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기획이 마케팅의 시작" 데이세븐 장석하 대표
상태바
[인터뷰] "게임기획이 마케팅의 시작" 데이세븐 장석하 대표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05.24 1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 돌리지 않고, 한길만 고집... 연매출 65억 기업으로 성장

"일본 게임은 촌스럽죠"

"정부 자금 지원을 왜 받는 거죠? 우린 귀찮아서 안 합니다"

세계 3위 규모의 게임 시장을 '촌스럽다'고 표현하고, 남들은 받지 못해 안달인 정부지원금을 '귀찮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 사람은 데이세븐의 장석하 대표(35)다.

물론 내용을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일본 게임이 촌스럽다'는 표현은 일본의 방치형 게임이나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은 한국의 문화와 많이 달라서 들여오기 힘들다는 표현이고,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은 꾸준히 매출이 발생,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켓에서 '21g'로 검색을 하면 인디게임 느낌의 게임 아이콘 40여 개가 검색된다. 데이세븐의 게임들이다. 이 회사는 '21g'라는 이름 뿐만 아니라 'day7', '에브리펀', '트리플더블' 등 다양한 회사명으로 마켓에서 게임과 어플을 서비스중이다.

지난 '방치형은 진화중'이라는 기사에서도 회사명이 틀렸으니 바로 잡아 달라며 연락이 왔다. 왜 이렇게 회사 이름이 많냐는 질문에 장 대표는 "게임의 성격에 맞춰 브랜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 직원 40명, 매출 65억의 중견 게임사로 성장

정확한 회사명의 표기는 '(주)데이세븐'이고, 설립일은 2013년 5월이다. 애플은 회사명 이외의 다른 표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명을 'day7'으로, 구글은 '21g'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해 왔다. 이후 에브리펀(대표 김도훈)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사명을 '트리플더블'로 바꿨다.

'인수'라는 말에서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데이세븐은 상상하던 소규모 인디 게임사가 아니다. 찾아간 곳은 서울 홍대 거리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카페 건물. 이 카페 건물의 2층부터 6층까지가 세븐데이의 사무실이다. '건물주냐'고 물었다. 장 대표는 "건물주는 아니다. 여기는 출판사 건물이다. 직원이 40명 정도여서 4개 층을 쓰고 있다"며 회사를 소개했다.

 

데이세븐은 2010년 4명의 창업자가 설립했다. 시작부터 달랐다. ‘재미’보다는, '돈 되는 걸 만들자'는 생각으로 각종 테스트 어플을 만들었다. '심리테스트'처럼 간단하면서 비슷비슷한 앱을 하루에 하나씩 만들었다. 인하우스 배너를 통해 자연스러운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카카오스토리의 심리테스트가 조명을 받으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아저씨의 그림퀴즈'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데이세븐은 1천개 가량의 앱과 게임을 마켓에 등록했다. 당시 보보브(VOVOV)와 같은 경쟁사도 있었지만 데이세븐이 출시한 게임과 앱 1천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뒤이어 장 대표는 RPG를 좋아해서 '대어부시대', '계급시대'와 같은 방치형 RPG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어부시대-뿔레전쟁'은 데이세븐 최초의 퍼블리싱 타이틀로, 2년간 17억 원의 수익을 안겨줬다.

 

퍼블리싱에 대한 노하우는 '딜딜딜'로 이어졌다. 트리플더블(구 에브리펀)이 출시한 딜딜딜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장 대표는 모회사였던 조이시티를 찾아가 퍼블리싱을 하겠다고 했고, 개발사 인수로까지 이어졌다. '딜딜딜'은 작년 매출 30억 원을 기록했고, 데이세븐이 2017년 매출 65억 원을 달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인디 게임사가 65 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쉽지 않은 얘기다. 그래서 인디게임에 대해 물었더니 장 대표는 "데이세븐은 인디가 아니다"고 답했다. "인디는 상업성을 신경 쓰지 않고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데이세븐은 철저히 상업적"이라며 인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 흔들리지 않는다. 우린 갈 길을 갈 뿐

투자를 받은 적도 없다. 인디 게임사라면 중진공의 대출 하나 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다는 것. 다만 장 대표는 "연구개발과 같은 세제 혜택은 받는다"면서 실속을 강조했다.

데이세븐은 마케팅도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는 한, 별 다른 마케팅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다. 장 대표는 구글 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바바리안M'을 예로 들었다. 원래 이름은 ’힐윈드의 전설(legend of whirlwind)‘이었지만 데이세븐이 퍼블리싱을 맡으면서 ’바바리안M'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러스트도 ‘디아블로’의 느낌이 풍기는 일러스트를 넣어 서비스했다. 반응이 좋았다. 내려가던 MAU를 다시 끌어 올렸다. 현재 구글 매출은 104위다. 장 대표는 이를 두고 “게임기획이 마케팅의 시작”이라는 말을 남겼다. 잘 팔리는 게임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이다.

방치형으로 유명한 게임은 이꼬르의 '오늘도환생'이 꼽힌다. 이 회사와 데이세븐은 묘한 대립각이 존재한다. 데이세븐은 1,000여개의 앱과 게임을 서비스한 반면, 이꼬르는 '오늘도환생' 한 타이틀로 수년 동안 승부를 보고 있다.

 

'오늘도환생의 성공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장 대표는 "재미와 편함 두 개를 다 가진 게임이 없었는데, 오늘도 환생은 둘 다 가졌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편했다. 몇 달 동안 플레이하면서 '꾼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다"며 칭찬했다. 또 어썸피스가 만든 '좀비고'가 좋은 반응을 받고 있는데 대해서도 "좋은 게임"이라며 게임성을 인정했다.

'다작도 좋지만 이런 대작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잘 된다고 따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신 연애시뮬레이션과 방치형으로 쌓은 노하우를 발전시킨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VR이나 AR, HTML5게임, 일본 IP 제안 등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일본의 연애시뮬레이션은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아서 안했고, VR이나 AR은 시장도 없는데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버리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요소를 강조했다.

그 선택과 집중은 '연애시뮬'과 '방치형'으로 귀결된다. 현재 서비스 중인 두 장르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것. 장 대표는 "예술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방치형 게임은 '아이돌히어로즈'처럼 됐으면 좋겠고, 연애시뮬레이션은 '영화‘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며 향후 제작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또 장 대표는 "많은 사랑에 감사드린다. 그 보답으로 좋은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며, 가깝게는 5월 말과 7월 말, 처음 보는 방치형을 선보일 것"이라며 신작의 등장을 예고했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