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흩어져야 산다… 분산전원으로 위기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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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흩어져야 산다… 분산전원으로 위기극복
  • 편집부
  • 승인 2012.12.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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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올 여름, 여수 엑스포에 가기위해서 차량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임시 개통한 이순신대교를 건너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는 다리의 기둥(주각)간 거리가 1534m로 충무공의 탄생년도인 1534년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수교는 적당히 늘어지게 친 케이블이 본체를 구성하는 다리다. 케이블 하나의 굵기는 가늘지만 이들을 여러 가닥으로 꼬아 무거운 다리를 지탱한다. 즉, 힘을 분산시켜 안정성을 높인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우리의 전력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거대한 전력수요를 여러 가지 분산전원으로 감당한다면 우리나라의 전력구조의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3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수도권의 전력발전설비용량은 우리나라 전체 설비의 10%도 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를 고리, 울진, 삼천포, 태안 등의 해안가의 발전소로 부터 초고압 송전선로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철탑 및 선로 건설에 의한 환경파괴 등의 막대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전기냉난방기의 사용 증가로 매년 전력피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과거 난방기기로 많이 사용되던 가스나 등유 난로 대신,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전기를 기반으로 한 난방기기의 사용이 급증하여 겨울철 전력부족사태가 심각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정부에서는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을 계획중이다. 하지만 이미 웬만한 부지에는 발전소가 건설되어 있어 추가 건설에 필요한 부지가 부족하고, 환경오염을 우려한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로 말미암아 적기에 전력공급 설비가 건설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의 공급과 소비가 원거리가 아닌 근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분산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분산전원을 가지고 있다. 전력소비가 많은 대도시 및 도심지역에는 열병합발전소(520만kW)가, 아파트 및 산업체에는 소형(자가) 열병합시스템(360만kW)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열병합발전설비 용량은 우리나라 전체설비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력 피크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지산지소(地産地消)로 대규모 송전망도 필요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열병합발전설비는 에너지가격의 왜곡으로 설비만 갖추어져 있을 뿐 실제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빌딩 등에는 원자력발전소 19기에 해당하는 비상발전기(1900만kW)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이 역시 발전단가의 문제로 유휴상태인 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

이러한 분산전원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열병합발전설비와 비상발전기를 가동해도 에너지가격 왜곡이 일어나지 않게 경제적으로 지원해줄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대규모 설비 위주의 공급 패러다임에서 소규모 분산 시스템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분산전원을 주축으로, 기존의 전력시스템을 백업으로 활용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일찍이 충무공은 임진왜란에서 단생산사(團生散死), 즉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의 전력시스템은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살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현수교의 여러 가닥으로 꼬인 케이블이 탄탄하게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거미줄처럼 촘촘히 퍼진 분산전원은 아슬아슬하다고 느껴지는 우리의 전력시스템을 지탱해줄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공감코리아]

 

편집부  g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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