 흑석한강푸르지오 등 기존 아파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흑석한강센트레빌1차 전용 84㎡의 경우 향과 동, 층이 양호한 것이 12억원에 매물로 나와있는데 이는 지난 7월 10억200만원에 거래된 물건(7층/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에 비해 무려 2억원이나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문제는 최근 서울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는 급격히 줄어들고 호가가 뛰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8월 들어 흑석동에서 매매거래가 이뤄진 것은 한강현대아파트 전용 66㎡와 센트레빌1차 114㎡ 2건 뿐이다.

현지의 한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는 “하루에도 집을 사겠다는 문의가 40건 이상 된다. 이웃한 다른 중개업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면서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구입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흑석동 집값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한남개발계획과도 관계없이, 투기지정과 공시지가 현실화 등에 대한 두려움 없이 줄기차게 오름세를 보이는 단적인 사례다.

적잖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정부가 수요만 억누르려는 규제일변의 단견에서 벗어나 수요와 공급, 인구변화, 고령화 사회 등을 감안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호흡 길게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KB 투자자문부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집값이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물건의 희소성’ 때문“이라면 "정부 규제로 인해 공급물량이 계속해서 움츠러들고, 그 폭이 수요의 감소보다 지속적으로 더 크면 집값은 위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인포의 권일팀장도 "수요와 관계없이 나온 물량의 호가는 높아졌고 매물이 귀해지고 있다"면서 "최근 서울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며 상황을 보자는 판단 하에 내놓은 물량도 거둬들여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지역 추가 지정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확산하고 있는 불기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정부의 규제강도가 셀수록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와 경험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들이다. 투기지역이 추가 지정되고, 공시지가가 현실화되어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일련의 규제들이 결국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집값을 잡기 위해 ‘버블 세븐’ 운운하며 투기지역을 잇달아 확대했지만 되레 집값 상승세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임대주택과 주택금융 정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립하고,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 진입, 멸실주택의 변화 등을 감안해 수요도 살리고 공급도 늘리는 종합적인 주택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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