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놓인 외식프랜차이즈 IPO...주주이익 vs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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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놓인 외식프랜차이즈 IPO...주주이익 vs 동반성장
  • 이종화 기자
  • 승인 2018.06.0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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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 쥬시 '가맹점' 위해 상장연기...더본코리아는 '가맹점'위해 속도

유통업계 알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조짐에 이상신호가 감지되면서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교촌치킨, 이디야커피, 더본코리아, 쥬씨 등의 기업들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선구적 입지를 구축함은 물론 탄탄한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적극적으로 기업공개를 추진해오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기업 규제강화, 가맹점주들의 커진 목소리, 소비자 트렌드, 시장상황 등 변화된 환경이 기업들의 상장추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올해 상장예정이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일정을 늦추거나 상장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프랜차이즈 업계는 치열한 경쟁이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고, 본사의 리더십이 핵심 역할을 한다"며 "이러한 시기에 상장으로 이윤추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가맹점과의 상생, 동반성장 모습을 먼저 보여준 후 천천히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증시에서 외식업체로 상장된 기업은 총 3곳. 하지만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정우현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래정지 상태라, 현재 해마로푸드서비스(맘스터치)와 디딤(마포갈매기) 단 2곳뿐이다. 해마로푸드서비스와 디딤의 합산 시총은 3100억 원 규모다.

국내 외식 시장규모는 2016년 118조8천억원 수준에서 올해 136조1천억원 이상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올 외식시장(136조1천억원)은 식료품 제조업(105조6천억원), 음료 제조업(12조7천억원), 담배 제조업(3조9천억원) 시장 규모의 합계를 넘어설 정도로 유통업계의 굵직한 핵심카테고리로 자리잡았다.

외식시장에서 2016년 기준 프랜차이즈 비중은 20.1%다.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브랜드 수는 2012년 7만2천개 수준에서 작년 11만4천개로 증가했다. 올해는 12만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외식시장 규모를 136조 원으로 가정하면, 상장기업의 시총 규모(3100억)는 전체 시장의 1%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비즈니스이고 소비트렌드가 유행을 탄다는 점에서 외식프랜차이즈가 상장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며 "그래서 더욱 더 기업공개가 의미있고, 상징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치킨업계 1위기업인 교촌에프앤비는 IPO 추진을 공식화하고,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까지 선정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외식 브랜드 교촌치킨과 담김쌈을 운영하고 있으며, 권원강 회장의 지분율이 100%다.

지난 3월 교촌그룹 창립 27주년 기념행사에서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은 "성공적인 IPO를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확립하면 교촌의 성장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IPO를 공개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상의 준비기간을 갖고 천천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기업 가치와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고 프랜차이즈 산업 선진화를 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관사선정등 이제 시작단계 수준이며,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2~3년의 체계적인 준비기간을 거쳐 제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교촌치킨의 상장은 치킨전문기업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며 "한국에서 대표적인 가맹점 비즈니스라는 점, BBQ와 bhc간 치열한 경쟁등 치킨시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커피의 자존심 이디야커피는 올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다 최근 상장계획을 취소했다.

국내 토종커피의 자존심 이디야커피도 지난해 12월 미래에셋대우와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며 올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다 최근 상장계획을 취소했다.

이디야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추진했던 상장이 가맹점의 이익과 상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맹점주들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재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IPO 과정이 자칫 가맹점과의 상생 시스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위한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 후 IPO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2500개이상의 가맹점과의 신뢰 구축, 상생 문화 조성을 위해서 상장을 잠정적 연기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동안 추진됐던 이디야의 IPO 과정은 국내 프랜차이즈 최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이라는 점에서도 낙관적인 상황이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온 매출 성장으로 실적 변동성을 해소했으며, 이익 창출력 역시 입증됐다. 지난해 이디야커피의 실적은 매출액 1,841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9%, 27.8% 증가했다.

과일음료계의 다크호스 쥬씨 역시 '한국의 델몬트'란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지난해부터 상장을 준비해오다 잠정 보류한 상태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생과일 주스 전문업체로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한 쥬씨는 1년 반 만에 가맹점 수를 800여개로 늘리며, 2016년 매출액 433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하며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기업가치도 2천억~3천억원이 된다고 추산하고, 한국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한 후 상장준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생과일주스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매출액 185억원, 영업손실 17억원을 기록했다.

쥬씨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시장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지금은 상장에 연연하기보다 조직쇄신을 통해 실적개선등 내실을 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내실이 없다면 상장후에도 어려울 수 있으니, 가맹점과 함께 견실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을 모색중"이라고 설명했다.

더본코리아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NH투자증권을 내세워 상장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본가, 빽다방, 홍콩반점, 역전우동, 백철판, 돌배기집 등 21개의 외식 브랜드, 14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70%이상을 보유한 백종원 대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40억원, 128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가맹업계 간담회에서 백종원 대표는 "자금이 필요하기 보다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오해를 벗고 위축된 가맹점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주주이익 추구보다 가맹점주들을 위해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추진은 일정대로 추진중이며 문제될 이슈는 없다"며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공개 추진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기업특성상 가맹점주들과의 관계 때문에 상장은 양날의 칼"이라며 "특히 미스터피자 MP그룹 사례에서 보듯 오너 중심의 프랜차이즈는 상장전 평가절하 요인은 물론 상장후 리스크도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커피 프랜차이즈업체 투썸플레이스도 잠재적 IPO후보로 거론중이다. 지난 2월 CJ푸드빌(존속법인)과 투썸플레이스(신설법인)로 물적분할했다.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투썸플레이스에 투자한 곳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싱가포르투자청등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CJ푸드빌이 투자금 유치시 기업분할을 전제로 투자가 이뤄졌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수익성이 탄탄한 투썸을 상장시켜 스타벅스같은 커피시장 메이저업체와의 한판 승부를 해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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