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보험사, 공정위 권고에도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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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보험사, 공정위 권고에도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 이단비 기자
  • 승인 2018.06.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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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이 보험금 산정의 절차인 손해사정업무를 자회사에 몰아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공정한 보험금 산정을 위한 자기손해사정 금지 입법'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험사와 금융위원회에 보냈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사정이란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금 지급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보험계 약자나 피해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대형 생보사 3곳과 대형 손보사 4곳에서 자기 손해사정 자회사 12개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는 국내 전체 손해사정 물량의 65%를 차지하고 있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 3곳과 삼성·현대·DB·KB손보 등 대형 손보사 4곳 등 모두 7개사의 자기 손해사정 자회사 12곳에 맡긴 손해사정 위탁률이 93.1%에 달했다. 이로인해 거둬 올린 수익은 1조357억원으로 전년 동기(9521억원) 대비 8.8%(836억원) 증가했다.

위탁률은 매년 상승세로 2015년 92.4%에서 2016년 92.7%, 2017년에는 93%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손해사정 자회사 12곳이 모회사인 7개 보험사로부터 받은 지난해 위탁 수수료만 7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대형 보험사가 자회사로 손해사정사를 두고 일감을 몰아주면서 보험금을 최소화하는 등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지난 1월 개선권고 공문을 통해 "손해사정사가 소속 보험사나 업무를 위탁한 보험사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험사에 편향된 손해사정을 빈번하게 한다"며 "공정한 손해사정을 위해 보험사의 자기 손해사정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도 공정위 등의 개선 권고에 따라 지난 1월 관계자들을 불러 손해사정 문제 개선을 위한 '손해사정 개선방안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하고 8월부터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험업법 시행령 제99조(손해사정사 등의 의무) 제3호의 예외조항을 삭제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제3호에는 보험사가 출자한 손해사정사가 보험사고 조사를 하는 행위에 대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광재 대한손해사정법인협회 사무총장은 "대형 보험사가 불공정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보험업법 시행령 제99조의 예외 조항 때문이다"며 "보험업법 제189조에서는 손해사정사가 자신과 이해관계를 맺은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금지하고 있지만 시행령이 상위법을 넘어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고객이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한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토록 하면 중복조사가 남발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면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돼 선량한 가입자들이 손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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