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새로운 ‘녹색 리더십’을 원했다
상태바
세계는 새로운 ‘녹색 리더십’을 원했다
  • 편집부
  • 승인 2012.11.09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쟁도시 독일 본에서 본 녹색기후기금 유치 역전 드라마

김희택 주독일 한국대사관 본 분관 총영사

 
한국 송도가 독일 본, 스위스 제네바 등을 제치고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사무국을 유치하는 것으로 확정된 2012년 10월 20일은 꿈에도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다.

특히, 이번 유치 경쟁의 가장 강력한 상대였던 독일 본 현지에서 녹색기후기금 유치 노력의 일부를 담당했던 외교관으로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은 30여년의 외교관 생활에서 매우 뜻 깊은 일 이었다.

GCF 신설은 2010년 멕시코 칸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여 개도국의 기후변화대응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실시하기로 합의된 바 있으며, 이번 GCF 사무국 유치국 결정은 송도에서 개최된 제2차 GCF 이사회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0월 20일 아침 시간, 한국과 7시간 차이가 나는 독일에서 ARD, WDR, Die Zeit 등의 주요 언론사는 GCF 사무국 유치국가·도시로 한국 송도가 결정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주요 인사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국의 사무국 유치를 축하하지만, 독일 본의 유치실패에 대해 큰 아쉬움을 피력하였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등 16개 유엔기관 입주도시 본의 GCF 유치 실패

마침 이날 아침 Jurgen Nimptsch 본 시장의 주최로 본 시청에서 열린 유엔의 날 기념 리셉션에 참석중이었는데, Nimptsch 시장은 먼저 나에게 한국 송도의 GCF 사무국 유치를 축하한다고 하였으나, 본 시가 유치경쟁에서 실패한데 대한 아쉬운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본은 현재 직원수가 600여명에 달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을 비롯하여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국 등 크고 작은 16개의 유엔기관을 유치하고 있는 국제기구 도시이기 때문에 GCF 사무국 유치 실패에 대한 본 시측의 아쉬움은 더욱 컸던 것 같다.

독일 본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General Anzeiger지는 한국이 성공적으로 사무국을 유치한 배경으로 △ 기후·환경 정책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적 참여를 확대하고 있으며, △ 기후변화 정책상 아시아 국가와의 근접성이 중요하고, △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고도의 정치적 지원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논설에서는 지난 4월 국제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 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의 유치과정에서 본 시가 한국을 제치고 승리한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분석하기도 하였다.

강력한 경쟁국 독일 정부의 GCF 사무국 유치 노력을 통해 얻은 교훈

한국의 GCF 사무국 유치가 확정된 후 20여일이 지난 현재,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독일 정부가 사무국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가 GCF 사무국 설치와 관련하여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전 세계 녹색성장을 선도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질 과제가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외교력 강화를 위해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4월 한국, 독일, 스위스, 폴란드, 멕시코, 나미비아 등 전 세계 6개국이 GCF 사무국을 유치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한 후 각 국은 자국 유치의 장점과 사무국에 제시할 입지 조건 등을 토대로 각종 환경관련 국제행사에서 다른 나라 대표단에게 홍보를 시작하였다.

특히, 독일 연방환경부(BMU)와 연방경제협력개발부(BMZ)는 2008년부터 국제 기후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Climate Initiative) 사업을 시작하여 과거 4년 동안 277개 사업, 6억 3000만유로(약 9500억원) 규모의 기후변화대응 개도국 지원 사업을 실시하여 왔는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GCF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 집행 절차 효율화, 지원 대상국의 능력개발(Capacity Building)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홍보의 기회로 삼아 각국의 대표단에게 독일의 노력과 풍부한 경험 등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기고자 노력하였다.

9월에는 연방경제협력개발부 장관이 독일을 방문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면담 시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당초 약속한 지원금 4000만 유로(약 600억원)외에 1000만유로(150억원)를 추가 지원할 것임을 발표하였다.

또한, 베를린 주재 외교관을 대상으로 연방외교부, 환경부, 경제협력개발부 장관이 공동으로 GCF 유치홍보 리셉션을 개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독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 선도적인 녹색·에너지 정책(2022년까지 원전 폐쇄, 2030년까지 전력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 △ 개도국 대상 재정 지원사업의 규모·성과(세계 2위) 및 추가 약속, △ 독일 본에 이미 환경관련 UN기구(1000여명 근무)를 많이 유치하여왔다는 점 등 그간의 독일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전개하였다.

물론,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해외에 있는 외교 공관을 통해 다양한 유치활동을 전개하였을 것이다. 이와 같은 독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우리나라가 GCF 유치에 성공하였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경쟁도시 본에서 물밑 작업을 벌이며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송도 유치에 힘을 보탠 김희택 총영사를 비롯한 본 분관 직원들. 김희택 총영사 바로 오른쪽옆은 축구선수 차두리.
환경대국 독일의 많은 노력에도 대한민국이 GCF 유치에 성공한 이유는?

분명히 세계 최고 수준의 녹색·에너지 정책의 성과, 개도국 지원 수준 등에서는 독일이 우리나라를 크게 앞서 있고, 우리나라가 배워야할 것이 매우 많다.

그러나, 이곳 본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회의 등에서 직접 느낀 바로는 많은 국가들이나 UN 직원들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국가를 필요로 했고, 특히,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더 커져가는 아시아 국가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GCF가 선진국 12개국, 개도국 12개국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어 사무국 유치국 선출과정에서 선·개도국의 입장을 같이 이해할 수 있는 나라를 선호했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일부 국가들은 독일이 국제무대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도 느낄 수가 있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그간의 녹색성장전략을 위한 노력에 대해 가산점을 주었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아시아 국가로 인정해준 점도 크게 작용하였다고 생각된다. 물론,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펼친 다양한 레벨에서의 외교적 유치 노력도 큰 힘이 되었다.

GCF 사무국 유치 국가는 결정되었지만, 아직 사무국의 규모, 형태 및 구체적 역할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특히, 기후변화 협상에서 합의를 통해 정해지는 재원의 규모, 재원 조달 방법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여부, 재원의 효율적인 집행 절차 및 방법 등이 확정되어야만 구체적인 GCF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이는 1~2년 안에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협상의 진전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녹색 리더십 만들어가야

우리나라가 많은 노력을 통해 GCF 사무국을 유치하게 되었지만, 이제부터 더 큰일이 남아있다. 기후변화 협상에서 정해져야 할 위의 각 이슈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간의 녹색성장에 대한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하여 한국의 진정성을 계속 보여주어야 하며, 국제사회가 원하는 바와 같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며칠 전 본 소재 GCF 임시사무국 직원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그 직원은 사무국이 입주할 빌딩, 인천국제공항과의 가까운 거리, 인천대교 등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쭉쭉 뻗은 넓은 도로, 고층빌딩과 아파트, 적은 나무를 보면서 독일 본과 새삼 다르고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도시라 할 수 있는 지 되물어왔다.

이런 질문이 바로 국제사회의 녹색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우리나라에 바라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요구이다. 이제 우리의 생활방식을 포함한 작은 부문까지도 친환경적으로 바꾸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GCF의 유치를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유치의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다.

몇년 후 이곳 본에서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갈 때 송도를 방문하여 GCF 사무국이 있는 I-타워에 가서 차 한잔을 마시며 유치의 기쁨을 회고하는 여유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공감코리아]
 

편집부  ggalba@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