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절약, 당위성 넘어 ‘생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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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절약, 당위성 넘어 ‘생존의 문제’ 
  • 편집부
  • 승인 2013.01.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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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현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올해 겨울은 강추위 속에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전력수요관리(사전에 계약한 기업·건물에 절전을 요청하고 보조금 지급)와 구역전기사업자(지역 민간사업자)의 전력공급확대 등의 비상조치로 블랙아웃 위기를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위조 검증서 파문으로 100만kW급 영광 5·6호기 재가동이 지연되면서 전력수급문제는 더욱 심각했었다. 전력 당국은 혹한기인 1월 3~4주에 예비력이 127만kW까지 떨어지면서 고비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나, 그 고비가 한달여 일찍 찾아왔다.

전력 수급 상황이 나빠진 이유는 지난 10년간 전력소비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우리나라의 전력소비가 산업에서는 3.2%, 가정에서는 5.1%, 그리고 상업·공공에서는 8.1%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 왔다. 실제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시스템 공조기를 통한 난방, 전열기 사용이 늘어나 난방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해 왔으며, 전기요, 전기매트, 전기히터 등의 난방용품의 판매도 늘었다.

타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편리성 때문에 전기에너지를 과다 소비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일반 가정, 소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대규모 기관까지 전기난방을 사용하다 보니 전력 수급이 문제가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신규원전허가를 해주지 않아 전력공급에도 차질이 있었던 것도 전력수급위기에 일조를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신규원전의 추가 건설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력발전소나 LNG발전소의 추가 건설이나 특히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보급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기적으로 전력공급 확충이 더딘 상황에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현재 ‘전기절약’밖에 없다. 전기절약의 시급성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의식전환과 적극적인 실천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전기요금 규제, 에너지원간 교차보조, 업종별 교차보조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고 피크타임 부하관리에만 집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전력요금 현실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로 전력소비절감에는 일정 수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 되지만, 우리 국민의 전기과소비 행태를 감안하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현실화 이외에 에너지 효율향상과 수요관리 확대 등 전력소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제5의 에너지’라 불리는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해서 쓰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 및 에너지 부족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경제적인 해결책이며 환경친화적 대안이 바로 에너지 절약이다. 전력 과소비는 전력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는 결국 국민 개개인이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작은 관심과 실천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우리의 실천이 올 겨울 전력수급의 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극복하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전기절약 실천을 도울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절약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주택이나 오피스, 상업시설 같은 건물에서 국민이 전기 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 1만 우수가구 선발’사업은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대적인 전기절약 홍보 및 캠페인, 그리고 전기절약 아이디어 공모전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기절약의 중요성을 국민이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기절약을 실천한 국민들에게는 전기를 절약한 만큼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는 전기절약 보상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재원마련도 해야 한다.

전기절약을 위해서는 먼저 각 가정에서 과도하게 낭비되는 전기부터 잡아야 한다. 적정 실내온도를 맞추고, 내복을 입고, 늘 켜져 있는 컴퓨터를 끄고, 빈 방의 불을 끄는 등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전기절약의 첫 걸음이다. 전기절약은 내가 사용하지 않는 절약분을 통해 누군가에게 필요한 다른 사람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떤 생산 방법보다도 효율적이다. 전기를 절약하면 결국 에너지 수입액을 줄여 국가 경제발전에도 기여한다.

지구온난화, 자원고갈문제와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전기를 무한정 쓸 수 있도록 발전소를 건설하여 공급을 확충한다는 생각은 이제 시대착오다. 우리는 최근의 전력 수급위기를 계기로 공급중심의 에너지정책에서 수요관리정책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에너지절약 및 효율향상은 우리 모두에게 당위성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다. 정부의 확고한 에너지절약 및 효율정책 의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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